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구인난이 심각하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에 걸릴까 불안에 떨거나 실제로 걸려서 일을 못하는 직원이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사정도 자영업자만큼이나 심각하다. 민주당은 처절한 ‘구인난’에 직면해있다.
“난장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요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 지도부 총사퇴 수순을 밟은 민주당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원내대표를 서둘러 뽑았다. 이제 이들이 해야 할 다음 과제는 지방선거 ‘인물 찾기’다.
난장판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두 선거는 항상 비슷한 시기에 치러졌기 때문에 좋게던 나쁘게던 서로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1952년에 처음 실시된 지방선거는 시·읍·면의회의원 선거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지방자치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기 때문에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뽑는 선거는 따로 하지 않았다.
1960년 12월이 돼서야 자치단체장을 뽑는 시·읍·면장 선거를 진행했다. 다만, 이때 단체장선거는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6월)와는 별개로 진행됐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 이후 지방자치제가 폐지되며 지방선거는 ‘멈춤’ 상태로 약 30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1991년 노태우정부에 의해 지방자치제도가 비로소 부활했다.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은 1995년이 돼서다. 이때부터 유권자들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동시에 직접 뽑을 수 있는 이른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후 지방선거는 대선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는 ‘정치 나침반’ 역할을 수행했다.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았던 호남과 영남 지방의 선거 결과는 논외로 하고,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결과는 곧 당시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을 선호하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바로비터가 돼줬던 것이다.
하고 싶다는 사람 많은데
정작 내보낼 후보가 없네
4년 주기의 지방선거와 5년 주기의 대선은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늘 비슷한 시기에 선거가 치러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는 당시 임기 말 레임덕을 겪고 있었던 노무현정부 시절 실시됐다. 결과는 모두가 예상했듯,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압승이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물론 호남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이 한나라당 인사들로 채워졌다. 당시 평론가들은 “민주당 정부가 잃은 민심이 지방선거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이후 실시된 2007년 대선에서도 승리해 지방권력과 중앙권력 모두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선거는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다. 이때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겪은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국민들의 민심을 한 순간에 잃었다.
새누리당은 2017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주며 야당으로 전락한 데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와 경북 지역을 제외한 모든 단체장 자리를 민주당 인사들에게 빼앗겼다.
이제 이들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매우 중요한 선거다.
역대급 초박빙의 대선이 끝난 지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라 국민들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패배 후의 선거’라는 2007년의 복사판이 되는 ‘무서운’ 선거다.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국민의힘에게 넘겨준다면 2024년에 있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승부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방 권력 사수를 사실상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특히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 선거에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를 쏟은 만큼의 결과물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 ‘인물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의 한 인사는 “‘알바몬’에라도 기대야 하나”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던졌다.
무엇보다 자신 있게 승리를 장담할 만한 ‘필승카드’가 부재하다.
국민의힘에는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꺾고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을 노리고 있고, 경기도지사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전략공천이 거론되고 있다.
대선주자들 다시 소환
거물급 인사들과 접촉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재선의 박주민 의원, 김진애 의원, 4선의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은 거물급 인사를 총동원해 물망에 올려놓고 언론플레이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 측은 이재명 상임고문과 이낙연 전 대표, 송영길 전 대표까지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외에도 “현재 알려지지 않은 거물 몇몇과 접촉 중”이라며 기자들에게 알려온 바 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오 시장을 이기기 위해선 박 전 장관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춘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이 같은 위기 의식 속에 등장한 것이 이 고문, 이 전 대표와 송 전 대표다. 몇 달 전부터 몇 명의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음에도, 비대위 측이 대선주자들을 다시 소환하고 다른 거물급 인사들과 접촉 중인 데에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한몫했다.
냉정히 말해 당 지도부는 지금 서울시장직 출마를 희망하는 의원들 중에는 박 전 장관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춘 이들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약 57%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오 시장을 이기려면 인지도와 정무 경험을 고루 갖춘 인물이 민주당에게 필요하다. 당 지도부는 재선의 의원들과 우 의원을 경기에 내보내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막상 비대위가 마음에 들어하는 ‘거물급’ 인사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최근 이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 후 미국행을 재차 확인한 바 있고, 이 고문은 지방선거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함께 거론됐던 송 전 대표만이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에 뛰어들 것을 알렸다.
선당후사
다만, 민주당의 전통적 기조인 ‘선당후사’ 정신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항상 당의 이익 앞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뒤로 미루는 선택을 해왔다. ‘초비상’ 상태인 민주당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거물급 인사들의 ‘시장 출마 고사’가 송 전 대표처럼 언제든지 ‘출마 선언’으로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