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에서 자신했던 선거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제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만 이 대표도 입지를 굳힐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여기저기서 내홍의 조짐이 보여서다.
대선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쉴 틈은 없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천 페널티 규칙을 둘러싼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이런 탓에 이 대표가 재차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격 시도?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새 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정치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젊음을 무기로 기존 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로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대선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며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도 일조했다. 대선 기간 내내 이 대표가 자신 있게 내세운 선거전략은 세대 포위론과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오히려 국민의힘의 역풍으로 이어졌다.
대선 결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불과 0.73%p 차이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 대표가 자신있게 말했던 호남 30% 득표, 10%p 차이 승리와는 정반대 결과였다.
막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 쪽으로 20대 여성들의 표심이 몰려서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게는 선거전략에서의 책임론과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다. 이 두 가지 여파는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여성 당원들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던 갈라치기 전략이 역풍을 맞게 된 셈이다. 사실상 지방선거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탓에 이 대표를 향한 평가를 두고서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의 승리 여부가 향후 이 대표의 입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지 못한 탓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지방선거가 잠재된 위기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젊은 당 대표가 꼰대 정당으로 불린 당에서 보수 정당 열풍을 불게 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대선에서 활용했던 전략을 그대로 사용한 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모든 책임이 이 대표를 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좌시만 할 수 없는 상황인 터라 이 대표도 벌써부터 지방선거 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당직 개편부터 나섰다. 5개월 만에 한기호 사무총장을 재임명했다. 한 총장은 이 대표가 선출된 직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그를 재차 임명한 이 대표의 행보에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또 오랜 기간 지방선거를 준비해온 만큼 당내 잡음을 줄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한 총장의 합류로 이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실질적 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친윤(친 윤석열) 인물도 지방선거를 위해 영입됐다. 정진석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권성동 의원을 영입인재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새 인물 위주 구성 밑그림
페널티 놓고 집안싸움 시작
두 인물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정 의원과 권 의원을 전면 배치해 윤 당선인을 향한 민심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된다.
이 대표의 파격적 시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직후보자기초자격시험(PPAT)을 통해 인물론을 강조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포착된다.
이 방식은 이 대표가 꾸준히 추진해온 새로운 공천 방식 중 하나로 광역·기초 의원 출마하는 인물이 대상자다. PPAT는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와 공직선거법 등 의정활동에 필요한 부분을 평가하는 지표다. 이와 함께 청년층의 정치 진출을 돕고 국민의힘의 험지로 분류된 지역 진출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PPAT가 좋은 취지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일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PPAT를 9등급제로 운영하고 비례대표의 지원 자격을 기초 의원은 3등급 이상, 광역 의원 2등급으로 제한한 규정 탓에 국민의힘 내홍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만일 PPAT를 통한 후보 결정이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경우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공천 페널티 규칙도 내홍을 겪게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공천 페널티 규칙은 최근 5년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인사가 공천을 신청할 경우엔 15% 감점, 현역 의원은 10%를 감점받는다.
우려가 나오는 지점은 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 의원의 탈락이라는 변수다. 공천 페널티 규칙이 적용되는 인사들이 많지 않지만 현역 의원들 중에는 홍준표 의원이 감점 대상자 중 한 명이다. 부과되는 페널티는 25%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도 나와 윤 당선인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일찌감치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의 경쟁자는 당 지도부에 소속돼있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다(지난 28일, 최고위원직 사퇴).
문제는 김 전 최고위원이 공천 페널티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을 인지한 홍 의원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페널티가 사실상 자신을 겨냥한 게 아니냐며 연일 김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해당 여파는 고스란히 이 대표에게까지 불거졌다.
앞서 김 전 최고위원이 이 대표가 초안을 작성했다며 책임을 돌렸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천권을 둘러싼 반발 여론이 확산될 경우 당내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선 상황에서 대선 기간 겪었던 선대위 갈등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한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런 탓에 이 대표가 지방선거까지 자체 내홍을 잘 봉합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홍으로 인해 당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자칫 지방선거 패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지방선거에서 패배를 기록할 겨우 모든 책임이 당 대표에게 지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파괴 시도?
결국 이 대표는 진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공천 페널티와 관련해 재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신에게까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