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1조 옵티머스 수사 총정리

문고리만 잡고 게이트 닫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옵티머스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몸통은 숨기고 ‘꼬리만 잘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검찰이 옵티머스 자산 운용(이하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실체 없는 로비’로 마무리했다. 문건 속에 등장하는 고문단과 정·관계 인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1년2개월 동안 진행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대놓고 사기
헛발질 수사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옵티머스의 펀드 운용 비리, 펀드 로비 비리 등 4개 분야에 걸쳐 수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관련 인물 15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32명(1명 기소 중지)의 처분을 마쳤다. 더불어 추징보전 결정을 통해 펀드자금이 투입된 61개 사업장의 재산 약 4200억원을 동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로비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 고문단 4명은 불기소 처분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고문단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이들은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등장한다. 고문료를 받으며 정·관계 로비를 했다고 언급된 인물들이다. 검찰이 이들을 불기소한 이유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문건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김 대표가 고문단의 역할을 부풀려 작성했다는 게 그에 대한 설명이다. 채 전 총장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만 받았고, 입건하지 않았다. 

채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선거 캠프 복합기 사용료 지원 의혹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1년여간 수사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다. 수사 초기만 해도 이 사건은 단순 사기사건으로 여겨졌다.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발단은 2017년 김 대표가 옵티머스에 취임 후 투자자를 모으면서다.

덮이는 정관계 연루 의혹
수사 초기부터 부실 흔적

취임 직후 김 대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에 투자해 연간 3%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고객에게는 상품을 판매하며 안정성을 강조해왔다. 은행 예·적금의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안전 지향적 성향의 고객들이 주로 상품을 샀다. 

옵티머스는 펀드 판매를 통해 투자자를 2900명까지 모았다. 판매금액은 1조57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투자금을 비상장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채권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활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판매하는 국내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옵티머스의 사기 행위는 대범했다. 사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사모펀드의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통 사모펀드의 운용과 관리, 판매는 자산운용사, 수탁기관, 판매사 등이 역할을 나눠 맡는다. 


자산운용사가 자산 등을 설계한 뒤 수탁기관을 통해 자산을 매입해 관리한다. 이를 통해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한다.

옵티머스는 기관끼리 서로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수탁기관과 판매사가 분리돼있어 관리 허점을 악용한 범죄다. 또 옵티머스는 펀드 관련 서류들도 함께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는 돌려막기에 한계가 오자 지난해 6월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판매사는 환매중단 직후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의뢰했다. 

‘수확 제로’
검의 봐주기?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주요 경영진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 결과 김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5년, 이 대표는 징역 8년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경영진이 구속되고,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수사 과정에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시작은 검찰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문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문건의 발견은 단순 사기 사건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수사 방향이 전환된 계기가 됐다.

검찰은 지난해 옵티머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은 김 대표가 환매중단 한 달 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금감원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문건에는 이 전 총리, 채 전 총장 등을 고문으로 언급하며, 옵티머스 사건이 이슈화될 경우 ‘게이트 사건화 우려’가 있다고 돼있다. 이어 “이 전 경제부총리, 양 전 은행장, 김 전 공제회 이사장, 채 전 총장 등이 옵티머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청와대 실장, 민주당 인사 등 총 20명이 거론된다. 언급되는 정‧관계자가 옵티머스 분쟁에 관여하거나 펀드 수익자로 참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 대표의 컴퓨터에서는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과 연락처 파일까지 나오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은 더 짙어졌다. 동시에 검찰은 옵티머스가 투자받은 1조2000억원 중 500억원가량을 페이퍼컴퍼니인 셉틸리언에 모아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금액 중 일부를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활용한 계좌 내역을 입수한다. 이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은 이 지사를 만나 옵티머스 자금이 들어간 경기도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도움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증거 진짜 없었나 없앴나
결과 내놓고 변명만 잔뜩


그러나 검찰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이 전 대표의 경우 선거캠프 부실장이 사망하면서 수사가 불가능해졌다. 검찰은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지원한 브로커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이 전 대표 수사를 끝마쳤다.

또 고문단 중 한 명인 양 전 행장은 2017년 옵티머스 주식 1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때 당시 김 대표에게 금융권 인맥을 소개하고 로비활동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같은 해 양 전 행장은 이 전 부총리를 통해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려 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됐다. 검찰은 양 전 행장을 수사 개시 9개월 만에 소환 조사했다. 옵티머스 정·관계 연관 수사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이뤄졌다. 옵티머스 사태 수사가 같은 해 6월 시작됐다는 점에서 늦게 착수한 셈이다. 

10개월 동안 이뤄진 수사를 통해 검찰이 기소한 정·관계 인사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이 유일하다. 수사팀이 정·관계 로비에 대한 김 대표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수사는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한 바 있다. 

특히 옵티머스 로비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친정부 성향인 이 고검장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 이정수로 바뀌었다.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혹시나∼
역시나!

옵티머스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내린 적극적인 수사 지시를 토대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해왔다. 그러나 당시 이 고검장이 수사를 미온적으로 진행했다는 말이 나왔다. 수사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검찰이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과 문건을 확보했지만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부실 수사로 이어진 원인이 당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하 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무혐의 처분한 데 있으며 결국 피해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는 게 이유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부실 수사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최근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한 상태다. 윤 전 총장은 “당시 부장검사 전결이라 사건 처분 결과를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돈은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국책 사업 등에 쓰이는 정보통신진흥기금이다. 공적 자금이 사모펀드에 투자된 뒤 용도와 다르게 옵티머스가 성지건설을 무자본 M&A(인수·합병)하는 데 흘러가는 등 다른 용도로 쓰인 것. 

금융업계에선 “전파진흥원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투자의 규모”며 “유력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부실 수사 지적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옵티머스 경영진이 1조원대 사기 범행을 벌일 수 있었던 정치적 배경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문건이 발견됐을 당시만 해도 청와대, 여권 관련설 등이 불거지며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연결고리를 찾진 못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혐의 사실을 입증 가능한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 범위 내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며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으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갖고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들이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검찰은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행정관은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이자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인물이다. 그는 청와대 입성 후 월급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으나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검찰은 “사건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울러 피해자들의 피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 확산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꼭꼭 숨어라
핑계와 변명

법조계 안팎으로는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라고 지적한다. 또 검찰이 정·관계 로비와 관련한 제대로 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검찰은 20명 가까운 검사를 투입해 1년 넘게 수사를 벌였지만 민주당 여권인사 모두를 ‘무혐의’ 처리했다”며 “정권 필요의 검찰개혁이 아니라 진정한 검찰개혁의 시점에 직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감원 옵티머스 책임론
그들도 한패?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올해 초 옵티머스 측과 업무차 만난 정황이 드러났다. 옵티머스와 접촉한 시기가 핵심 사업 추진 및 금융감독원 감시·감독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공공기관 채권 투자 인지
“왜 판매중단 하지 않았나”

양 전 행장이 김재현 대표의 비서로 추정되는 인물과 한 통화에서는 “김 대표 차량번호를 좀 찍어서 보내달라”며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을 해 준다고 차량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금감원은 이때 운용 중인 46개 펀드가 모두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있고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그런데 왜 판매중단 등 적기 조치를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원이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야당은 라임·옵티머스 두 회사 관계자들이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어 금융당국이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이렇게 우호적인 금감원은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차>
 

<기사 속 기사> 라임·옵티머스 이후…
더 느는 사모펀드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겪은 사모펀드업계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우려와 달리 신규 사모펀드 운용사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15곳이 금감원에 설립 등록을 했다.

올해 운용사 15곳 등록
공모주 시장 활성화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쳤지만 신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은 증가 추세다. 주식 시장에 돈이 모이면서 공모주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공모주만으로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자 너도나도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기 시작한 것. 공모주는 개인으로 청약하기보다 기관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면 물량확보가 수월한 측면이 있다. 또 사모펀드는 시장 감시를 피하기도 쉽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