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김동연 대망론, 왜?

이재명 라이벌로? “잠룡으로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대망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자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김 당선인이 4년간의 도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대권도 못 이룰 꿈만은 아니다. 이미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후보가 있는 민주당에서 김 당선인은 대권 로드맵을 그려볼 수 있을까.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대선 몇 달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거대 양당에 기대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대선 9일 전 갑작스레 이 의원과 단일화를 선언한 바 있다.

어제의 동지

두 후보는 두 차례 대선 토론을 펼친 뒤 서로를 인정한 후, 정치적 동지가 될 것을 선언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3월2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오늘부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며 후보직을 공식 사퇴하고, 이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 선언이 정치교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정치·경제·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짜인 기득권 구조를 깰 것”이라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단일화 소식을 듣고 모두가 의아해했다. 김 당선인이 기존 정치권에 큰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부총리로 약 30년간 일해 온 그는 대통령선거에 나서면서 “정권교체를 넘어선 정치교체를 이뤄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양당에서 숱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사실을 함께 알리며 “기존의 양당으로는 대한민국을 바꿀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진보·보수정권 모두를 경험하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들이 특정 정당의 이익에 따라 무산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겪었던 탓이다. 그랬던 김 당선인에게 정치권은 ‘개혁 1순위’로 인식돼왔다.

지금 그가 속해 있는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문재인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운 그였기에 대중은 그가 민주당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러 모로 명분이 없는 단일화가 이뤄지자 논란은 즉각 일어났다. 이를 의식한 김동연 캠프 측은 단일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이란 인물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김 후보가 이 지사에게 정권교체의 역할을 맡겨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4년 도정 성공적으로 마치면 대권행?
민주당 “자의든 타의든 이미 대권후보”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김 당선인은 이 의원의 대선 레이스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지방에 내려가 같이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고, 이재명 캠프 인력들과 함께 ‘이재명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의 우정은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졌다. 대선이 끝난 한 달 후 민주당과 합당을 발표한 새로운물결 측은 곧이어 “김동연 전 부총리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당에 입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예가 지방선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이를 두고 경기도지사를 노리고 있던 민주당 중진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경기 시흥시에서만 5선을 지낸 조정식 의원은 경기도지사직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후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명분 없이 쉬운 길만 가겠다는 심산”이라며 “김 대표가 당당하지 못하다. 확실히 정당정치의 경험이 없고 민주당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던 또 다른 후보인 5선의 안민석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김동연 후보는 얌전한 샌님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지금 경기도의 시대정신은 윤석열정부를 막아낼 도지사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갑자기 민주당에 들어와 공천신청을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대선 운동과정에서 민주당을 그렇게 욕하던 사람이 누구냐”고 일갈했다.

이때 김 당선인의 곁을 지킨 것이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직접적인 도움보다는 자신의 대선캠프 인력을 대거 김동연 캠프로 보내는 등 간접적 도움을 주며 그의 곁을 지켰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대선 과정에서 만났던 이재명 캠프 인물 대부분은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캠프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이미 이 의원이 김 당선인을 미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김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좋았던 둘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방선거 본선에서 부터다. 본선 과정에서 김 당선인은 이 의원에게 아픈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이 의원과 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본인의 권력 의지를 드러내며 한걸음 더 나아갔다.

유세 때 어깨동무
선거 끝나자 대립

김 당선인의 ‘대권 잠룡설’이 나오는 데에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운동 때 각종 현안에 대해서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가 명확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고, 백현동이나 성남FC 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야심차게 주장한 김포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김포공항 문제는 전체적으로 당내에서 조율을 거쳐야 될 내용”이라며 “자기 자신의 공약이 다른 지역의 공약과 관련되는 문제는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도지사에 당선된 후에 더욱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의원 측에서 김 당선인의 승리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고 주장하자 그는 “‘졌잘싸’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묻는 질문을 묻자 “민주당 내에 성찰과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직접 민주당 쇄신을 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그이기에 여의도 정계 전문가들은 그의 행보가 경기도지사 임기 후 대권까지 뻗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한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김 당선인이 경기도 도정을 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당연히 다음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 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자의든 타의든 김 당선인은 이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내일의 적으로?

이 경우 이 의원과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최다 득표’로 진 이 의원은 본인의 표 동원력을 이미 한 차례 입증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한 차례 만나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아직까지는 뜻을 함께하는 동지임을 확인했다. 사이좋은 동지가 언제쯤 정적으로 갈라설지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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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