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쿠쿠전자라는 우산 아래서 몸집을 키운 엔탑이 쏠쏠한 쓰임새를 드러내고 있다. 지주사의 배당 제원 마련을 간접 지원하는 역할 뿐 아니라, 차남 회사의 실적 상승에도 일조하는 모습이다. 내부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쿠쿠홀딩스그룹은 7곳의 국내 법인(▲쿠쿠홀딩스 ▲쿠쿠홈시스 ▲쿠쿠전자 ▲엔탑 ▲제니스 ▲가야개발 ▲쿠쿠사회복지재단)과 13곳의 해외법인으로 이뤄진 집단이다. 지주사인 쿠쿠홀딩스가 지배구조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도된 성장
쿠쿠홀딩스를 지주사로 세운 지배구조는 2017년 12월 밑그림이 그려졌다. 당시 쿠쿠전자는 인적분할을 통해 쿠쿠홈시스(렌탈)를 신설했고, 존속법인이었던 쿠쿠전자(생활가전 제조)는 물적분할을 거치며 지주사인 쿠쿠홀딩스와 자회사인 쿠쿠전자로 나뉘었다.
이후 오너 일가는 ‘쿠쿠홀딩스→쿠쿠전자·쿠쿠홈시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최상단에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쿠쿠홀딩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6.97%에 달한다.
구자신 쿠쿠홀딩스 회장의 장남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가 지분율 42.36%로 최대주주이고, 차남 구본진 제니스 대표는 18.37%를 보유 중이다. 구자신 회장은 최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올해 초 6.97%였던 지분율이 4.86%로 하락했다.
쿠쿠홀딩스의 중요도가 지배구조상에서 부각된다면, 쿠쿠전자는 그룹의 핵심 사업 회사로서 가치가 빛을 발한다. 국내 전기밥솥 분야의 최강자인 쿠쿠전자는 연평균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시장에서 7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5619억원으로, 동종업계 2위인 쿠첸(1852억원)과는 세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쿠쿠전자의 실적은 나머지 계열회사의 성적표를 좌우한다. 쿠쿠전자가 양호한 실적을 올리면, 계열 회사마저 덩달아 수익성이 좋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엔탑은 쿠쿠전자로부터 엄청난 수혜를 얻고 있다.
일감 독점해 알짜회사 등극
오너 제원으로 활용된 배당
쿠쿠홀딩스가 지분 42.2%를 보유한 엔탑은 밥솥의 내·외부 코팅을 비롯해 밥솥의 필수 부품인 유도가열(IH)코일, 밥솥의 외장 코팅에 필요한 도료 등을 쿠쿠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57.8%)의 소유주에 대해서는 공개된 게 없다.
엔탑은 ▲2018년 448억원 ▲2019년 417억원 ▲지난해 462억원 등 매년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쿠쿠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엔탑이 쿠쿠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시킨 매출의 비중은 ▲2018년 86.3% ▲2019년 87.7% ▲ 2020년 87.7%를 나타냈다.
쿠쿠전자를 등에 업은 엔탑은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엔탑의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은 ▲2018년 20.9% ▲2019년 20.7% ▲2020년 24.7% 등이었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엔탑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370억원, 순이익 69억원을 달성한 상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 순이익은 3.3% 증가했다.
수년 째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엔탑은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 80억원씩 현금 배당을 실시한 엔탑은 지난해 배당액을 90억원으로 늘렸다. 배당성향은 ▲2018년 95.64% ▲2019년 107.38% ▲지난해 98.27%로 집계됐다.
엔탑이 실시한 배당의 최대 수혜자는 쿠쿠홀딩스였다. 엔탑 지분 42.2%를 보유한 쿠쿠홀딩스는 최근 3년간 엔탑으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엔탑에서 쿠쿠홀딩스로 흘러간 배당금은 간접적으로 오너 일가의 제원이 됐다. 쿠쿠홀딩스는 2019년과 지난해에 각각 186억원, 20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엔탑에서 실시한 배당금의 일부가 쿠쿠홀딩스를 거쳐 쿠쿠홀딩스 지분 66.97%를 보유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셈이다.
쏠쏠한 쓰임새
또 엔탑은 구본진 대표가 운영하는 제니스의 납품처로 활용되고 있다. 제니스는 2019년과 지난해에 각각 42억원, 41억원의 매출을 엔탑에서 발생시켰다. 엔탑과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9년 15%, 지난해 12.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