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1조 옵티머스 수사 총정리

문고리만 잡고 게이트 닫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옵티머스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몸통은 숨기고 ‘꼬리만 잘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검찰이 옵티머스 자산 운용(이하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실체 없는 로비’로 마무리했다. 문건 속에 등장하는 고문단과 정·관계 인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1년2개월 동안 진행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대놓고 사기
헛발질 수사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옵티머스의 펀드 운용 비리, 펀드 로비 비리 등 4개 분야에 걸쳐 수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관련 인물 15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32명(1명 기소 중지)의 처분을 마쳤다. 더불어 추징보전 결정을 통해 펀드자금이 투입된 61개 사업장의 재산 약 4200억원을 동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로비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 고문단 4명은 불기소 처분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고문단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이들은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등장한다. 고문료를 받으며 정·관계 로비를 했다고 언급된 인물들이다. 검찰이 이들을 불기소한 이유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문건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김 대표가 고문단의 역할을 부풀려 작성했다는 게 그에 대한 설명이다. 채 전 총장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만 받았고, 입건하지 않았다. 

채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선거 캠프 복합기 사용료 지원 의혹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1년여간 수사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다. 수사 초기만 해도 이 사건은 단순 사기사건으로 여겨졌다.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발단은 2017년 김 대표가 옵티머스에 취임 후 투자자를 모으면서다.

덮이는 정관계 연루 의혹
수사 초기부터 부실 흔적

취임 직후 김 대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에 투자해 연간 3%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고객에게는 상품을 판매하며 안정성을 강조해왔다. 은행 예·적금의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안전 지향적 성향의 고객들이 주로 상품을 샀다. 

옵티머스는 펀드 판매를 통해 투자자를 2900명까지 모았다. 판매금액은 1조57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투자금을 비상장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채권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활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판매하는 국내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옵티머스의 사기 행위는 대범했다. 사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사모펀드의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통 사모펀드의 운용과 관리, 판매는 자산운용사, 수탁기관, 판매사 등이 역할을 나눠 맡는다. 


자산운용사가 자산 등을 설계한 뒤 수탁기관을 통해 자산을 매입해 관리한다. 이를 통해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한다.

옵티머스는 기관끼리 서로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수탁기관과 판매사가 분리돼있어 관리 허점을 악용한 범죄다. 또 옵티머스는 펀드 관련 서류들도 함께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는 돌려막기에 한계가 오자 지난해 6월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판매사는 환매중단 직후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의뢰했다. 

‘수확 제로’
검의 봐주기?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주요 경영진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 결과 김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5년, 이 대표는 징역 8년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경영진이 구속되고,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수사 과정에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시작은 검찰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문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문건의 발견은 단순 사기 사건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수사 방향이 전환된 계기가 됐다.

검찰은 지난해 옵티머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은 김 대표가 환매중단 한 달 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금감원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문건에는 이 전 총리, 채 전 총장 등을 고문으로 언급하며, 옵티머스 사건이 이슈화될 경우 ‘게이트 사건화 우려’가 있다고 돼있다. 이어 “이 전 경제부총리, 양 전 은행장, 김 전 공제회 이사장, 채 전 총장 등이 옵티머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청와대 실장, 민주당 인사 등 총 20명이 거론된다. 언급되는 정‧관계자가 옵티머스 분쟁에 관여하거나 펀드 수익자로 참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 대표의 컴퓨터에서는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과 연락처 파일까지 나오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은 더 짙어졌다. 동시에 검찰은 옵티머스가 투자받은 1조2000억원 중 500억원가량을 페이퍼컴퍼니인 셉틸리언에 모아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금액 중 일부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활용한 계좌 내역을 입수한다. 이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은 이 지사를 만나 옵티머스 자금이 들어간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도움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증거 진짜 없었나 없앴나
결과 내놓고 변명만 잔뜩


그러나 검찰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이 전 대표의 경우 선거캠프 부실장이 사망하면서 수사가 불가능해졌다. 검찰은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지원한 브로커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이 전 대표 수사를 끝마쳤다.

또 고문단 중 한 명인 양 전 행장은 2017년 옵티머스 주식 1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때 당시 김 대표에게 금융권 인맥을 소개하고 로비활동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같은 해 양 전 행장은 이 전 부총리를 통해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려 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됐다. 검찰은 양 전 행장을 수사 개시 9개월 만에 소환 조사했다. 옵티머스 정·관계 연관 수사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이뤄졌다. 옵티머스 사태 수사가 같은 해 6월 시작됐다는 점에서 늦게 착수한 셈이다. 

10개월 동안 이뤄진 수사를 통해 검찰이 기소한 정·관계 인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이 유일하다. 수사팀이 정·관계 로비에 대한 김 대표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수사는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한 바 있다. 

특히 옵티머스 로비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친정부 성향인 이 고검장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 이정수로 바뀌었다.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혹시나∼
역시나!

옵티머스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내린 적극적인 수사 지시를 토대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해왔다. 그러나 당시 이 고검장이 수사를 미온적으로 진행했다는 말이 나왔다. 수사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검찰이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과 문건을 확보했지만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부실 수사로 이어진 원인이 당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하 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무혐의 처분한 데 있으며 결국 피해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는 게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부실 수사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최근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한 상태다. 윤 전 총장은 “당시 부장검사 전결이라 사건 처분 결과를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돈은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국책 사업 등에 쓰이는 정보통신진흥기금이다. 공적 자금이 사모펀드에 투자된 뒤 용도와 다르게 옵티머스가 성지건설을 무자본 M&A(인수·합병)하는 데 흘러가는 등 다른 용도로 쓰인 것. 

금융업계에선 “전파진흥원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투자의 규모”며 “유력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부실 수사 지적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옵티머스 경영진이 1조원대 사기 범행을 벌일 수 있었던 정치적 배경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문건이 발견됐을 당시만 해도 청와대, 여권 관련설 등이 불거지며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연결고리를 찾진 못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혐의 사실을 입증 가능한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 범위 내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며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으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갖고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들이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검찰은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행정관은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이자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인물이다. 그는 청와대 입성 후 월급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으나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검찰은 “사건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울러 피해자들의 피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 확산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꼭꼭 숨어라
핑계와 변명

법조계 안팎으로는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라고 지적한다. 또 검찰이 정·관계 로비와 관련한 제대로 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검찰은 20명 가까운 검사를 투입해 1년 넘게 수사를 벌였지만 민주당 여권인사 모두를 ‘무혐의’ 처리했다”며 “정권 필요의 검찰개혁이 아니라 진정한 검찰개혁의 시점에 직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감원 옵티머스 책임론
그들도 한패?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올해 초 옵티머스 측과 업무차 만난 정황이 드러났다. 옵티머스와 접촉한 시기가 핵심 사업 추진 및 금융감독원 감시·감독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공공기관 채권 투자 인지
“왜 판매중단 하지 않았나”

양 전 행장이 김재현 대표의 비서로 추정되는 인물과 한 통화에서는 “김 대표 차량번호를 좀 찍어서 보내달라”며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을 해 준다고 차량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금감원은 이때 운용 중인 46개 펀드가 모두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있고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그런데 왜 판매중단 등 적기 조치를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원이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야당은 라임·옵티머스 두 회사 관계자들이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어 금융당국이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이렇게 우호적인 금감원은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차>
 

<기사 속 기사> 라임·옵티머스 이후…
더 느는 사모펀드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겪은 사모펀드업계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우려와 달리 신규 사모펀드 운용사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15곳이 금감원에 설립 등록을 했다.

올해 운용사 15곳 등록
공모주 시장 활성화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쳤지만 신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은 증가 추세다. 주식 시장에 돈이 모이면서 공모주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공모주만으로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자 너도나도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기 시작한 것. 공모주는 개인으로 청약하기보다 기관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면 물량확보가 수월한 측면이 있다. 또 사모펀드는 시장 감시를 피하기도 쉽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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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