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 사장, 정부에 초강수 '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11 09:49:03
  • 댓글 0개

'제2의 김쌍수' 꼴 나지 않으려면 '선공'이 최고?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자산총액 165조원 규모의 '공룡 공기업' 한국전력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정부를 상대로 연신 초강수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올해 내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더니 최근 전력거래소에다 수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태가 이쯤 되자 사장 경질설까지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 그는 왜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걸까?

적자에 허덕이는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 제출에 이어 전력거래소에 4조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정부를 상대로 계속해서 초강수를  두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떼쓰기 왕?

지난 5월 한전은 정부가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받아 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평균 13.1% 인상안을 요청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퇴짜. 2개월 후 한전은 오히려 총 16.8%(평균 10.7%인상 포함)에 달하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 의결은 관행을 깬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한전이 비공개로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하면 지경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이를 다시 한전이 이사회를 열어 의결하는 '짜고 치는' 방식이었으나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지경부에 인상안을 넘긴 것.

뿐만 아니라 한전은 정부 방침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두 자릿수 요금인상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한 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어림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한전은 5% 이하로 인상하라는 정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며 지난달 3일 전기요금 평균 4.9%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인상하고 하반기에 추가 인상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것으로 한전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한전은 국내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와 그 산하 비용평가위원회를 상대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혀 세간을 놀라게 했다.


한전은 한발 더 나아가 전력거래소 등이 정산조정계수 정상화를 지연해 1조5000억원의 추가손실이 예상되므로 전력거래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감액 지급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전에 따르면 해당 대금이 책정되는 과정에 반영되는 정산조정계수 지표가 한전에 불리하게 적용돼 지속적으로 전력거래소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로 인한 누적손실이 4조4000억원에 육박하므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물론 전력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까지 크게 반발했다. 아무리 전력거래가격 산정에 오류가 있다 해도 함께 전력공급을 담당해 한 식구나 다름없는 정부기관을 상대로 천문학적 배상을 요구한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전력거래소는 "한전은 지금 전기요금 인상 좌절에 따른 불만을 애꿎은 정부기관에 풀고 있다"며 전력거래대금을 감액 지급하겠다는 통보에 대해서 "일부라도 미결제하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고, 고의적으로 이를 시도하는 경우라면 전력시장 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관을 위반할 경우 이를 주도한 임원 등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며 한전에 대해서는 제재금도 부과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에 지경부도 전력거래소를 거들며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제재하겠다"라는 경고성 공문을 한전에 발송했다. 이를 접한 다수의 언론들은 '제재'를 '경질'로 해석해 '김중겸 사장 경질설'을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경부는 "한전 사장에 대한 교체 건의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고 청와대도 "현시점에서 후임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끝없는 전기료 인상 논란 재점화
재벌기업엔 특혜, 한전만 봉이야?

한전은 전력거래소와 지경부의 강한 경고에 소송은 일단 유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은 않았다. 한전은 연내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밝혀 전기요금이 인상된 지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인상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이는 지난달 27일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다시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발언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마치 퇴진을 각오한 것처럼 보이는 김 사장의 초강수들은 배임논란을 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전기를 계속 원가 이하로 팔아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김쌍수 전 사장이 개인주주들부터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그 재판이 지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김 전 회장이 '안' 올린 것이 아니라 정부의 극심한 반대로 '못' 올렸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한전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으므로 소액주주의 천문학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한전 사장에게 건 것이다.


더구나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기에 김 전 사장은 수억원 규모의 변호사 선임 비용도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를 불과 3일 남기고 돌연 자진사퇴를 해 정부를 향해 불만을 표출했고 "이번 소송에 패소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 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이후 한전 경영진과 이사회는 추후 책임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무리한 요금인상을 주장하고 정부기관을 상대로 수조원대 소송까지 제기하며 "우리도 할 만큼 했다"라는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 관계자도 "공공기관과 개인을 상대로 4조원대 소송을 하겠다는 행위 자체는 잘못됐지만 그 배경 자체는 이해가 간다"고 말해 김 사장의 처지를 대변했다. MB정부 들어 한전의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한전의 적자누적을 강요했고, 이제는 자산건전성마저 한계상황에 와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물가관리 기조가 한전에만 적용됐을 뿐, 민간업자에겐 엄청난 특혜를 안겨줬다는 데 있다. 정부는 민자발전사가 생산하는 전기에 대해서만은 적정이윤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비싼 전기값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어 포스코·GS·SK 등 재벌 계열사들은 MB정부 들어 해마다 영업이익률 15~30%에 이르는 호황을 누려왔다.

이에 삼성물산·대우건설 등 24개 기업이 내년부터 시행될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맞춰 민자발전 운영을 신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력노조의 한 관계자는 "물가를 잡겠다며 한전의 적자구조가 심화됐는데, 그 와중에 민자발전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전은 'CEO무덤'

이처럼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공익성을 위해 공기업 한전이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장기업이란 사실을 애써 외면해 왔다. 그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선처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한전 경영진과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아 수조원의 손해를 봤다는 소액주주들 사이에 충돌이 계속돼 왔다. 또 할 말 많을 것 같은 김 전 사장에 이어 김 현 사장이 곤혹을 치르게 되자 한전은 '스타CEO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이를 보면 김 사장이 소송을 당할 바에 경질당하고 말겠다는 식의 강행돌파를 선택한 것도 김 전 사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합리적이고 극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