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짝퉁 판치는 골프용품의 세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07 10:20:57
  • 호수 13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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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짜리가 5만원…중국산 찾는 골린이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골프 붐이 일면서 짝퉁 골프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이들을 노린 짝퉁 골프용품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오죽하면 골프 용품들이 나서서 단속에 나설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사람들은 골프장으로 향했다. 비즈니스용 스포츠로 인식되던 골프가 최근 남녀노소 즐기는 스포츠로 변모했다.

MZ세대
우르르∼

지난해 1회 이상 골프장을 찾은 골프 인구는 637만명으로 최근 3년간 35.8% 증가했다. 연간 누적으로는 4371만명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지난 1년간 평균 7회 정도 골프장을 찾은 셈이다. 2010년대 들어 매년 4조~5조원에 머물던 국내 골프장 매출은 지난해 7조원대로 올라섰다.

골프장을 처음 찾은 인구가 늘어난 데에는 2030인 MZ세대가 한몫했다. 이들이 골프장과 스크린골프장을 찾고 골프용품을 구매하면서 ‘골린이’(골프+어린이 합성어)가 2020년 골프업계를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골린이 열풍은 올해도 식을 줄 모르며 골프업계에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1~6월) 골프용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0.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6월 골프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5% 증가했다. 통상 여름철은 ‘골프 비수기’로 알려졌지만, 무더위가 시작한 6월에도 전년 대비 42.3% 매출이 늘었다. 

최근 중고용품 거래에서도 골프용품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18세부터 34세까지 거래한 골프용품 거래 건수와 거래액이 각각 105%, 245% 늘었다. 검색한 키워드로 ‘드라이버’ ‘퍼터’ ‘아이언’ 등을 포함한 골프채가 4만9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골프를 치려면 용품이 필요해 초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골프채, 골프모자, 선글라스, 골프복, 골프장갑, 골프화, 볼라이너(퍼팅 시 볼을 정확하게 넣기 위해 볼에 선을 그릴 수 있는 도구), 볼마커(그린 위에서 자신의 볼 위치를 표시할 때 사용), 골프티(티샷 시 필요), 보스턴백, 골프공, 캐디백 등이 있다.

초보자 위한 골프클럽 출시
장비부터 사고 보는 젊은 층

그중 골린이의 부족한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골프용품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클럽 제조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초보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다소 힘이 부족하거나 자세가 불안정해도 긴 비거리를 낼 수 있는 클럽, 실력이나 신체 스펙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클럽, 미스샷이 나더라도 비거리 손실과 정확도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관성 모멘트가 높은 클럽 등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장착한 클럽이 잇따라 시장에 출시되며 골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품목별로 ‘골프 클럽 풀 세트’(드라이버, 아이언, 우드, 퍼터 세트) 175.8%, ‘아이언 세트’ 112.7% 등 골프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용 골프 클럽 판매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프채, 골프공 등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마저 발생했다. 골프채 그립과 골프공 원료인 고무가 부족해진 것.

타이어 등 산업용 고무로 많이 사용되는 나이트릴 고무의 전 산업 수요가 증가했으나, 주 수출국인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업황 부진으로 경작지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그립 교체나 맞춤형 피팅 클럽 제작이 쉽지 않거나 장기 대기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며 용품업체마다 그립, 샤프트 재고 확보도 어려워지게 됐다. 

한 골프용품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동남아 부품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헤드, 샤프트 등의 공급이 예년의 50%도 안 된다. 아이언에 사용되는 스틸 샤프트는 추가 주문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고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어,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기야 짝퉁 골프용품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중국산 짝퉁 브랜드에서 골프용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지난달 17일 ‘일부 업자들이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산 가짜 용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월 있었던 세 차례 단속에서 중국 둥관시에서만 1만개가 넘는 짝퉁 골프클럽이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메이커 
과시욕

지난해 세관에서 적발한 골프용품 짝퉁 건수는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인 PXG만 3657건에 달했다. 타이틀리스트, 마크앤로나, 캘러웨이, 스카티 캐머런, 혼마 등 다른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까지 고려하면 총 1만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청탁용 짝퉁 골프채를 받아 감봉 3개월에 그친 판사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골프채가 알고 보니 감정평가액 50만원에 그치는 짝퉁 제품이었다. 

실제로 A급 짝퉁의 경우 유명 골프채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제작된다. 유사한 제품 제작을 의뢰한 뒤 국내로 들여와 정품 상표와 홀로그램을 부착한다. 이렇게 제작된 짝퉁은 대부분 SNS, 오픈마켓, 단독 온라인 몰을 통해 판매된다.

골프클럽은 구별이 어려운 만큼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으로 생각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구분을 못하는 초보 골퍼의 피해자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있는 골퍼를 대상으로 짝퉁 골프채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짝퉁 골프채는 이전부터 많이 있었는데, 짝퉁 C급을 들었을 때 정품과 비교해 무게부터 다르지만, A급은 전문가가 봐도 구별이 잘 안 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무게나 크기 차이가 거의 없고 도장이나 페인트의 홈이 조금 다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수리 때문에 왔다가 짝퉁이라는 걸 알고 버리고 간다. 인터파크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주고 구입한 골프채가 짝퉁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며 “업자들도 너무 싸게 팔면 사람들이 짝퉁으로 의심하니까 최근 정품하고 크게 가격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가짜인 줄
알면서 산다

그러면서 “정품은 본사에서 모니터링하므로 가격 할인이 불가능하다. 오프라인 할인매장이나 정품 숍에서만 가끔 할인한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인터넷쇼핑을 많이 하니까 짝퉁 유통이 더 활발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프웨어가 호황을 누리는 만큼 짝퉁 골프 의류들도 덩달아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명품 골프 의류 브랜드가 주목받으면서 골린이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골프웨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한 MZ세대의 특성이다. 

골프웨어 업계에서는 골린이를 타깃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새로 나온 골프웨어 브랜드만 해도 코오롱FnC의 골드베어, 제이씨패밀리의 혼가먼트, 제이엔지코리아의 유타, 하이라이트브랜즈의 말본골프, 까스텔바작의 제이씨디씨 등이 있다.

기존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골프웨어 브랜드는 물론, 새로운 브랜드가 잇따라 탄생하며 시장규모를 더욱 성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온라인 업계에서는 국내 골프의류 매출이 3조~5조원까지 전망하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시장이 커지면서 MZ세대 골린이 사이에서 SNS에 골프 치는 사진을 올려 유명 브랜드 노출을 과시하는 문화도 생겼다. 


골프장 관계자는 “작년부터 젊은 층 고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젊은 고객이 SNS에 골프장 사진과 함께 골프웨어를 자주 올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젊은 층 골린이들은 골프웨어가 짝퉁이라는 걸 알고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비싼 진품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골린이들이 짝퉁 골프웨어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짝퉁 품질이 진품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상품’ ‘병행제품’으로 호객
알리바바·쿠팡·밴드 통해 판매

또 짝퉁 용품사들은 ‘병행제품’ ‘특별상품’이라고 소비자를 속여 판매하고 있다. 정품과 비교할 수 없게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파는 짝퉁 업자들도 있다. 알리바바나 쿠팡 등의 오픈마켓, 네이버 밴드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짝퉁 용품을 파는 곳이다. 

PXG가 만드는 골프웨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돼 미국 등으로 역수출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쿠팡에 올라온 상품을 보면 ‘해외구매 대행’ 문구가 달린 게 많다. 마치 해외 직구(직접 구매) 상품인 것처럼 눈속임해 판매한다. 

에코 골프화는 대중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다. 천연가죽을 소재로 사용하고 우수한 기술력으로 골프화를 생산해 비싸지만 갖고 싶은 골프화로 꼽힌다. 짝퉁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

쿠팡에서 거래되는 에코 골프화는 5만원 전후다. 30만원 중반인 정품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판매업체는 “동일 제조사 상품을 다른 경로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거짓말인 확률이 높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세관 공무원이나 관계자를 속이며 폐기되기 전 빼돌린 밀수품을 싸게 판다는 식으로 구매자를 속이는 수법도 있다. 이외에도 오프라인을 통한 개인 거래, 중고거래 등에서도 짝퉁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직구나 병행수입도 문제다. 국내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짝퉁 물품을 직구를 통해서 들여와 동대문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실정이다.

다양한 경로로 유통된 위조품은 중고거래를 통해 암암리에 다시 소비자의 골프백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 짝퉁을 알고도 구매하는 골퍼도 문제지만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자신의 골프클럽이 정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골린이들이다.

결국 업체들이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PXG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단속에 나섰다. PXG 직원은 매주 목요일 인천공항 인근 국제우편물류센터로 출근할 정도였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전담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 짝퉁 국내 반입 원천 봉쇄가 목표다. 골프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정부 기관단체인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과 협력해 짝퉁 단속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처음 출시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경우 2017년 70차례에 걸쳐 600여점의 짝퉁을 적발했는데, 이 규모가 지난해엔 80여회, 1만점으로 늘어났다. 시가로만 50억원어치다.

전문가도 
못 알아봐

온라인 적발 건수는 줄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짝퉁 용품이 적발되는 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명 골프용품 브랜드들은 전담팀을 꾸려 짝퉁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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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