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실려 있는 ‘인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다.
“부부간 화목하지 못하는 까닭은 남편은 ‘천존지비(天尊地卑)’의 설을 지켜 스스로 높은 체하여 아내를 억눌러 꼼짝 못하게 하고, 아내는 ‘제체(齊體)’의 의의를 지키어 ‘나나 저나 동등한데 무슨 굽힐 일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데서 연유할 뿐이다.
평상시 서로 사이좋게 지낼 때에는 반드시 이렇지 않을 것이나, 조금만 불화가 생기면 욕설이 분분하고 각기 자존심을 다 가져 예경(禮敬)을 잃으니, 자못 하늘과 땅이 비록 높고 낮으나 만물을 화육(化育, 천지 자연이 만물을 만들어 생장하게 함)하는 공은 동일하다는 것을 모른다.
대저 부부는 비록 제체라 하나 강유(剛柔)의 분수는 어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평상시에 친압(親狎, 아무 흉허물 없이 사이가 가까움)해 서로 공경하고 조심하지 않은 때문이다.”
상기 글을 인용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글에 두 번 등장하는 제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함이다. 제체는 몸을 나란히 한다는 처는 지아비와 한 몸이라는 뜻으로 일심동체를 의미한다,
이덕무 부부는 “제체지만 강유의 분수는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유는 말 그대로 강함과 부드러움으로 부부는 남편이 지니고 있는 강과 아내가 지니는 유가 조화를 이루어 완벽하게 하나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사회에서도 부부는 제체임을 인정하고, 더해 촌수가 없는 무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정식 부부를 맺기 위한 결혼식에서 혼인서약서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이 부분을 거론하고 있다.
이제 이를 감안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를 살펴보자.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 총괄위원장의 발언은 참으로 애매하다. 한편으로 살피면 지극히 정략적으로 비쳐진다. 80대인 그가 부부는 제체임을 모를 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에게는 부부가 제체여야 하지만 대통령 후보의 경우는 예외로 둘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필자는 김 총괄위원장과 정반대의 사고를 지니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보다도 한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은 반드시 부인과 제체를 이뤄야 하고,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그 아내 역시 동일선상에서 엄격하게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대목은 잠시 접어두고 김건희에 대해 살펴보자.
미안한 표현이지만 산전수전에 더해 공중전, 지상전까지 겪어본 필자가 살필 때 그녀의 개조된 얼굴부터 시작해서 정체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윤석열과 그녀의 조합에 부부가 지녀야 하는 강유를 접목시켜보자.
한마디로 끔찍하다. 정치에 대해 아니, 검찰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판정 난 윤석열과 온갖 의혹에 사로잡혀 있는 그녀의 조합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윤석열은 “아내와 관련된 국민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며 사과했다.
뒤이어 ‘아내 관련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은 말미에 분명하게 언급했다. 법과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고.
이에 따르면 답은 명쾌해진다.
김건희의 의혹에 위법 사항이 밝혀진다면 그녀와 제체인 윤석열은 대통령 후보직에서 곧바로 사퇴해야 옳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