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든 성배’ 민주당 비대위 우상호 역할론과 무용론

잘해도 못해도 욕받이 위원장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독이 든 성배를 결국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들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조기 전당대회 대신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8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한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결정권, 내홍 수습의 임무를 우 의원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86그룹(1960년대 출생·1980년대 학번) 맏형’ 우 의원은 ‘욕만 얻어먹는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로 추대됐다. 이로써 계파 싸움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우 의원은 전면에서 양 계파를 중재할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함몰 직전인 배의 키를 쥔 우 의원에게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그는 하루가 바쁘게 ‘민주당을 살릴’ 방안을 찾아 뛰어다니고 있다.

선거 망하고 
갈등 불거져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졌을 때만 해도 민주당의 분위기가 이 정도로 처지지 않았다. 근소한 표 차이로 패배한 점을 꼽으며 나름의 자신감을 챙겼다. 이때 민주당 계파들은 서로 싸우기보단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눈치만 보던 이들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을 둘러싸고 계파 간의 입장이 엇갈린 탓이다.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등판 때문에 전체 판세가 기울었다고 평가하고 있고,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은 애초에 질 싸움을 이 의원 탓으로만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 하루 뒤인 지난 2일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본인의 SNS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란 짤막한 글을 올려 이 의원을 비꼰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기간에 서울시장 공천을 두고 친명계 의원들과 한 차례 대립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본인 SNS에 “자생당사.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고 적었다. 그는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말미에 덧붙였다. 이를 두고 차기 당 대표설이 돌고 있는 박 전 원장이 벌써부터 이 의원을 견제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명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의원과 오래된 사이로 알려진 ‘7인회’ 소속 문진석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오셔서 총괄 선대위원장을 하셨다고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맞받았고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특정인을 두고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책임에 경중이 있지만 민주당의 집단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하자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싸움 말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자기 비판이나 성찰이 필요하다. 민주당으로서는 피해갈 수는 없는 문제”라며 “‘이재명을 지키자’는 식으로 옹호할 문제도 아니다.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이대로 좋으냐,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내놨다.

‘86그룹 맏형’ 내홍 수습 진두지휘
실권 없이 책임만 지는 자리에 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민주당은 ‘혁신형’ 비대위 구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됐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인사에게 당 쇄신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외부 인사 영입을 1순위로 생각해왔다. 민주당 측은 계파 갈등과 전혀 관련이 없고 ‘무게감’이 있는 여러 인물을 물망에 올려놓고 지속해서 영입을 추진했다.

민주당의 캐스팅 목록에 올라있던 외부 인사들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으로 확인됐다. 모두 민주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홍을 수습할만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에 대한 영입 제안과 고사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비대위원장을 캐스팅 목록에서 찾지 못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외부 인사들이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이유로 ‘실권’ 없이 ‘책임’만 지는 곳이기 때문이라 평가했다.

알토란 같은 민주당의 공천권은 곧 뽑힐 당 대표가 가져가고, 내홍 수습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런 권한도 없이 책임만 지는 자리에 누가 가려 하겠냐”며 “외부 인사들 또한 나름(손익에 대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욕’만 듣는 자리에 우 의원이 가기로 결정됐다. 우 의원은 비교적 친명계에 가깝다고 평가되지만 민주당 내 계파 색채가 매우 옅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서대문구갑에서만 4선을 지낸 중진으로 2004년에 국회 입성 후 2008년 당내 노선 차이로 한 차례 낙선한 뒤 2012년부터는 2020년까지 내리 3번 당선에 성공했다.

애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 제안으로 정계에 데뷔한 그이기에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은 그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뜻을 품으며 정치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다소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색채가 있는 그에게 친명 색채가 가미된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다. 

제3자서
중재자로

정치적 동지라고 인식되는 ‘86 운동권’ 세력이 친명 쪽으로 분류되면서 이들과 관계가 깊은 우 의원 또한 이쪽으로 균형추가 쏠린 것이다.


그는 박홍근 원내대표, 윤호중 전 비상대책위원장, 송영길 전 대표 등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 의원은 이들과 함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이 의원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사실 우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아 이미 한 번 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그는 ‘매머드급’이라 일컬어지던 이재명 초기 선대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선대위에 대한 문제점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거지자 “발족식은 했는데 실제로 발족은 안 된 선대위”라고 평가하며 쇄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민주당 대응이 늦었다” “굉장히 문제가 많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연이은 질책을 쏟아내며 초기 선대위의 수뇌부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결국 민주당은 그에게 쇄신을 단행할 권한을 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우 의원은 성공적으로 쇄신을 성공시키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보고 체계를 단순화시켰고, 대응 속도를 빠르게 바꾸었으며 적절한 이슈 메이킹으로 불리했던 여론전을 비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민주당은 이때 보여준 우 의원의 능력을 잊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에게 쇄신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지난 1월 대선을 앞두고 586 용퇴론에 동참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변화에 자신이 본보기가 되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1월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불출마 선언을 다른 의원들에게 강요나 확산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의 자기 결단, 헌신의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불출마를 예고한 그가 맡은 이번 ‘혁신형’ 비대위는 마땅한 권한이 없다고 평가받지만 중요한 역할 한 가지를 부여받았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할 권한이다. 차기 당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에서 공천 룰은 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쇄신 역할
다시 한번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을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로 설정해 놓고 있다. 대의원은 당연직 대의원과 임기직 대의원으로 나뉘는데, 당연직 대의원은 정당에 속해 있는 당원 중 대통령을 제외한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 당내의 최고위원, 주요 당직자들을 지칭한다.

임기직 대의원은 당적에 1년 이상 등재돼있으며 당비를 내고 있는 후원 당원들이 지역대표로 선출한 이들을 말한다.

권리당원은 당원 가입 후 당비를 지난 1년간 6회 이상 내왔던 사람을 말한다. 다만 권리를 행사하려면 ‘권리 행사(전당대회) 전 6개월’이라는 세부조건이 따라 붙는다.

다시 말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참여하려면 적어도 2월 초에는 입당한 후, 당비를 내왔던 당원이어야만 한다. 당비는 최소 1000원만 내도 무방하다.

계파 간 쟁점은 여기서 불거진다. 현행대로라면 지난 대선 이후(3월 초) 새로 유입된 권리당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명계는 당헌·당규를 바꿔서라도 이들을 전당대회에 참여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이후 들어온 신규 당원들은 12만명이 넘는다. 지역별로는 서울 25%, 경기 34%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연령별로는 40대 입당자가 3만3000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비춰볼 때, 40대는 이 의원에게 우호적인 세대라고 평가된다.

자료 말미에는 ‘신규 당원의 80%가 여성’이라고 덧붙여져 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당에서 수적 세가 불리한 친명계 입장에서 이들의 투표권은 절실하다. 전통적 기반인 기존 당원들에 맞설 표들이 ‘신규 당원’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룰 개정 두고 
‘친명’이냐 ‘친문’이냐

친명계 의원들은 예비경선에서 권리당원들이 배제돼있는 점, 본투표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이 너무 차이가 나는 점을 들며 ‘권리당원의 권한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문계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룰을 개정하자는 소리”라며 응수하고 있다. 친문의 수장 격인 홍영표 의원은 “지금 당도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꾼다면 당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때도 (룰을)만든 이유들이 있었다. 하루 이틀 해온 것도 아닌데 기존 룰을 존중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비대위가 ‘고인물 잔치’를 반대할 명분은 충분하다. 국민의힘에 내리 3연패하며 변화의 물꼬를 틀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에 입당한 ‘젊은’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반성을 뒤로한 채 자기들만의 정치를 이어갔다’는 총평을 들은 바 있다. 대선 패배에 반성은커녕 ‘졌잘싸’ 프레임으로 응수하며 국민의힘을 견제했고, 중도층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못한 채 정권과 지방권력 모두를 국민의힘에 넘겨줬다는 평가다.

이런 배경에서 ‘변화’하지 못한 민주당에 변화를 몰고 올 세력은 새로 들어온 당원들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선 이후 많은 분이 민주당원으로 가입해주셨다. 당의 변화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입당한 분들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4년의 경우 당비 납입 횟수를 3회로 정한 사례도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우 의원과 함께 비대위원으로 추대된 이용우 의원도 이 의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국민과 괴리돼 우리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룰 개정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룰 개정에 관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세력과 빼앗으려는 세력은 두 달 간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리라 예고하고 있다. 중재 역할을 맡은 ‘맏형’ 우 의원의 어깨는 이들의 날선 공방이 오갈 때마다 무거워지는 중이다. 이런 흐름에 우 의원의 역할에 대한 의심이 나오고 있다. ‘혁신’하기보다는 ‘관리’ 쪽으로 역할이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재명룰?
친문룰?

당을 바꾸기는커녕 양측 싸움을 말리다가 두 달을 허비할 것이라는 소리다. 지난 두 번의 선거 패배를 매듭짓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동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계파 색깔이 없다”는 의미는 다시 말해 양쪽 어느 진영에도 영향력이 없다는 소리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해야 하는 양측의 싸움에서 영향력 없는 리더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은 그동안 정계에서 숱하게 반복돼왔던 그림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상호 도우미 비대위원 누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우상호 의원을 도울 비대위원들을 함께 추대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선수별로 추천을 받았고, 원외 인사와 지도부에서도 한 명씩 선정됐다.

비대위원은 초선, 재선, 3선, 원외 인사, 당연직, 여성 의원에서 한 명씩 총 여섯명이 선정됐다.

선정된 인물들은 우 의원처럼 계파색이 옅은 인물과 ‘친문계’ ‘친이재명계’ 인사 한 명씩이 균형감 있게 뽑혔다.

현재 발표된 비대위원은 이용우(초선), 박재호(재선), 한정애(3선), 김현정(원외 인사), 박홍근(원내대표, 당연직), 서난이(전북도의원)이다.

이 의원은 ‘무계파’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고, 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의원을 도운 전력이 있지만, 우 의원처럼 계파 색이 매우 옅다.

한 의원은 ‘친문계’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친이재명계’ 인사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청년·노동 분야에서 한 명씩 추가 선정해 총 9명으로 비대위원회를 완성시킬 계획이라 밝혔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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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