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차바이오그룹 오너 일가가 가족회사를 앞세워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어느덧 가족회사는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급부상한 상태. 오너 일가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완해주는 역할에 그쳤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가족회사의 활약 덕분에 그룹의 후계자 역시 덩달아 위상이 높아졌다.
차바이오그룹은 총 11곳의 국내 법인을 아우르는 기업집단이다. 소속 기업으로 ▲차이바오텍 ▲CGM제약 ▲차백신연구소 ▲차헬스케어 ▲차메디텍 ▲차케어스 ▲서울씨알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차바이오랩 ▲2014솔리더스성장사다리스타트업펀드 ▲Matica Holdings 등이 있다. 또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차병원), 학교법인 성광학원(차의과학대학) 등 비영리법인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우회 방식
치료제 개발 및 컨설팅을 주목적으로 하는 차바이오텍은 그룹 지배구조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 3분기 기준 차바이오텍은 경영참가 목적으로 출자한 법인 9곳(▲CGM제약 ▲차백신연구소 ▲차헬스케어 ▲차메디텍 ▲차케어스 ▲서울씨알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차바이오랩 ▲Matica Holdings)에서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오너 일가는 차바이오텍을 통해 계열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지분율만 놓고 보면 그리 압도적인 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차광렬 차병원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의 차바이오텍 지분율은 6.53%였고 ▲장남 차원태 차바이오그룹 부사장(4.73%) ▲장녀 차원영씨(2.37%) ▲차녀 차원희씨(1.93%) ▲배우자 김혜숙씨(0.97%) 등 오너 일가 지분을 합쳐봐야 16.53%에 불과했다.
대신 성광학원(4.14%)을 비롯한 비영리법인 3곳과 케이에이치그린(6.07%), 그룹 임원진 등이 오너 일가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완했다. 이들 가운데 케이에이치그린은 오너 일가의 우호세력일 뿐 아니라, 승계 과정에서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가족회사 앞세운 대관식 준비
앉은 자리서 위상 올라간 후계자
올해 3분기 기준 차바이오텍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0.67%로 확대됐다. 올해 초(27.77%)와 비교하면 2.62%p 상승한 수치다.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주식 전환과 장내 매수가 특수관계인 지분 확대로 이어진 형국이다. 특히 케이에이치그린의 지분 확대가 두드러졌다.
케이에이치그린은 지난 7월 287억원에 해당하는 CB 및 BW를 144만4505주로 전환했다. 주식 전환 이후 케이에이치그린가 보유한 차바이오텍 지분은 기존 6.07%에서 9.77%로 확대됐고,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차 소장은 지분율이 6.10%로 하락하면서 2대주주로 내려앉았고, 차 부사장 역시 지분율이 4.42%로 떨어졌다.
케이에이치그린의 지분 확대는 차 부사장의 위상이 강화됐음을 의미했다. 1995년 6월 설립된 케이에이치그린은 차 소장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99.99%를 보유한 오너 가족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중구 충무로 및 인현동2가 등지와 일산차병원 등 장부가 745억원의 토지 및 건물을 보유한 알짜 법인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케이에이치그린의 최대주주는 지분 40.04%를 보유한 차 소장이었다. 하지만 차 소장은 2019년 5월 최대주주 지위를 후계자인 차 부사장에게 넘겨줬다. 그 결과 차 부사장은 케이에이치그린 지분 40.1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확실한 효과
케이에이치그린이 차바이오텍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오너 일가→케이에이치그린→차바이오텍’으로 이어지는 차바이오그룹 지배구조는 한층 선명해졌다. 특히 차 부사장의 차바이오텍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됐다. 올해 3분기 기준 차 부사장이 직접 보유한 4.43%와 케이에이치그린의 보유 주식을 합하면 지분율은 15%에 근접한다. 10.8%였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3.39%p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