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해성그룹 10년 후계전쟁 막전막후

땅부자 왕회장 똑같이 한입씩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은 슬하에 장남 단우영 부회장과 차남 단우준 사장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 나란히 그룹에 들어와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두 아들은 직책, 지분, 권한 등을 거의 똑같이 2등분해왔다. 하지만 해성그룹 3세 후계구도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변혁기를 맞이하면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은 수차례에 걸친 한국제지 지분 매입과 부친인 단사천 명예회장의 상속 등을 통해 탄탄한 2세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가족회사인 해성산업이 단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탄탄한 체제
손자들 약진

1947년 3월생인 단재완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제지의 자회사인 한국팩키지 대표이사 등을 겸임하며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1년 단사천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제지 회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2세시대를 열었다.

단 회장의 경영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단 명예회장과 부인인 김춘순 여사 사이에 9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아들은 단 회장 하나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된 단 회장은 오너 2세들 중 한국제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단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 작업은 200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단 명예회장이 한국제지 수장으로 재직하던 1997년 말까지만 해도 단 회장의 지분율은 5%대였다. 최대주주였던 단 명예회장(17.6%)과 해성문화재단(6.16%)에 이은 3대주주였다.

이듬해 단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단 회장은 1998년 한국제지 주식 13만6000주(2.72%)를 매입해 지분율을 8.54%로 끌어올렸다. 해성문화재단을 제치고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섰다.

1999년 단 회장은 한국제지 주식 27만5000주(5.5%)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14.04%로 끌어올렸다. 같은 해 단 명예회장은 손자인 단우영 해성디에스 사장과 단우준 해성디에스 부사장에게 한국제지 주식 일부를 증여해 지분율을 8.33%까지 낮췄다.

그 결과 한국제지 창사 이후 40년 만에 최대주주가 단 명예회장에서 단 회장으로 바뀌었다.

상속 등 장차남 2등분…안정적인 2세 구도 
‘컨트롤타워 구축’ 3세 후계작업 변화 조짐

화룡점정은 지분 상속이었다. 단 회장은 부친 타계 후 이듬해인 2002년 한국제지 주식 22만8477주(4.6%)를 넘겨받았다. 이 거래로 단 회장의 지분율은 18.61%까지 상승했다. 사실상 단 회장 1인 체제가 온전히 구축된 셈이다.

이후 2004년 단 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한국제지 지분율을 18.85%까지 끌어올렸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2012년 단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더 강화됐다. 이번엔 모친인 김춘순 여사가 외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여사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단 회장에게 한국제지 주식 4만4135주(0.88%)를 물려줬다. 그 결과 단 회장의 한국제지 지분율은 19.73%까지 상승했다.

탄탄한 오너십의 또 다른 근간은 단 회장 가족회사다. 단 회장 일가가 직접 소유·경영하고 있는 해성산업이 15년째 한국제지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며 지배력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

1954년에 설립된 해성산업은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빌딩과 중구 해남빌딩, 부산 중구 송남빌딩 등을 소유·관리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해 알짜 회사로 불린다.

지난 6월말 기준 해성산업의 최대주주는 단 회장(33.25%)이다. 단 회장의 두 아들인 단우영 부회장(14.61%)과 단우준 사장(14.46%)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단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해성산업 지분율만 60%가 넘는 셈이다. 

해성산업은 단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활동할 때부터 한국제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시 지분율은 1.09%로 미미했다.

강남 부자
알짜 회사

한국제지 경영권이 단 회장에게로 넘어가면서부터 해성산업의 지분 매입 행보가 활발해졌다. 해성산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제지 주식 22만72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5.63%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단 회장에 이은 한국제지 2대주주다.

해성산업의 잇단 지분 매입으로 단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제지 의결권이 25.36%까지 높아졌다. 해성산업이 대를 이어 오너 일가 지배력 구축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3세 승계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성그룹은 현재 해성산업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첫 단계로 제지 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 ‘한국제지’를 세울 계획이다. 5000억원대 자산을 가진 100% 자회사가 생기면서 지주비율 50%를 달성, 지주사 성립 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에선 그동안 기계적으로 진행돼왔던 3세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단우영 부회장과 단우준 사장은 ‘데칼코마니’에 비견될 정도로 동일하고, 균형에 맞춰 승계 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1979년생과 1981년생으로 두 살 터울인 형제는 어려서부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두 형제는 나란히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졸업 후에는 똑같이 삼일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2008년 장남이 먼저 경영 수업을 시작했고 곧 차남도 그룹에 합류했다.

독자적 분담?
유리한 장남

단 회장은 동일하게 기회를 열어줬다. 일찍이 사업 영역을 분리해 독자경영 기반을 마련해주는 여타 그룹사들과 달리 두 형제는 항상 같은 시험 무대에 섰다. 이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제지와 계양전기, 해성산업, 해성디에스 등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로서, 이사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두 아들이 양쪽에서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는 형국이다.

담당 업무만 다르다. 명목상 단우영 부회장이 운영 총괄을, 단우준 사장은 전략 총괄을 맡고 있다. 제지와 산업용품, 반도체 등 사업 성격이 전혀 다른 전 영역에 걸쳐 3세들이 공동 경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독자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주사 전환 목적은 1차적으로 각 사업 부문별 특성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해 조직 효율성과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에 전문 경영 시스템 도입 없이 기존의 3세 공동 경영 방식을 고수할 경우, 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분을 잃어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고 더 나아가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결국 오너 일가 맞춤형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행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인수한 백판지 전문기업 ‘세하’ 이사진 구성 현황이 그 증거다. 단 회장은 두 아들 중 장남인 단우영 부회장에게만 등기임원 자리를 허락했다. 여기에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내줬다. 이전까지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 자리는 단 회장 몫이었다. 유일하게 그 권한을 장남에게 넘겨준 셈이다.

‘데칼코마니’ 형제 행보…항상 같은 시험대
보수적인 일가 장남 유리? “속단은 이르다”

반면, 둘째 단우준 사장은 세하 미등기임원으로 전략 총괄 업무만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성그룹은 향후 단 회장과 두 아들이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두루 경영하는 구도로 움직일 것”이라며 “당장 물리적인 계열분리나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는 않더라도 후계자들이 독자경영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남인 단 부회장이 차남에 비해 승계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적인 해성그룹 일가에서 ‘장남’이라는 지위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다 2011년 단 부회장이 출시를 직접 진두지휘한 복사지 ‘밀크(milk)’가 대성공을 거두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단 부회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08년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전무로 승진한 직후인 2011년에는 직접 수차례 소비자 조사를 나가는 등 8개월간의 준비 끝에 밀크라는 복사지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단 부회장은 보수적인 제지기업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네이밍 업체와 협력하는 한편 해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해성여고 학생 등 젊은 고객층을 두루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밀크는 출시 1년 만에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복사지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더불어 그룹의 지주사격인 해성산업의 지분 역시 근소하기는 하지만 단 부사장이 동생인 단우준 전무보다 0.15%포인트 앞서있다.

속단은 금물
가능성 다양

재계에서는 해성그룹 3세 경영승계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점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단재완 회장이 형제간 공동경영 체제를 만들지, 실적에 따라 한쪽으로 지분을 몰아줄지, 아니면 한국제지 및 해성산업 등 주요 계열사는 형 단우영 부회장에게 주고 계양전기, 해성MDS 등 전기, 반도체 계열은 동생 단우준 전무에게 나눠줄지 알 수 없으며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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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