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경기도지사 김동연 VS 김은혜 맞짱 인터뷰

‘명심 VS 윤심’ 대선 2라운드 제대로 붙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차철우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1일 시작된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은 대선 승리를 이어가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방선거라도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한 관한 관심이 뜨겁다. ‘미니 대선판’이라 불리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싸우고 있는 인물들을 <일요시사>가 차례로 취재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힘의 김은혜 후보,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그 마지막 순서다.

지방선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일컬어지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며 선거운동에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양 후보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다른 대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두 후보와의 일문일답.

-본인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혜) 저는 기자, 청와대 대변인, 대기업 임원을 역임하면서 지금 국민들의 가진 계신 현안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왔으며, 결과적으로 항상 성공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왔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그 경험이 밑바탕이 돼 국회의원과 인수위 활동도 했으며, 지금의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름 성공을 거듭한 이유는 결국 말보다 발을 더 빠르게 움직이며 현장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경기도의 현안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답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고, 도민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연) 저는 끼니를 걱정하던 소년 가장이었습니다. 판잣집을 전전하며 힘겹고 고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민의 삶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입이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34년 동안 공직에 몸담으며 서민의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익은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청렴하게 일하고 전관예우와 같은 관행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6명의 대통령께서 저의 실력을 인정해 등용하셨습니다. 경제부총리로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며 혁신성장의 토대를 닦았습니다. 특권층이 아니라 서민을 위해 일할 준비된 일꾼이라 자부합니다. 

-경기도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혜) 현실이 결여된 책상 위의 결정은 도민의 삶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는 만큼 도민과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도지사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책상 대 현장’ ‘숫자 대 발’의 대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결정해온 경제관료’ 대 ‘현장을 누비며 도민의 손을 잡고 함께 아파하는 김은혜’의 대결인 것입니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나 현장 속에서 답을 찾고, 진심을 다해 도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연) 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입니다. 주거, 교통, 일자리 등 복잡한 현안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경기도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사안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일머리를 갖춰야 합니다.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경기도에서 살았습니다.

20년 이상을 경기도에서 일했습니다. 15살에 서울 청계천을 떠나 지금의 성남시 단대동 천막집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경기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습니다. 이에 더해 34년 공직생활을 하며 다져온 국정운영 경험, 경제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갖췄습니다. 

-치열한 경선이었습니다. 경선에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혜) 유승민 전 의원님은 우리 국힘의 소중한 자산이고 정치적 대선배입니다. 경선 기간 함께 경쟁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택된 것은 이제 경기도를 새롭게 바꿔보라는, 나아가 경기도를 제대로 대접받도록 해보라는 도민의 준엄한 명령이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연) 경선에 함께하신 안민석·조정식 의원님, 그리고 염태영 전 시장님은 풍부한 경험과 열정을 갖추신 분들입니다. 아름다운 경쟁을 해주신 세 후보님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민주당 당원과 국민들께서는 저를 후보로 선출해주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혜 “현장에 답 있고, 더 잘 알아”
연 “소년 가장 출신…서민 잘 알아” 

-서로의 장점과 아쉬운 점 하나씩 꼽는다면?

(혜) 정권을 넘나들면서 경제관료로 장수하셨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경제지식이 많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입니다. 행정경험을 강조하시지만 경험도 경험 나름입니다.

실패한 경험으로 경기도정을 책임 못 집니다. ‘집값 폭탄’ ‘세금 폭탄’을 안긴 장본인이신데, 경기도를 미래로 이끌겠다는 말씀보다는 진정어린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부터 하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연) 뉴스 앵커,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거치며 다져진 언변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다만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지금도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계신 점은 무척 아쉽습니다. 대통령과의 호흡을 앞세우지만 경기도 현안과 지방자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강 후보님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혜) 강용석 무소속 후보도 정권교체의 완성을 위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임하고 있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공당인 국민의힘 후보로서 당원과 국민이 저를 선택해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개인적 판단보다는 경기도민과 당원의 생각이 우위에 있고 뜻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입니다. 

(연)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저는 경기도의 미래를 두고 어떤 후보님과도 합리적으로 토론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하지만 도민이 지켜보는 토론 무대를 정쟁과 인신공격에 활용하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는 선거 개입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강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다는 대통령실, 둘 중 하나는 분명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강 후보님이 도민들께 제시할 비전이 뚜렷하면 좋겠습니다.

-전임 이재명 도지사의 ‘기본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가실 생각이신가요?


(혜) 현금성 복지는 꼭 필요한 곳에 두껍게 지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재명 전 지사의 무차별적 퍼주기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 한 정책은 반드시 손질하겠습니다. 

지역화폐 사업은 대장동 사업과 마찬가지로 측근 비리 의혹과 ‘세금깡’ 의혹으로 얼룩져 있고,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경기도 공무원의 개인 비서화, 홍보비 부당지출 등 도민이 위임한 공적권한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들은 꼭 바로잡겠습니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경기도정 4년’을 반드시 회복하고자 합니다.

(연) 민선 7기 도정에서 추진된 기본 시리즈는 공정·평화·복지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취약계층의 삶의 기반을 만들어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강용석 단일화 최대 변수 부상      
혜, 도민 목소리 경청하고 결정
연, 도민 위한 진심 안 느껴져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기본의 바탕 위에 기회를 더하겠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마음 놓고 도전할 기회를 더하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얼마 전 ‘경기도 청년기회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경기도에서 청년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미래의 희망을 설계하고 새로운 삶의 진로를 개척하게 될 것입니다. 

-경기도에 대선주자만 3명이 몰렸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혜) 안철수, 이재명 후보를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두 분의 출마는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기에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안 후보는 분당 판교 지역의 발전과 그분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해주실 수 있는 훌륭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경기도민들의 아픔과 고통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오직 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져 인천으로 떠나간 이재명 전 지사는 김동연 후보와 무슨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후보가 정말 당당하다면 인천이 아니라 대장동이 위치한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왔을 거라고 봅니다.

김동연 후보도 그런 이 전 지사의 영향력에 기대다 보니 자꾸 후보 본인의 말이 뒤바뀌고 신뢰성이 깨지는 중입니다.

(연) 경기도가 대한민국에서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민의 선택에 따라 거론된 분들의 쓰임새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는 경기도가 잘되면 대한민국이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민의 미래를 위한 변화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거, 교통, 일자리 문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도민의 삶을 개선하고, 전국으로 그 변화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해낼 일꾼을 뽑아야 합니다. 경기도의 미래를 정쟁에 휩싸여 볼모로 삼으려는 후보는 막아야 합니다. 그런 후보가 도민의 삶을 챙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 도민들은 검수완박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혜)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권을 뺏어서 득보는 사람들은 우리 서민들이 아니라 ‘대장동 사태’ 관계자들과 같은 가진 자들, 힘 있는 자들일 것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황당한 일을 자행했던 야당에 대해 국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 검찰개혁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권력기관이 누려온 기득권을 깨야 한다는 데 많은 도민들이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소권 분리를 포함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난 달 양당이 합의한 사안을 국민의힘이 번복하는 과정에서 정쟁이 극심했습니다. 우리 도민들께서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새로 시작한 윤석열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은 인내심과 뚝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소신대로 차분히 하나씩 풀어나가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 대통령은 특정 진영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특정 진영이나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길 진심으로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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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