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투표도 그랬지만 금번에 실시된 지방선거 투표에도 참여 여부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 대선은 후보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고, 금번 지방선거의 경우는 필자가 지방자치제 폐지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했는데, 필자가 필사적으로 지방자치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를 밝히겠다.
중요한 세 가지만 들어본다.
첫째, 지방자치제는 불손한 동기 즉, 지난 노태우정권 시절 여소야대 정국에서 세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지방권력 나눠 먹기 차원에서 실시됐다.
철저한 지역 이기주의 산물로, 부산·경남 지역의 김영삼 전 대통령, 호남의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소위 삼김씨가 노태우정권을 공갈 협박해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둘째, 염불보다는 잿밥이라고 지방자치의 본 개념인 지방 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자신의 행정사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는 사라지고 철저하게 정치꾼들의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됐다.
이와 관련해 세세하게 덧붙이자. 먼저 광역단체장의 경우다.
이미 시절 여러 건의 사례로 입증된 바 있듯이 광역단체장은 정치꾼들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대권을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전락해버렸다.
바로 지난 대선에서도 나타났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전가된다.
다음은 기초단체장의 경우다. 기초단체장은 광역단체장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대권으로 향하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정치꾼들, 총선에서 패배한 인간들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금번 지방선거에서 그 현상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해서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정치꾼들의 먹이, 즉 실탄 공급처로 전락됐다.
과거 필자가 정치판에 있을 때는 그들의 공천권을 지닌 정치꾼과 그들 사이에 공공연한 금전 거래가 포착되고는 했는데, 이 대목 형태 변화만 있을 뿐이지 아직도 그 상황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세 번째는 우리 현실에서 굳이 지방자치제를 시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다. 물론 지방자치제 시행의 전제조건에 따른다.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 일본처럼 여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거나 혹은 각 지역이 두드러진 차이를 지니고 있는 경우는 이해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땅덩어리가 좁아 오래전에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접어들었고 또한 과학문명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면서 지역 간 두드러진 격차를 논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지리상의 여건 차이는 있지만 생활환경은 대동소이하다.
간략하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필자만 지방자치제 폐지를 주장할까. 천만에다.
양식을 지니고 있는 많은 사람의 경우 이구동성으로 지방자치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필자의 판단인데, 이를 국민투표에 붙인다면 과반수 이상이 폐지에 찬성하리라 본다.
그런 경우라면 지방자치제가 과연 폐지될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꾼들이 그를 용인할 리 없다.
저들의 안전판이며 동시에 복주머니인데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정치꾼들과 타협을 시도해본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그리고 광역의회 의원은 지금처럼 정치꾼들의 노리개로 이용해먹고 기초단체 의회 의원들은 온전히 국민의 몫으로 삼자는 기초단체 의회만이라도 정치꾼들의 개입을 차단해 지방자치제의 명분을 살리자는 이야기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