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최근 10대들의 강력범죄가 늘고 있다. 죄에 대한 뉘우침도 없다. 법을 어겨도 막아줄 ‘소년법’이란 방패가 있어서다. 피해자는 삶조차 힘겹지만 그들에게 범법은 단순 ‘재미’다.
지난 4일, 30대 남성과 고등학생들이 의정부시 민락동 번화가에서 시비가 붙었다. 폭행을 당한 남성은 의식을 잃었고 다음날 숨졌다. 경찰은 남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가해 학생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입이 떡
이날 폭행에 가담했던 고등학생들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밝혀졌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벤치에서 쉬다가 싸움이 났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 학생들은 “사망할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발생한 대학 신입생 뺑소니 사건도 가해 학생들의 태도에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해당 사건은 중학생 8명이 훔친 차를 운전하던 중 오토바이 운전자를 그대로 치고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중학생들은 훔친 차를 운전하며 경찰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상 신호를 받고 직진하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차로 들이받았다.
사람이 죽었지만 가해 학생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자랑처럼 늘어놨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10대 성폭행 범죄도 만연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한 학생이 공범 2명과 함께 남녀 후배들을 모텔로 불러 발과 둔기로 폭행하고 ‘옷을 벗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음란행위 등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이 발각된 주범은 법정에 섰지만, 공범 2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해당 사례들은 10대의 강력범죄가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범죄 분석 통계에 따르면,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28.9%에서 2019년 33.6%로 상승했다. 특히 미성년자가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경우 2009년 1574건에서 2019년 318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강력범죄 증가 요인으로 10대들이 소년법을 ‘악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년법은 만 19세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반인과 다르게 감형해 처벌하는 법이다. 소년법의 취지는 청소년에 대한 책임 비난을 제한하는 데 있다.
현행 소년법은 만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규정한다. 만 14세부터 만 19세 미만은 범죄소년, 만 10세부터 만 14세는 촉법소년으로 분류한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소년법’ 어찌할꼬
나이 하향·엄벌 여부 두고 찬반 대립
범죄소년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촉법소년은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형법상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년원 송치나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만 내리도록 하고 있다. 보호처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분은 10호 처분으로 소년원에서 최대 2년 동안 지내게 되며,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사실상 범죄행위를 책임질 필요가 없는 셈이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에 대해 형사처분을 감형하는 특별조치와 형사처벌 대신 이뤄지는 소년보호처분으로 나뉜다. 강력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소년원으로 송치된 10대도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소년부 송치 촉법소년은 총 8615명보다 2015년 6551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년법이 10대의 강력범죄를 제대로 계도하지 못한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소년법에서 큰 문제로 언급되는 부분은 ‘나이’다. 촉법소년으로 분류된 나이대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아 범행을 반복해서다. 국회에서도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대부분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한 전문가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범죄를 용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나이 제한을 아예 없애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소년법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로 현재 소년법은 1958년 재정된 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10대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 신체 조건,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10대의 범죄 행위가 과거에 비해 잔인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범죄를 저지른 10대의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으로는 나이를 낮추고, 엄벌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 형사처분에 있어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피해자 법정에 발도 못 들여
가해자 스스로 반성하게 해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더 낮춘다고 해서 청소년 강력범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UN 아동인권위원회도 청소년들이 형사적 책임을 질만큼 성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14세 미만 기준 유지를 권고한 바 있다.
엄벌은 재범률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문제해결 없이 처벌만 강화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처벌이나 소년원 처분 등이 낙인으로 작용할 우려에서다.
10대의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개정보다 관련 시설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현재 전국 소년원 수는 10곳으로 이곳에 수용된 학생만 1000명이 넘는다. 시설은 노후화됐고 출소 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소년원이 신체적·정신적 학대가 일어나거나 범죄를 학습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인적‧물적 재원이 부족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소년원에 수감된 10대의 가정 배경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른들이 범죄를 저지른 10대들에게 관심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가해자 중심의 처벌 개정보다는 피해자 회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소년 보호절차의 경우 피해자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
소년법원의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판사가 허락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재판을 방청할 수 없어 사실상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제외되고 있는 셈이다.
어리면 무죄?
일각에서는 가해자가 사회로 복귀하려면 자발적으로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