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해성그룹 10년 후계전쟁 막전막후

땅부자 왕회장 똑같이 한입씩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은 슬하에 장남 단우영 부회장과 차남 단우준 사장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 나란히 그룹에 들어와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두 아들은 직책, 지분, 권한 등을 거의 똑같이 2등분해왔다. 하지만 해성그룹 3세 후계구도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변혁기를 맞이하면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은 수차례에 걸친 한국제지 지분 매입과 부친인 단사천 명예회장의 상속 등을 통해 탄탄한 2세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가족회사인 해성산업이 단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탄탄한 체제
손자들 약진

1947년 3월생인 단재완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제지의 자회사인 한국팩키지 대표이사 등을 겸임하며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1년 단사천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제지 회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2세시대를 열었다.

단 회장의 경영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단 명예회장과 부인인 김춘순 여사 사이에 9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아들은 단 회장 하나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된 단 회장은 오너 2세들 중 한국제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단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 작업은 200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단 명예회장이 한국제지 수장으로 재직하던 1997년 말까지만 해도 단 회장의 지분율은 5%대였다. 최대주주였던 단 명예회장(17.6%)과 해성문화재단(6.16%)에 이은 3대주주였다.


이듬해 단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단 회장은 1998년 한국제지 주식 13만6000주(2.72%)를 매입해 지분율을 8.54%로 끌어올렸다. 해성문화재단을 제치고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섰다.

1999년 단 회장은 한국제지 주식 27만5000주(5.5%)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14.04%로 끌어올렸다. 같은 해 단 명예회장은 손자인 단우영 해성디에스 사장과 단우준 해성디에스 부사장에게 한국제지 주식 일부를 증여해 지분율을 8.33%까지 낮췄다.

그 결과 한국제지 창사 이후 40년 만에 최대주주가 단 명예회장에서 단 회장으로 바뀌었다.

상속 등 장차남 2등분…안정적인 2세 구도 
‘컨트롤타워 구축’ 3세 후계작업 변화 조짐

화룡점정은 지분 상속이었다. 단 회장은 부친 타계 후 이듬해인 2002년 한국제지 주식 22만8477주(4.6%)를 넘겨받았다. 이 거래로 단 회장의 지분율은 18.61%까지 상승했다. 사실상 단 회장 1인 체제가 온전히 구축된 셈이다.

이후 2004년 단 회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한국제지 지분율을 18.85%까지 끌어올렸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2012년 단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더 강화됐다. 이번엔 모친인 김춘순 여사가 외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여사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단 회장에게 한국제지 주식 4만4135주(0.88%)를 물려줬다. 그 결과 단 회장의 한국제지 지분율은 19.73%까지 상승했다.


탄탄한 오너십의 또 다른 근간은 단 회장 가족회사다. 단 회장 일가가 직접 소유·경영하고 있는 해성산업이 15년째 한국제지 2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며 지배력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다.

1954년에 설립된 해성산업은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빌딩과 중구 해남빌딩, 부산 중구 송남빌딩 등을 소유·관리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해 알짜 회사로 불린다.

지난 6월말 기준 해성산업의 최대주주는 단 회장(33.25%)이다. 단 회장의 두 아들인 단우영 부회장(14.61%)과 단우준 사장(14.46%)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단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해성산업 지분율만 60%가 넘는 셈이다. 

해성산업은 단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활동할 때부터 한국제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당시 지분율은 1.09%로 미미했다.

강남 부자
알짜 회사

한국제지 경영권이 단 회장에게로 넘어가면서부터 해성산업의 지분 매입 행보가 활발해졌다. 해성산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제지 주식 22만72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5.63%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단 회장에 이은 한국제지 2대주주다.

해성산업의 잇단 지분 매입으로 단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제지 의결권이 25.36%까지 높아졌다. 해성산업이 대를 이어 오너 일가 지배력 구축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3세 승계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성그룹은 현재 해성산업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첫 단계로 제지 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 ‘한국제지’를 세울 계획이다. 5000억원대 자산을 가진 100% 자회사가 생기면서 지주비율 50%를 달성, 지주사 성립 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에선 그동안 기계적으로 진행돼왔던 3세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단우영 부회장과 단우준 사장은 ‘데칼코마니’에 비견될 정도로 동일하고, 균형에 맞춰 승계 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1979년생과 1981년생으로 두 살 터울인 형제는 어려서부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두 형제는 나란히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졸업 후에는 똑같이 삼일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2008년 장남이 먼저 경영 수업을 시작했고 곧 차남도 그룹에 합류했다.

독자적 분담?
유리한 장남

단 회장은 동일하게 기회를 열어줬다. 일찍이 사업 영역을 분리해 독자경영 기반을 마련해주는 여타 그룹사들과 달리 두 형제는 항상 같은 시험 무대에 섰다. 이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제지와 계양전기, 해성산업, 해성디에스 등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로서, 이사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두 아들이 양쪽에서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는 형국이다.

담당 업무만 다르다. 명목상 단우영 부회장이 운영 총괄을, 단우준 사장은 전략 총괄을 맡고 있다. 제지와 산업용품, 반도체 등 사업 성격이 전혀 다른 전 영역에 걸쳐 3세들이 공동 경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독자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주사 전환 목적은 1차적으로 각 사업 부문별 특성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해 조직 효율성과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에 전문 경영 시스템 도입 없이 기존의 3세 공동 경영 방식을 고수할 경우, 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분을 잃어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고 더 나아가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결국 오너 일가 맞춤형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행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인수한 백판지 전문기업 ‘세하’ 이사진 구성 현황이 그 증거다. 단 회장은 두 아들 중 장남인 단우영 부회장에게만 등기임원 자리를 허락했다. 여기에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내줬다. 이전까지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 자리는 단 회장 몫이었다. 유일하게 그 권한을 장남에게 넘겨준 셈이다.

‘데칼코마니’ 형제 행보…항상 같은 시험대
보수적인 일가 장남 유리? “속단은 이르다”


반면, 둘째 단우준 사장은 세하 미등기임원으로 전략 총괄 업무만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성그룹은 향후 단 회장과 두 아들이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두루 경영하는 구도로 움직일 것”이라며 “당장 물리적인 계열분리나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는 않더라도 후계자들이 독자경영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남인 단 부회장이 차남에 비해 승계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적인 해성그룹 일가에서 ‘장남’이라는 지위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다 2011년 단 부회장이 출시를 직접 진두지휘한 복사지 ‘밀크(milk)’가 대성공을 거두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단 부회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08년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국제지에 입사했다. 전무로 승진한 직후인 2011년에는 직접 수차례 소비자 조사를 나가는 등 8개월간의 준비 끝에 밀크라는 복사지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단 부회장은 보수적인 제지기업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네이밍 업체와 협력하는 한편 해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해성여고 학생 등 젊은 고객층을 두루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밀크는 출시 1년 만에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복사지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더불어 그룹의 지주사격인 해성산업의 지분 역시 근소하기는 하지만 단 부사장이 동생인 단우준 전무보다 0.15%포인트 앞서있다.

속단은 금물
가능성 다양

재계에서는 해성그룹 3세 경영승계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점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단재완 회장이 형제간 공동경영 체제를 만들지, 실적에 따라 한쪽으로 지분을 몰아줄지, 아니면 한국제지 및 해성산업 등 주요 계열사는 형 단우영 부회장에게 주고 계양전기, 해성MDS 등 전기, 반도체 계열은 동생 단우준 전무에게 나눠줄지 알 수 없으며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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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