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10만원' 산불진화대의 눈물

화마 속 목숨 건 ‘계약직’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 6일 울진과 삼척이 대형 산불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강릉과 동해도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됐다. 피해 면적이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달한다. 며칠간 이어진 산불과의 사투. 그 최전선에 선 이들이 있다. 바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이들은 산 위에서는 화마와 싸우고, 산 아래에서는 열악한 처우와 싸운다. 

여느 화재 현장들과는 다르게, 산불진화의 주역은 소방관이 아니다. 소방관 역시 화재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이들은 마을로 옮겨붙는 불을 진화하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생각하는 ‘산속 화마와의 사투’는 오롯이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의 몫이다.

사투

특수진화대는 문재인정부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산림청 아래에 편성됐다. 2003년부터 운영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였다. 현재 전국 5개 지방산림청과 28개 국유림 관리소에서 435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산불진화 출동이다. 평소 주 5일 업무시간과는 별개로, 산불이 발생하면 주말과 낮밤을 가리지 않고 ‘비상 출동’한다. 국유림·사유림 구분 없이 즉시 현장 투입된다. 10명가량이 한 조를 이뤄 무거운 호스를 든 채로 산을 오른다.

호스 길이는 50m, 무게는 자그마치 40kg에 이른다. 이 호스를 상황에 따라 최장 1km까지 연결한다.


산불진화 작전에는 대개 소방헬기가 투입된다. 소방헬기는 넓은 면적의 큰불은 잘 잡을 수 있어도 울창한 숲속 작은 불씨들은 잘 잡지 못한다. 또 야간에는 운행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특수진화대의 진가는 이 같은 소방헬기의 한계를 메워주는 부분에서 십분 발휘된다.

이들은 낮에 헬기가 큰불을 잡을 동안 측면 산불과 잔불 진화에 주력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방화선 구축도 진행한다. 

밤이 되면 모든 진화작업이 이들 몫이다. 어둡고 험준한 산을 넘나들면서 크고 작은 모든 산불과 싸워야 한다. 이 때문에 특수진화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순발력, 단합력이 필수다.

일단 현장에 진입하면 불이 꺼질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 김밥 같은 가벼운 음식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하면서 밤을 지새운다. 계속 불을 끄러 뛰어다녀야 한다. 거센 불길과 연기를 가장 앞에서 맞이하면서도 방독면은 쓸 수 없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속을 뛰면서, 방독면까지 쓰기에는 너무 숨이 찬 탓이다.

한 해 중 절반에는 만성적인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다. 봄가을의 산불조심 기간에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산불 최전선 고군분투 
현실은 열악한 처우뿐


출동하지 않을 때도 다양하게 활동한다. 평소에는 산불 진압장비를 정비하고 체력·상황 훈련을 병행한다. 산불이 많이 나지 않는 여름철에는 병해충 방제, 임도 변 풀베기, 위험목 제거 등의 각종 산림 사업을 돕는다. 홍수·산사태 대비 시설물 정비에도 참여한다.

이들은 이번 대형 산불진화작전에도 투입됐다. 며칠 동안 목숨을 걸고 산불진화의 최전방에서 활약한 공이 하나 늘었다. 그와 대비되는,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선 논란에서 정부가 약속한 처우 개선 소식은 찔끔 진행된 뒤로 아직 ‘함흥차사’다.

2019년 발생했던 강원도 화재. 이 역시 임야 1227ha(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든 큰 화재였다. 이때 특수진화대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의 처우 문제가 처음 대두됐다.

당시 이들은 모두 단기계약 비정규 노동자들이었다. 10개월짜리 기간제 계약에, 일당 10만원이라는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임금을 받았다. 여론은 이들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산불이 아닌 만성적인 고용 불안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일각에서 우려한 업무 공백도 실제로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김해 분성산에서 일어난 산불에 특수진화원이 투입되지 못했던 비화가 ‘단기계약 만료’로 알려졌다. 

아울러 “불안정한 고용조건으로 재지원하지 않고 떠나는 대원이 많았다. 신입 대원들과 손발을 다시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현장의 성토도 이어졌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특수진화대를 상시 지속 업무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결국 비판 여론이 거세진 이후인 2020년에야 100억원 예산을 투입해 대원 300명 중 16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인원들의 계약 기간도 12개월로 늘리고, 인원도 135명 추가 확충했다. 

당시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까지 특수진화대 정규직 운영에 대한 성과 평가를 실시해 예산 당국과 협의한 뒤 남은 인원의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다만 정규직은 만 60세 연령 제한이 있어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대원도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감서도 지적됐지만…
구체적인 개선안 전무

적어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시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이외에도 산림청은 임금, 보상휴가 등의 산적한 처우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산림청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수진화대의 임금은 첫 고용 당시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월 250만원 수준으로 동일했다.


특수진화대는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빈번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받은 초과수당은 0원이다. 초과근무수당으로 편성된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수당 대신 보상휴가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보상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공짜로 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보상휴가 사용현황을 보면 특수진화대는 총 배정시간 3만7729시간 중 2427시간을 사용하지 못했다. 미사용률이 약 6.4%다. 특히 남부청(영남권)이 13.9%로 가장 높았다. 중부청(충청) 12.9%, 북부청(서울, 경기)이 12.7%로 뒤를 이었다. 다른 곳의 미사용률은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점들을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매년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정부가 채용하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의 임금이 5년간 동결되고 초과근무수당조차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공유받지 못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들은 바 없다”며 “국감 당시에도 듣지 못했고, 이후로도 의원실로 연락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지난주 특수진화대 처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산림청 관계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주 기승을 부렸던 산불 탓인지, 결국 담당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함흥차사

그 시간, 특수진화대는 여전히 동해안 등지에서 진화작전을 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부족한 처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이들은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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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