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코로나 재유행 주의보

돌아올까, 팬데믹 부메랑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숨 좀 골랐더니 또다시 언덕이 보인다. 봄을 지나며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번 여름 다시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질 일만 있다고 믿은 이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전문가들도 코로나 확산 규모와 시기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는 눈에 띄게 누그러들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확진자는 6139명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넉 달 반 만에 6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9명으로 7달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지금 줄어도

당장은 유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달에는 확진자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는 1만4467.1명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지난 1일 공개한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를 보면, 여러 국내 연구진들은 이번 달 중순까지 확진자가 하루 5000여명에서 1만1000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은옥 건국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주간 감염재생산지수가 비슷하게 유지될 경우, 확진자 수는 이달 중순 1만1163명, 말에는 9827명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감염재생산지수란 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환자 수로, 지난달 말 기준 0.80명 내외다. 최선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팀도 같은 전제로 평균 확진자 수를 이번 달 중순 7262명, 말경 5578명으로 예측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의 이창형 교수팀은 격리 의무·실내 마스크 착용 등 현행 방역 정책 효과를 반영해 예측했다. 이 교수팀은 이번 달 중순 평균 확진자를 6116명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팀은 “6월 초 감염재생산지수는 0.55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므로 확진자 수도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달 확진자 감소세가 이어질 주된 이유로는 ‘면역 정점’이 꼽힌다. 우선 부스터 샷(백신 추가접종) 효과가 아직 남아있다. 아울러 ‘오미크론 대유행’ 때 확진됐던 완치자가 많은 영향으로, 국내 면역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당장은 완연한 감소세로 돌아 
국내 면역력 정점…변종 변수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는 유행이 감소할 것”이라며 “3월 정점을 지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획득한 면역력이 3개월 정도 지속된다고 보면 다음 달 초까지는 다시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하지만 정점을 찍었다는 말은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면 확진세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엄 교수는 “다음 달 말이나 8월 초에 (확진자가)증가하기 시작해 8~9월에 재유행의 정점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 내과 교수 역시 “지금 백신 맞을 사람은 다 맞았고 국민 다수가 확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면역이 가장 강할 때”라면서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면역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년간의 추세에서도 여름철 재유행을 예견할 수 있다. 코로나 유행 이후 여름철에는 어김없이 중규모 이상의 유행이 찾아왔다. 방역 당국은 그 원인을 여름철 생활 양식에서 찾았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여름철 재유행은 에어컨을 가동하면 실내 환기가 어려워지는 밀폐 환경과 관련 있다고 판단한다”며 “올해도 유사하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유행 가능성은 높지만, 유행 규모가 얼마일지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오미크론 세부계통인 신종변이가 잇달아 등장하는 것도 위험한 변수다. 국내에서도 BA.2.12.1·BA.4·BA.5 등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고 XE나 XQ 같은 재조합 변이도 발견됐다.

지금 당장은 면역이 강해서 큰 문제가 없지만, 면역이 떨어지면서 점차 새로운 변이에 재감염되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새 변이를 중심으로 재유행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전체 인구의 97%가 코로나 항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이끄는 재유행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남아공의 확진자 수는 불과 한 달 만에 5배가량 늘었다.

여름부터 늘어 겨울철 폭증 예견
오미크론보단 규모·피해 작을 듯

남아공 재유행을 이끄는 변종은 BA.4와 BA.5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자연면역과 백신 등의 인공면역을 모두 회피한다. 남아공 국립혈액서비스 측은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이 특별히 높아 상대적으로 성숙한 유행병 단계에서도 이같이 상당한 유행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남아공과 비슷한 양상으로 재유행이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여름철 중규모 유행이 한 차례 지나간 후, 가을에서 겨울쯤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 교수는 “면역과 관계없이 겨울이 되면 유행은 온다”며 “면역도 떨어지고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주의도 떨어져서 가을이나 겨울에 대유행이 다시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 역시 오는 11~12월 중 유행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지난 ‘오미크론 대유행’보다는 유행 규모와 피해가 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는 점이다.

엄 교수는 “정점일 때 하루 확진자가 15만명까지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정 교수도 “오미크론 유행 때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수십만명의 환자가 발생해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항체와 백신으로 수백명씩 사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재유행 가능성을 의식해 각종 보완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정부는 화장시설 재정비를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초 대유행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화장시설 포화현상이 불거져 유가족들이 장례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앞으로 는다?

중대본은 “회의를 통해 238개 화장로의 개·보수를 추진하고, 증설이 가능한 시설에는 국비를 지원해 수용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외에도 중대본은 화장시설 60곳에 안치 냉장고와 실내외 저온 안치실을 설치하는 등 안치 공간 추가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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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