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이낙연의 나침반

이재명 낙마만 보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당 대선후보를 확정하며 축제 분위기에 빠질 줄 알았으나, 곧바로 이어진 이낙연 캠프 측의 경선 결과 불복 주장에 축제는커녕 당 전체가 혼란 속으로 빠졌다. 곧 이어 당 지도부의 강도 높은 반박이 이어졌고, 갈등은 이낙연 캠프와 민주당 지도부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다행히 이 전 대표가 직접 작성한 경선 승복 선언문을 발표하며,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본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득표율 50.29%를 얻으며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과반수 이상을 얻으면, 결선투표 없이 최종 후보로 확정되는 민주당의 특별당규상, 50% 넘는 득표율을 얻은 이 지사가 최종 후보가 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 측의 생각은 달랐다.

다시 원팀?

본경선 당일, 결과를 들은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한 축하 인사나, 경선 결과 수용을 한다는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다만,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의 마음이 정리되는 대로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 여러분 늘 차분한 마음, 책임 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짧게 경선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로부터 하루 후, 이낙연 캠프 측은 공식적으로 경선 룰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잡아야 한다. (무효표를 반영한)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49.32%로, 결선투표가 진행돼야 하는 수치”라며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 특별당규에 대한 지도부 판단에 착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측이 주장한 ‘특별당규에 대한 착오’는 특별당규 59조와 60조에 대한 민주당 선관위의 해석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특별당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 59조 1항에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할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60조 1항에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쓰여있다.

이 두 조항이 충돌하는 지점은 당규 59조 1항의 ‘무효 처리’에 대한 부분이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무효표’가 아닌 ‘무효’로 해석했다.

김두관·정세균 후보가 사퇴했으니, 후보들이 사퇴 전에 던진 표가 총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표’라는 것이다. 반면, 이낙연 캠프 측은 이를 ‘무효표’로 해석했다. 두 후보가 사퇴하긴 했지만 이미 ‘공표된 결과’이니 ‘단순 합산’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이낙연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 설훈 의원은 당 지도부에 대해 보다 거친 비판을 했다. 그는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 경선 과정에서 50.29%라는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결정이 난 상태에서 다툼이 있다 생각하더라도 정무적 판단을 해야 될 게 당 지도부”라며 송영길 대표를 겨냥해 “누가 보더라도 송 대표는 공정하지 않고 일방에 치우쳐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봉합됐지만…감정싸움 깊은 상처
3일 만에 경선 승복…향후 행보는?

지난 12일 저녁 무렵,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수십명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촛불과 피켓을 들었다. 자리에 모인 지지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경선 불복’을 주장하고 있었다.

피켓에는 다소 과격한 표현인 ‘사사오입’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사오입’이란 한마디로 ‘반올림’이란 뜻인데, 1954년 이승만정권의 자유당이 부정 개헌의 이유를 ‘사사오입’이라고 들면서 유명해진 단어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잘못된 민주당 경선 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40%대를 50%대로 만들었다”며이것이 꼭 이승만정권 당시의 ‘사사오입 개헌’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의 거센 반발에 민주당 지도부도 반기를 들었다. 송 대표는 지난 13일, YT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언론 개혁을 떠들던 개혁 당원이라는 분들이 이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된다고 본다”고 불쾌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팽팽하게 대립을 이어가던 양측의 갈등을 봉합하고 나선 건 이 전 대표 본인이었다.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 시위 후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저녁, 직접 작성한 ‘사랑하는 민주당에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경선 결과 승복’이었다.

그는 해당 글에서 “대통령 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한다. 저는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며 “민주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고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4일 이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인 설 의원과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을 비롯해 필연캠프에서 활동한 32명의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해단식을 열었다. 

그는 “동지분들께 상처 주지 마셔야 한다. 일시적으로 경쟁할 수 있지만, 다시 우리는 하나의 강물이 돼야 한다”며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서 유린하는 것, 그건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며 “더 이상의 갈등은 없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저는 어른이 된 뒤 처음으로 이정표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됐다”며 “여러분과 함께했기 때문에 저에게 펼쳐진 불확실한 미래, 목적지도 가는 길도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항해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향후 행보는 밝히지 않았다.

각자도생?

<일요시사>는 경선 이후의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묻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낙연 캠프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으로부터 “당장은 드릴 말씀이 마땅치 않아 인터뷰는 사양하고자 한다. 양해해주시라”라는 답변만 들었다. 이 전 대표의 향후 거취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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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