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이달 초, 동갑내기 청년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배구선수 고(故) 김인혁씨와 인터넷 방송인 故 조장미씨(BJ잼미)입니다.
두 사람은 극단적인 사이버 불링에 시달리며 큰 괴로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태의 배후로 일부 유튜버들이 지목되었는데요.
그들의 이름은 바로 ‘사이버렉카’입니다.
사이버렉카란 ‘특정 이슈에 대해 빠르게 상황 설명을 덧붙여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를 일컫는 말입니다.
주로 짜깁기 영상과 자극적인 자료를 사용하는데요.
피해자들을 괴롭게 한 건 분명 도를 넘은 ‘악성 댓글’이지만, 사이버렉카가 뭇매를 맞은 이유는, 특정인에 대해 사실무근의 루머를 퍼뜨리고 재생산하는 일종의 ‘진원지’이기 때문입니다.
사이버렉카가 특정인을 저격한 게시물을 올리면 해당 이슈가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끌게 되고, 이후 사이버 불링이 시작되는 방식인데요.
그렇다면 사이버렉카는 대체 왜, 처벌이 어려운 것일까요?
첫째는 사이버렉카 게시물 대다수가 ‘추측성’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상에 특정인에 대한 루머를 퍼뜨린 사람은 보통 허위사실 유포죄, 혹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되는데요.
하지만 사이버렉카들은 확정적인 단어 대신 주로 ‘의혹’ ‘논란’ 등의 단어를 사용해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명시적으로 욕설을 하기보다는 ‘좋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식의 메시지에 그치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어렵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이버렉카의 온상인 유튜브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 협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왔는데요.
소위 ‘알고리즘 신’이라 불리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어, 영상의 내용과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추천’하기 때문입니다.
또 문제 있는 영상을 신고해도 적극적인 차단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 누리꾼들은 ‘#유튜브도_공범’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이러한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고운의 서진수 변호사는 “네이버 같은 플랫폼은 수사기관 요청이 들어오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인적사항을 파악해 수사기관에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협조를 해주기 때문에, 피고소인 특정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와 같은 해외 플랫폼은 그런 수사 협조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고소하더라도 피고소인이 누군지를 몰라 수사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독일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네트워크 집행법(Netzwerkdurchgesetz)’이 마련돼있습니다.
‘이용자가 200만명 이상인 소셜미디어에 혐오 콘텐츠가 올라올 시,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언뜻 합리적인 대안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80% 이상의 게시물이 그대로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종차별이나 성폭력 등 ‘명백한 불법’에 해당하는 콘텐츠들만이 삭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인기 있는 국내 사이버렉카의 경우 그 구독자 수는 100만명을 호가하는데요.
그들의 광고 수익은 월 몇 천만원대며, 라이브 방송인 ‘슈퍼챗’을 진행하는 경우 한 번에 5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는 수익을 내기도 합니다.
결국 유해한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완벽하게 분류해 차단하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그들은 ‘정보 전달’의 탈을 쓰고 현행법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사이버렉카와 더불어, 자극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겠습니다.
많은 연구진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공격성이 눈에 띄게 심화됐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온라인 환경 내의 ‘혐오 장사’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