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인터뷰> 젠더 갈등 중심에 선 배인규 신 남성연대 대표

선동꾼이냐 선봉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젠더 갈등이 전례 없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혐오를 자양분 삼아 자라난 젠더 갈등은 이제 2021년 대한민국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됐다. 갈등의 진폭이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젠더 이슈가 사회 한복판으로 들어온 셈이다. 신 남성연대는 그 시소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배인규 신 남성연대 대표를 만났다.

신 남성연대는 고 성재기씨의 남성연대를 계승한다는 명목을 가진 안티 페미니즘 단체로 지난 4월 결성됐다. ‘왕자’ ‘리옷좌’ 등의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배인규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신 남성연대 유튜브 채널은 지난 2월 개설한 이후 8개월 만에 38만여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등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극과 극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소재의 신 남성연대 사무실에서 배인규 대표를 만났다. 신 남성연대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은 아직 분양되지 않은 곳이 많아 군데군데 공실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 앞에 달려 있는 CCTV도 눈길을 끌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해코지’를 막기 위한 일종의 예방책이라고 했다. 

주변은 고요하고 어디서 시작될지 모를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사무실 환경은 신 남성연대의 현 상황과 맞닿아 있다. 내부에는 유튜브 운영을 위한 장비가 사무실 한 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배 대표는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는데 경찰 조사를 받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2030 남성의 인권을 대변하는 유일한 단체의 수장’ ‘논란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장사꾼’ ‘페미 코인에 탑승한 선동꾼’ ‘안티 페미니즘의 선봉장’ 등 배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으로 갈린다. 이 같은 상황은 하나의 표적을 두고 일점사하는 배 대표의 공격 방식에서 비롯됐다. 그의 표적은 ‘극단적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다.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항한 단체
“남성인권 아닌 아이들을 위해”

배 대표의 스타일은 필연적으로 논란을 낳았다. 세월호 유가족 ‘쓰리썸’ N번방 피해자 ‘창녀’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세월호 사건, N번방 사건 등에 발언을 얹었고, 그 발언들은 배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에 색안경을 덧씌웠다.

배 대표는 발언의 과격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본질을 봐달라고 주장했다. 

배 대표와 신 남성연대를 둘러싼 논란은 역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뚜렷한 노선, 확실한 표적, 강한 공격성 등 말 그대로 ‘내 편은 확실히 만족시킨다’는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가는 곳마다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탄탄한 지지를 얻었다. <일요시사>는 배 대표가 주장하는 그 본질을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

다음은 배 대표와의 일문일답. 

-신 남성연대에 대해 소개해 달라.

▲신 남성연대는 남성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만연해있는 극단적인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조직이다.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극단적 페미니즘 시위와 온라인 점령에 대항하는 그런 단체다. 


-신 남성연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극단적인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가 길거리를 점령했고 동시에 온라인을 점령했다. 정치인들이 그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성 인권은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 정말 절벽 끝까지 밀려버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들이 점령한 길거리를 되찾겠다’ ‘그들이 점령한 온라인을 되찾겠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신 남성연대가 남성 인권을 위한 단체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내가 젊어 보여도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젠더 교육이 가치관이 아직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은 초등학생, 유치원 아이를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내 아이가 그들이 제작해 놓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양성평등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남성 인권을 위해 싸운다기보다 우리 아이를 위해 싸운다고 봐줬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젠더 교육’에 대한 예시를 들어 달라.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라는 곳이 있다. 초등학생을 교육하기 위한 자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들이 실제로 제작했던 자료 중에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동영상이 있다. 대한민국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표현했다. 성인은 이런 자료를 접했을 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아이는 아니다. 이런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조롱, N번방 피해자 ‘창녀’ 발언 등 논란이 많은데.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간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성역화되면서 언론이 해당 사건에 대해 보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광화문 광장에서 ‘떡을 치면서 떡춤을 추자’ 말 그대로 대서특필됐다. 본질은 아픔의 장소에서 일어난 부적절한 관계다. 물론 과격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N번방 사건도 마찬가지다. 조주빈은 희대의 악마다. 그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다만 N번방 피해자를 성역화하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본다. 피해자가 여성이면 성역화하고 나라에서 지원해주면서, 피해자가 남성이면 ‘그럴만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가. 피해자의 피해는 인정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불법행위가 있다면 무조건 옹호할 것이 아니라 처벌해야 된다. 

세월호·N번방 등 논란 많아
“과격성 인정, 본질 봐 달라”

-과격한 시위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온다는 지적이 있다.

▲그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존에도 극단적 페미니즘에 맞섰던 단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다.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제성이 없었고 스타성이 없었다. 대중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투쟁은 실패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앉아서 품위를 지키고, 올바른 슬로건만 외치는 방식으로는 페미니스트에게 잡아먹힌다. 지금은 맞서 투쟁해야 될 시기다.


-성별 갈등을 조장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질문 자체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나와 신 남성연대에 씌우려는 프레임인지 아닌지 사리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방향성과 길이 옳다는 것을 대중이 알기 때문에 2030세대는 물론 50대에서도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속내는?

-신 남성연대의 앞으로 활동 방향성에 대해 말해준다면.

▲현재 신 남성연대 주가를 가상화폐에 빗대면 비트코인 100원 시기다. 얼른 풀매수 때려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데모꾼이다. 지금은 코로나19 4단계로 집회가 막혀 있는 실정인데,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라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고 내년 이맘때쯤 대형 집회를 기획해 여태까지 몰려왔던 수세를 뒤집는 역전 한판을 노리겠다. 성별 갈등 이슈에 관심 없는 대중에게 이런 이슈, 저런 이슈, 이런 집단, 저런 집단이 있다는 것을, 한쪽 집단이 명확하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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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