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심상정-김동연 3지대 합종연횡 한계

  • 박용수 기자 exit750@hanmail.net
  • 등록 2021.11.15 10:31:45
  • 호수 13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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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 긁어모아도 밑바닥 지지율

[일요시사 정치팀] 박용수 기자 = 내년 3월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는 ‘0선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지만 중앙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고,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후 정권 마지막 해 정계에 입문한 지 4개월 남짓밖에 안 되는 정치 신인이다. 이처럼 집권 여당과 제1야당 후보가 국회 경험이 없는 인물로 대선이 치러지는 건 19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이다.

두 후보는 한 쪽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다른 한 쪽도 발맞춰 가듯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두 후보 모두 국민들에게 비호감도가 더 높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세대와 중도층에서 비토 정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

여·야 뿐만 아니라 제3지대 후보들도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만 가지고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 대선 활동에서 어떤 공약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는 물론 제3지대 후보들까지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거활동에 혈안이 돼있다. 왜 이렇게 젋은층의 표심을 열망하는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막판까지 여야 후보들의 2030 표심 잡기 경쟁은 복마전(伏魔殿)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 청년층 가운데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비율도 40대와 50대·60대 이상에 비해 2배나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탓이다. 20대에서는 윤 후보 지지율이 31.2%, 이 후보 지지율은 17.0%였으나, 30대에선 이 후보가 34,9%의 지지율로 30.5%인 윤 후보를 제쳤다.


각 정당 후보 진영에서는 이들 2030 세대의 의 표심잡기가 절실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한 중도 포기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4개월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 카드 없이는 지지율 제고 방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안 후보의 대선 가도는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지지 강도가 약해지면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여지를 둘 수 있다고 한 적은 있으나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던 바 있다.

야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 후보와 연대나 단일화를 선택하진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제3지대로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와 단일화 성사 문제는 대선 활동도 얼마 하지 않은 사람에게 아직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여론과 당내에서 안 후보의 안팎 지지율이 5%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어 사실상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과 안 후보와의 인연은 재보궐선거 때부터 껄끄러운 관계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안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후보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과 단일화했던 만큼 정권교체란 명분으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윤 후보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삼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안철수-김종인 불편한 동거?
여야 러브콜 단호히 거절

국민의당은 “어차피 진영대결은 시차를 두고 또 붙는다. 11월 초중순까지는 벌어졌다가 다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윤 후보를 두고 훨씬 더 지저분한 네거티브가 펼쳐져 컨벤션 효과는 사라질 것이고, 민주당·국민의힘 모두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그때 안철수를 위한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김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공과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정권의 초대 경제부총리”라며 “문정권은 초대 경제 정책인 ‘소주성’(소득주도성장) 등 많은 논란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문정권의 공과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셔야 우리도 정체성을 좀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며 “안 후보는 정치적으로 반(反)문재인, 비(非)국민의힘 노선을 지향하는데 김 후보는 문정권에 대한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새로운물결’의 송문희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제3지대 인지부터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제3지대에 맞는 콘텐츠를 들고 오면 언제든지 상대할 용의가 있는데, 그걸 피하는 상황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중도로 시작해 민주당으로 갔다가 다시 회색지대, 현재는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등 중도→진보→회색→보수로 오간 모호한 정체성의 정치’를 해온 안 후보가 제3지대 후보라는 타이틀을 가지려면 정치적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앞으로 중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은 지지율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5%를 기준으로 그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캐스팅보트를 손에 쥐는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만약 2% 대의 미미한 지지율에서 머무른다면 결국 선택지는 막판 사퇴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단일화로 포장하겠지만 사실상 중도 포기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단일화를 이룬다면 안 후보 본인이 정권교체를 부르짖어 왔는데, 자기로 인해 정권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계 관계자는 “자신이 막판에 양보해서라도 정권이 바뀌면 바뀐 정권에서 자기 입지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같이 갈 것인지, 제3지대와 함께 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기득권 타파를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24일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강고한 양당구조로는 대한민국이 20년 넘게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 정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로?
간 보는 중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 후보에 대해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제3지대로 불리고 있는 김 후보의 여러 가지 철학이나 정책들을 보면 민주당과 가깝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는 “여야의 러브콜보다 국민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단일화는 기득권의 정치 행태”라며 “대선은 이런 ‘법’과 ‘밥’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의 김 후보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관료 시절에도 이명박정부의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쳐 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는 기회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패 기득권 카르텔이다. 그들만의 기득권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괴물까지 만들었다”며 1호 공약으로 ‘공무원 기득권 깨기’라며 공직을 관리직과 전문직으로 나누고 관리직은 정년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5급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직 경제 관료직으로 있었던 만큼 관피아나 공피아로 불리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호 공약으로 ‘5개 서울 만들기’를 골자로 한 국가균형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광주·호남 등 다섯 지역에 서울 수준의 메가시티를 구축해 권역별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권 도전 4번
이번이 마지막 소명

김 후보는 “5년 단임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단순 다수 소 선거제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당 개편과 같은 정치개혁들이 훨씬 중요하다”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기득권화돼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제3지대 후보로 태풍의 눈처럼 떠오를 후보는 김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계에서는 “아직 대선은 4개월이나 남아 있다”며 “현재의 정권교체 구도는 정확히 (<삼국지>에서)적벽대전(赤壁大戰) 구도”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군소정당 여야 후보들의 단일화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대선 결과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칠 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7년부터 지금 14년 동안 4번의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진보여제’ ‘철의 여인’ 등으로 불려온 심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다. 20대 대학생(서울대 역사교육과)으로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해 대우어패럴 등 의류 봉제 업체 미싱사를 거쳐 써니전자, 남성전기 등에서 일하면서 25년간의 노동운동 끝에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으로 정치에 입성했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200만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선전한 심 후보는 국회 입성 이후 꾸준히 대권에 도전장을 던져왔다.

심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도 또다시 출마했다. 같은 해 10월12일 진보당 대선후보로 단독등록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4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사표론에 떠밀려 완주하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26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사퇴했다.

자투리 셋 모여 거대 양당 깨뜨릴 수 있나
일단 각자도생···이-윤, 안-김 단일화 숙제

심 후보는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현재 심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과거와 같은 후보 사퇴는 없다는 게 심 후보의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심 후보가 제3지대 대선후보로 나오는 것은 내년 선거구도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 대선 도전에 나선 심 후보는 지난 8월29일 네 번째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며 민심을 공략했던 바 있다.

또 2030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심 후보 캠프 전면에서 나선다. 심 후보도 젊은 세대의 표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좌혜영’ ‘우호정’을 놓고 대선정국에서 많은 표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심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노동과 젠더 선진국, 주4일제, 기후 위기 선도 등의 공약도 함께 내놨다.

민주당을 겨냥해선 “수구보수 세력을 부활시킨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의 중심에는 문재인정부의 실패가 있으며 가장 큰 원죄가 민주당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나 정치를 안 해오신 분들”이라며 “이 후보는 민주주의적 감수성이 부족하면 행정독재로 나갈 수 있고, 윤 후보는 공작정치로 나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와 정의당에 냉담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고착화된 양당정치의 오랜 폐습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평소에 지방자치제에 무지했던 후보들이 각 지방을 돌면서 유권자들에게 자기 알리기에 주력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역패권주의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정의당만
완주 가능성

이와 관련해 심 후보는 “앞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은 지역적으로 편승하는 보수적인 선거 활동을 탈피해서 공정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아야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it75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 가를 2030세대 표심

2030세대가 20대 대통령선거의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했다. 전체 유권자 대비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은 이념 및 지역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선은 보수적 표보다는 부동층의 표심에 대선 당락이 결정짓기 때문에 젋은층을 겨냥한 대선 공략을 대거 내놓을 심산이다.

이와 함께 제3지대가 해결해야 할 단일화 문제 또한 여야가 대선 결선까지 무시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3지대의 표심도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에 젊은 층 표심이 몰렸지만, 홍 의원에 후보에서 떨어지자 국민의 힘을 탈당한 책임당원(선거인단)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탈당자 중 75%(약 2200여 명)가량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탈당 인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홍 의원의의 표심이 국민의 힘에 힘을 싣는 데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탈당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쏠린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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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