‘돈 버는 게임’ P2E 시장 막전막후

떨어지지 않는 ‘도박’ 꼬리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P2E(돈 버는 게임)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불분명한 미래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조상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P2E는 스포츠의 일종인 게임으로서 능력치, 시간, 에너지 투입의 대가로 대체불가 토큰(NFT)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안 된다”며 “게임 아이템이 법원에서 재화로 인정받았고, 개인 간 재화 거래를 통해 형성된 시장가격이 불법일 수 없는 만큼 법률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소송
기대감 상승

P2E란 사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 내 재화를 환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P2E 게임과 관련해 사행성 및 환금성을 지적하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분류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무돌 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와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법원에 가처분·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걸었다.

무돌삼국지 개발사 리트리스는 1·2심 모두 기각 판정을 받으며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파이브스타즈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지난해 6월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해 승소를 거뒀지만, 아직 사행성 위반에 대한 행정소송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게임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변론기일에 앞서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이미 기존 게임들도 외부 아이템 거래소 등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상당 금액 규모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NFT 기술이 도입됐단 것만으로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내 첫 사례기 때문에 재판과 관련해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NFT 게임의 국내 서비스 허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국내 게임업계의 주목도가 크다. 스카이피플이 승소할 경우 국내 P2E 게임의 규제완화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선고가 늦춰지면서 게임업계는 인수위의 P2E 게임 규제완화 발표를 기다리게 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친기업 성향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P2E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게임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한국 법인에서 게임 개발을 맡고 토큰 발행 법인과 플랫폼 운영법인을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P2E 게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공약 달리 규제완화 가능성 부상
문체부 산하 두 기관 ‘엇박자’ 혼선

위메이드는 지난해 8월 미르4 글로벌 서버를 오픈해 게임 내 흑철이라는 재화를 가상화폐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게 했다. 또 위믹스를 모든 게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다양한 개발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위믹스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총 11개다.

넷마블은 지난 3월 ‘A3: 스틸얼라이브’ 글로벌 버전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 ‘골든브로스’ ‘제2의 나라(글로벌)’ 등의 P2E 게임을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를 출시했다. 아울러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서버 증설, 게임 접속 강화 등의 보강을 진행한 후 다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올해 하반기에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P2E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P2E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엇박자 정책’을 내면서 게임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내 게임사 링게임즈는 신작 ‘스텔라 판타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의 블록체인 부문에 선정됐다.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국산 게임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스텔라 판타지’는 2022년 8월말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NFT 게임으로, 최대 5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게 됐다.

윤주호 링게임즈 대표는 “즐거움을 강조한 P2E 게임을 통해 대체 불가능토큰(NFT) 가치 향상과 WEB3 게임의 새로운 모멘텀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는 엇박자 정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하고, 게임당 최대 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가 가상재화를 환전할 수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두 기관이 P2E 게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엇박자 정책
혼란만 가중

결국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된 P2E 게임에 국내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

정부의 이 같은 엇박자 정책에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정치권에서 P2E 게임 규제완화 목소리가 나와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며 “아직까지 정책적 변화가 없는데 희망고문만 받고 끝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P2E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물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할 수 없다는 조항인 게임법 제 32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전국을 강타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P2E 게임과 ‘바다이야기’를 같은 사행성 게임물로 볼 수 있느냐다. 게임업계에선 P2E는 바다이야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어른들의 눈에는 바다이야기와 P2E 게임을 같은 종류로 보는데, 지금 게임하는 친구들은 바다이야기가 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P2E와 바다이야기는 완전 생태계가 다르고, 지금 글로벌 게임사 ‘샌드박스’는 P2E를 장책해 글로벌 톱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며 “글로벌 산업을 바다이야기로 보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당선 후 변심?
초조한 업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산업계, 행정부, 입법부가 함께 연구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파악하는 등 조금 더 똑똑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다른 나라들이 규율이나 미덕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 블록체인 게임을 허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경영자로서 한국도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P2E, 메타버스 등 새로운 패러다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으로만 적용해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향한 윤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과 관련된 정부부처·학계·업계가 만나 윤정부의 게임정책 방향성을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윤정부가 후보 때와 달리 게임정책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선 ‘새 정부 게임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윤상현(국민의힘)·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정부의 게임정책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에는 정윤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임혜진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스변호사,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위 의장은 “대선 당시 뜨거웠던 게임에 대한 열기와 달리 게임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10대 국정과제에 게임 공약은 K팝,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콘텐츠 중 하나로 다뤄졌다”며 “이렇게 되면 게임산업은 향후 윤정부 하에서 잃어버린 5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제2 바다이야기 우려
같은 점과 다른 점은?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보균 장관의 경력을 살펴보면 콘텐츠와 관련된 경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위 의장은 “비전문가가 문체부 수장으로 오면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판호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이 잘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게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과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게임산업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른 P2E와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오갔다.

임 변호사는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가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P2E를 허용해줄 것인가 한다면 정부가 P2E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가 바다이야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케이드게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가족용 게임 등에서는 가능할만한 요소가 있다”며 P2E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위 의장은 국내에서 P2E를 허용하기 위해 ▲게임의 완전한 프리 투 플레이(과금 없이 즐기는 게임) ▲청소년의 P2E 진입 금지 ▲게임 내 암호화폐 경제의 안정적 유지 ▲신규 글로벌 게임 IP 개발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업계의 요구대로 무작정 P2E를 도입할 경우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또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자칫 메타버스 산업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며 메타버스의 성공 키워드로 ‘게임’을 지목했다.

신중한 접근
조심스런 입장

이에 대해 정 과장은 “P2E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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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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