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도는' DGB금융 회장님 리스크

누굴 앉혀도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홍역을 치렀던 DGB금융지주가 또 한 번 구설에 휘말렸다. 투명 경영을 강조했던 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몇 해 전과 혐의만 다를 뿐 최고위층이 연루된 비위행위는 도통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DGB금융그룹은 대구·경북지역에 거점을 둔 DGB대구은행을 중심으로 2011년 5월 출범한 금융기업집단이다. 지주사인 DGB금융지주를 비롯해 ▲DGB대구은행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DGB캐피탈 ▲하이자산운용 ▲DGB유페이 ▲DGB데이터시스템 ▲DGB신용정보 ▲하이투자파트너스 등이 소속돼있다. 

회사는
풍년인데…

지배구조의 맨 꼭대기에는 DGB금융지주가 자리 잡고 있으며, DGB금융지주가 나머지 계열회사를 아우르는 구조를 띠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올해 3분기 기준 지분 12.66%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고, OK저축은행(5.10%)도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이다.

올해 들어 DGB금융지주는 뚜렷한 실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3176억원) 대비 43.7% 증가한 4564억원이고, 지배주주 순이익(4175억원)과 영업이익(6120억원)은 각각 47%, 50% 증가했다.

비이자 이익 증가로 3분기 만에 전년 연말 기준 실적을 뛰어넘었다.


주력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이 이익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DGB대구은행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768억원, 순이익은 2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6%, 40.3% 급증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0.7%에서 0.53%로, 연체율이 0.54%에서 0.31%로 개선되는 등 향후 이익 전망도 밝다.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회사의 선전도 돋보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하이투자증권이 1301억, DGB캐피탈이 615억원으로 각각 51.5%, 117.3% 증가했다. 

이처럼 DGB금융그룹은 계열회사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순풍을 타고 있지만, 생각지 못한 잡음으로 인해 심각한 속앓이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고 경영진이 잇따라 구설에 엮인 상황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한술 더 떠 에게 씌어 진 뇌물 제공 혐의로 인해 그룹 이미지 추락이 표면화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윗선이
문제

지난 6일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김남훈)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과 DGB대구은행 임원 3명을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캄보디아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취득하기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건넬 로비자금 350만달러(약 41억원)를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DGB대구은행은 2018년 글로벌 영업 확대를 위해 캄보디아 현지 대출전문은행을 인수하고, 현지 법인 ‘DGB 스페셜라이즈드 뱅크(SB)’를 설립했다. SB는 특수은행으로 업무가 제한적인 관계로, DGB대구은행은 예금 등의 수신업무와 외환, 카드, 전자금융까지 가능한 상업은행의 지위를 얻고자 했다.

문제는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매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초 캄보디아 현지 사옥 건물 매입을 위해 현지 중개인에게 133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했지만, 건물은 제3자에게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은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했다.


이후 DGB대구은행은 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은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행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DGB대구은행장을 겸직 중이었던 김 회장을 비롯해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 글로벌 사업본부장, 캄보디아 현지 특수은행 부행장 등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조직적인 뇌물 공여라고 판단했다. 또 이들이 지난해 5월 로비자금을 마련하고자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부풀려 로비자금 300만달러를 부동산 매매대금에 포함되는 것처럼 가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뇌물 제공 의혹 망신
헛구호가 된 투명 경영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DGB금융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7일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김 회장의 퇴진과 대대적 혁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참여연대는 “검찰이 김 회장 등에 대해 성역 없이, 더욱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며 “김 회장은 일부라도 사실이 명백하다면 즉시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회장직 등 직위도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 역시 성명서를 내고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비리 혐의가 대구은행 간부들의 중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DGB금융지주의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무력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구경실련은 “국제사회 대외 신용도를 하락하고 금융기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형사적 책임과 상관없이 행위 자체만으로도 중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변호인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한 상황이다. 김 회장 측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음에도 불구속 기소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 중 상당 부분은 실체적 진실과 차이가 있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터진
구설수

김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DGB금융지주는 투명 경영에 대한 그간의 노력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김 회장은 사회적 책임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투명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2018년 5월 김 회장이 취임할 당시 DGB금융그룹은 연이은 추문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특히 간부급 직원이 비정규직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터진 최고위급 임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치명적이었다.

2018년 초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일명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또 박 전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은행직원 채용 과정에서 각종 평가등급이나 직무점수를 상향 조작하는 방법으로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와 채용 비리 의혹이 공론화되자 2018년 3월 정기주총에서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지역 사회와 주주,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배구조 개선 및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전 회장은 실형을 피할 수 없었다. 2019년 10월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배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도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하거나 지휘했고,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하는 방법으로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인정된 상태였다. 

겉만 그럴듯
속 빈 강정

박 전 회장의 중도 사퇴로 인한 공백을 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김 회장이었다. 2018년 5월 취임 당시 김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조직 내부와 지역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등 모범적인 지배구조와 경영문화를 갖춘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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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