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인터뷰② '포기는 없다' 김두관 막판 전략

“윤석열 탄핵 못 한 게 천추의 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한창이다. 김두관 의원은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언더독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그의 대권 행보를 인터뷰했다. 

“나갔다 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에서 꽃길만 걸어온 분들이 여기 있다. 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곳에서 빡빡 기며 여기까지 왔다. 경남 남해 제 고향에서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벽보를 지켰다. 험지 영남에서 노무현정부 출범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런데 제가 꼴찌다. 이보다 더 야속한 일이 어디 있겠나.”

‘대선 재수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지난달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온 김 의원이 당원들에 대한 야속함을 끝내 토로한 것.

‘칠전팔기’라고 했던가. 김 의원은 11번 치른 공직선거에서 5번 당선되고 6번 떨어졌다. 그중 경남에서만 9번 출마해서 4번 당선되고 5번 고배를 마셨다.

그의 굴곡진 정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공화국 해체, 지방도 잘 사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20대 대선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의원이 올해 6월 출간한 <꽃길은 없었다>라는 책 제목이 그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김 의원은 마을 이장으로 시작해 36세에 남해군수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전국 최연소 지자체장’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3년 3월 노무현정부의 첫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고, 2010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로 승리했다.


탄탄대로는 잠시였다. 2012년 지사직 중도 사퇴가 악수가 됐다. 재임 2년 차에 김 의원은 대선행을 택했다. 350만 도민들의 민심은 싸늘하게 식었고, 그해 보궐선거에서 경남은 보수 정당에게 넘어갔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흑역사’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이후 김 의원은 정치적 공백기를 가진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김포갑, 21대 총선에서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지역구 탈환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을 아우르는 업적으로 대권 잠룡 후보에 올랐다.

김 의원은 자타공인 ‘지방자치 전문가’로 꼽힌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그의 공로 덕분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의원은 과거 지역지 <남해신문>을 창간한 이력이 있다. 직접 신문 영업에 뛰어들어 소외된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고 한다. 그에게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어진 배경이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불평등 해소와 분권 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담대한 포부를 내놨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냈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의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다. 그 덕에 이렇게 성장했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국토의 대부분인 지방은 메말라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이걸 깨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잘 먹지도 않는 반찬을 상에 올려 놓듯이, 구색 맞추기로 균형발전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많다. 기득권을 뚫고 개혁해나갈 사람, 그 적임자는 바로 저 김두관이다. 

-여러 대권 공약 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다섯 개의 메가시티와 두 개의 특별자치도로 재구조화하겠다는 게 대표 공약이다. 다른 후보들도 균형발전을 말하지만, 진짜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저는 수술을 하자는 것이고, 다른 후보들은 그저 반창고나 붙이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대한민국의 가장 절박한 문제고, 김두관만이 이것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5년도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넘기면, 지방은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은.

▲지난달 11일, 균형분권국가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대통령, 국무총리, 법률로 정하는 국무위원과 지방행정부의 장으로 구성되는 ‘균형분권 국무회의’를 현재 국무회의와 같이 대통령의 심의기구로 신설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과세권과 입법권을 부여해 실질적인 분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균형분권 국가를 위해 그간 제안했던 내용을 한데 묶었고, 새로운 과제도 제안했는데 ▲5개 메가시티 및 2개 특별자치도 재편 ▲혁신기업 지방 유치 ▲지방 기업·대학·연구기관 협업 체제 강화 ▲농산어촌 공동체 스마트 그린마을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11전 5승 6패’ 굴곡진 정치 여정
‘리틀 노무현’ 서울공화국 해체 선언

-2030 민심을 위한 공약은.

▲우선 청년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과 현장 간담회와 줌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 청년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민기본자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이면 청년기본법 후속 조치로 기재부 등 주요부처에 정책 전담 조직이 생겼고, 인력도 보강된다. 지난 간담회에서 청년들의 제안을 받아 청년청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대권후보로서 본인의 경쟁력은.

▲지방에서,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져온 정치인이다. 이장이라는 생활정치의 영역부터, 군수, 도지사, 장관까지 지내면서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경험해봤다.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이다. 당연히 행정능력이 매우 중요한 자리다. 맡은 직위에 있을 때마다 뚜렷한 개혁 성과를 만들어온 후보라는 점에서 타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떤가.

▲이재명 지사는 장단점이 명확한 분이다. 적어도 업무능력으로는 검증된 분이라고 생각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외의 자질이나 개인 주변의 문제들은 대선후보로서 엄격히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말 번복을 두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탄핵 관련 입장을 두고 말을 번복했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자리에 따라 교묘하게 말씀을 번복해왔다. 과거 탄핵의 주체였던 민주당 소속일 때는 마치 탄핵에 참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지금 와서는 그때 탄핵 반대로 투표를 했다고 한다.

이런 후보를 믿을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정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또 거기에 걸맞게 책임을 지는 분이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분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야권 대권후보 홍준표 의원이 봉하마을에서 ‘2002년 노무현처럼’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아마도 도전해 역전을 만들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전 스토리는 여야를 떠나 정치를 하는 분들은 누구나 동경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윤 전 총장은 지도자감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실언을 한다. 요즘에는 아주 입을 닫지 않았는가. 말과 행동에서 지도자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입당 후 내부 사람들과 많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 않은가. 저는 윤 전 총장이 당의 후보가 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건에 대한 생각은.

▲검찰이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고발을 사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검언유착을 넘어 전방위적인 정치검찰의 행태가 고스란히 밝혀진 사안이다. 의혹의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윤 전 총장은 당장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저는 이 사건은 국정조사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윤석열 탄핵을 추진하다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권주자들 역시 부동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국무위원인 장관들 청문회만 해도 현미경으로 검증하는 것이 다반사다. 대권주자라면 그만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대권주자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직을 지낸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 저는 이 주장을 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입장에 적극 찬성 입장을 냈다. 자기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 탐욕적인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야권에 비해 밀리고 있다. 

▲애초부터 경선 시점을 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충분히 집단면역을 이룬 이후 시점으로 연기할 수 있었는데, 지도부가 기존 일정을 강행했다. 지금 당장 순회 경선부터 많은 제약이 있다. 당원과 지지자 없이 치러지는 경선이라 아무래도 맥 빠지는 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제서야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야당 주자들이 자리 잡을 시간을 골고루 줘서 구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경선 시점을 보면 오프라인 진행 환경도 민주당보다 나은 것 같다. 

노의 반전 드라마처럼 “대역전극 쓰겠다”
하루 멀다하고 실언 윤 “지도자감 아니다”

-지지율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략이 있다면.

▲선거에 딱히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 저는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당당히 승부를 하려고 한다. 본격적인 경선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본선 경쟁력이 평가받을 것이다. 결국에는 수도권의 이재명, 호남의 이낙연, 영남의 김두관 구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달 2일이 경남 지역 권리당원 투표인데, 약진을 예상하나.

▲다른 지역보다는 높게 나올 것 같지만, 얼마나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직 다른 지역 경선이 많이 남았고 시간도 한 달 가까이 남았다. 순회 경선에서 거두는 성적에 따라 경남지역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남북관계의 위기 해소와 진전,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 K-방역 코로나 대응, 문재인케어, 권력기관 개편 등 이전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다만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시민들의 주거 마련 여건이 악화돼 민심이 안 좋아진 점이 무척 아쉽다. 주거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1순위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여권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개혁 과제는.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대사업자 특혜는 반드시 폐지하고 넘어가야 한다. 당이 다주택자 문제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은.

▲저는 법안에 찬성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법안 내용 중에서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걸 그냥 바로 반대했다고 언론이 써버렸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 것뿐인데, 언론에서는 그것만 실었다. 언론중재법 통과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6세 군수가 되었을 때부터 기자실을 폐쇄하면서까지 실천해왔다. 

-여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현상에 대한 의견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그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정치인은 이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 그것들이 쌓여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는 선출된 의원들은 당원들의 쓴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원의 권리기도 하다.

-만약 이번 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은 결과를 말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불평등 해소와 분권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너무 많다.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득권을 뚫고 중단 없는 개혁에 매진하겠다.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구독자 분들에게 덕담 부탁드린다.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을 맞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도 완화되지 않아 보고픈 가족들을 보지 못하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끝까지 힘을 모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여당 경선 중입니다. 저도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비전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지지해 주시고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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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