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무너진 법치주의 다시 세워주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과 법원은 문재인정부 5년 내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두 기관을 개혁 대상으로 삼고 대수술에 돌입했다. 개혁의 결과는 시간이 말해주는 법. 문정부의 사법개혁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만나 그 질문을 던져봤다.

“저 검사 시절에는 (수사 하느라)굉장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하면 편할 것 같아요. 수사하지 않아도 월급은 따박따박 나올 테니까요.”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의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초토화된 친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그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바른시민회의는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 부패, 불공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먼저 바른 사람이 되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단체명에 ‘바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공동대표는 검사, 변호사, 로스쿨 교수, <법률신문> 편집위원 등 평생 법조계에서 활동했다. 

박 공동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에 대해 ‘엉터리’ ‘미친 짓’ ‘듣보잡’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70년 넘게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가 단 5년 만에 망가진 상황에 큰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 우려했다. 

지난달 18일 서울시청에서 박 공동대표를 만났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속도전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면서 민주당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가 꿰어졌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뒤 검수완박 법안 공포 이후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한 차례 더 박 공동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에 대해 평가한다면?

▲문재인정부는 사법개혁, 특히 검찰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임기 내내 추진했다. 임기 말에 이른 현 시점에서 5년을 되돌아봤을 때 사법개혁은 허위, 거짓된 개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는 개혁이라고 포장하면서 결국 검찰과 사법부를 탄압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정부 사법개혁 사실상 실패
한동훈 임명 개혁 위해 절대 필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검찰과 사법부는 공정성·중립성·독립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문정부 들어 대법원 구성이 진보 편향적으로 바뀌었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3분의 2 이상 진보 성향으로 구성됐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임명하면서 사법부가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검찰은 어떤가?


▲검찰은 사법부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문정부는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과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등 입법을 통해 1차 검찰개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에는 6대 범죄 수사권만 남았다. 불과 2년도 안 돼 검수완박 법안을 통해 그마저도 박탈했다. 특히 검수완박 법안은 입법부터 공포까지 한 달 만에 처리됐다.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이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해 결국 당선됐다. 이것만큼 문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있을까. 사법부는 최근 법관회의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5년 동안 잠재돼있던 법관들의 불만이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결국 공포됐다

▲우리나라 검사 제도는 기소가 아니라 사건 수사, 조사가 본질이고 핵심이다. 수사와 조사는 기소 여부를 정하는 대전제가 된다. 따라서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의사로 비유하면 진찰권을 박탈하고 처방권만 주는 셈이다. 판사를 예로 들면 재판권을 박탈하고 선고권만 남기는 것이다.

“검수완박? 의사에 진찰권 
박탈하고 처방권만 주는 셈”

-검수완박 후폭풍은 어느 정도일까?

▲정책의 결과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국민 입장에서는 당장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검찰개혁으로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립 이후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이전 정부 때와 비교해 배가 됐다. 이는 국민에게 치명적인 피해다. 뒤늦게 실현되는 정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가 필요한 순간에 해결이 안 되면 그게 진정한 정의라고 할 수 있나?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민주당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빼앗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겨주겠다고 했다. 국민이 고소·고발을 진행할 때 검찰·경찰·공수처·중수청 등 최소 4곳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6대 범죄를 외우고 다닐 것도 아니고 애매한 부분은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그러다 보면 고소·고발장이 수사기관에서 ‘뺑뺑이’ 도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여기에 고위공직자, 가진 자에 대한 수사는 철저하게 차단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

▲파격적인 인사라고 생각한다. 파격적인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장단점이 따른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정부에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았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그렇고. 문정부의 파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바라는 점은?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법조 이외에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문외한일지언정 법만큼은 전문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근간이 돼야 한다. 법치주의를 제대로 확립할 수 있다면 나머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문정부에서 무너진 법치주의를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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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