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롯데GRS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코로나19 여파라고 보기에는 뒷걸음질이 예사롭지 않다. 선장 교체 카드를 꺼내면서까지 반등을 이루고자 몸부림쳤지만,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에는 힘에 부친 모습이다.
1979년 10월 설립된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외식 계열회사다. 롯데지주가 지분 54.44%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호텔롯데(18.77%), 부산롯데호텔(11.29%), L제12투자회사(15.50%) 등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뒷걸음질
최근 롯데GRS는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연결기준 1조원대였던 매출은 이듬해 8000억원대로 감소한 데 이어, 2020년에는 6000억원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롯데GRS의 부진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결과였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시작한 2020년 중반 이후 소비자들이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면서 외식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롯데GRS의 실적 하락 폭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2019년 213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6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같은 기간 순손익 역시 194억원 흑자에서 337억원 손실로 돌아서기에 이르렀다.
덩달아 재무상태도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다. 2014년 51.9%였던 롯데GRS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8년 194.9%, 2020년 270.1%로 치솟았다. 2014년 8.8%에 불과했던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0년 56.5%까지 상승했다.
롯데GRS가 최악의 흐름을 거듭하자 롯데그룹은 최고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8년부터 롯데GRS를 이끌어온 남익우 대표이사를 대신해 차우철 전무를 롯데GRS 신임 대표이사로 내세운 것이다.
경희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차 대표는 1992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롯데제과 전산, 구매 담당을 거친 인물이다. 2017년부터 3년 넘게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전무)을 지냈고, 2020년 11월 롯데GRS를 이끌 구원투수로 낙점받았다.
코로나 직격탄…구원투수 등장했지만
기대보다 못한 현주소…성과 언제쯤?
차 대표는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단행했고, 해당 과정을 거치며 롯데GRS가 실적 반등에 성공할 거란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차 대표를 축으로 이뤄진 체질 개선 작업은 특출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손실 10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순손실 222억원) 대비 적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4분기 실적을 합산할 경우 2년 연속 대규모 순손실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나이스신용평가는 A2였던 롯데GRS의 단기 신용등급을 지난해 말 A2-로 조정했다. 2019년 6월 A2로 떨어진 이후 2년여 만에 또 한 번 강등된 셈이다.
나신평 측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외식업황 지속 및 경쟁심화 등에 따른 사업 기반의 저하 추세, 커피전문점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 지연 등으로 인한 저조한 영업수익성, 자체 수익창출력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제한적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 주력 브랜드에 대한 재정비 작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뤄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표 취임 직후 신설했던 브랜드이노베이션TF를 팀으로 격상해 브랜드전략팀을 신설했고, 이곳에서 브랜드의 경쟁력 제고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GRS가 단기간에 매출 확대를 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장 수가 급격히 축소된 만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한계가 뒤따를 거란 시각이다.
실제로 1세대 엔제리너스는 2014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90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스타벅스에 이어 커피프랜차이즈 매장 수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매장 수는 전성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439곳에 그친다.
위상 흔들
롯데리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롯데리아는 오랜 기간 패스트푸드 업종에서 매장 수 1위를 유지했지만,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KL&P)가 운영하는 맘스터치에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 선두 자리를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