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2세 경영 현주소

혈세로 크더니 단물은 오너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글과컴퓨터가 ‘2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국민기업에서 가족기업으로 변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김상철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나섰다. 김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이는 그의 장녀인 김연수 한컴그룹 총괄부사장이다. 한컴은 지난달 2일 김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해 변성준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

한컴은 지난 5월24일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김정실 사내이사(김상철 회장의 부인), 한컴의 계열사인 캐피탈익스프레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컴의 주식 232만9390주를 에이치씨아이에이치(이하 HCIH)에 전량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HCIH는 김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 다토즈파트너스의 계열사로, 김 대표가 역시 대표로 있다.

이로써 HCIH는 한컴 지분의 9.4%를 소유하게 됐고 2대 주주로 올랐다. 사실상 김 대표가 한컴의 2대 주주에 오른 셈인데, 상속이나 증여가 아닌 정상적인 매매이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각에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한컴 측은 “일반적으로 승계에서 취하는 자산의 포괄적 승계가 아니라 한컴의 미래가치를 반영해 지분가치를 산정해 전액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오래 전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06년 위지트로 입사해 한컴그룹 전반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한컴그룹의 운영총괄 부사장을 맡아 사실상 CEO 역할을 해왔다. 김 대표는 이번 지분 매수를 통해 더 클라우드 사업확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다토즈는 지난해 8월 설립된 사모펀드 운영사다. 우주·드론 전문기업 한컴인스페이스를 한컴그룹과 공동으로 인수하며 첫 펀드를 시작했으며, 가상화폐거래소 두나무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토즈는 “이번 한컴 지분 인수를 통해서 향후 한컴의 성장전략, M&A 및 IPO를 직접 리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아직 남은 절차가 있다. 아버지·어머니가 개인명의로 보유한 한컴 지분은 다토즈를 통해 인수했지만, 한컴의 1대 주주인 한컴위드를 승계해야 한컴그룹 전체에 대한 승계가 마무리된다. 

한컴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한컴위드 역시 김 회장 가족이 소유한 회사다. 김 회장이 15.77%, 김 이사가 3.92%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지분을 늘려왔고 현재 9.07%의 지분의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차남 김성준씨도 1.22%를 소유하고 있다.

한컴그룹 경영권을 모두 이어받으려면 김 대표는 아버지·어머니가 보유한 한컴위드의 20% 가까운 지분을 인계받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상속이나 증여가 아닌 다른 방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컴위드가 보유한 한컴 지분을 다토즈 쪽에 매각하거나 양사가 합병하는 등의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컴의 승계과정을 두고 국민기업에서 가족기업으로 변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컴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국민기업서 가족기업으로…2세 경영 신호탄
다토즈 2대 주주 등극…승계 속도 ‘급물살’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오피스SW 시장에서 한컴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추산된다. 나머지 70%는 MS오피스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한컴오피스의 사용률은 높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MS오피스보다는 한컴오피스 즉, 문서작업 시 HWP 포맷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산 SW라는 이유에서다.

공공기관이 한컴오피스를 표준으로 삼으며 제기되는 대표적인 문제는 ‘호환성’이다. 한컴오피스로 마이크로소프트365 파일을 열 수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365는 한컴오피스를 지원하고 있지 않다. MS오피스가 세계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파일을 열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아도 한컴오피스를 깔아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HWP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어 읽는 데 불편함이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오피스SW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정부의 한컴오피스 도입 편중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과거 정부가 한컴오피스를 표준화한 배경에는 유일했던 토종 오피스SW였던 한컴오피스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인프라웨어의 ‘POLARIS오피스’, 티맥스의 ‘To오피스’ 등 국내에서도 다양한 오피스SW가 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한컴오피스 포맷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선택권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소프트웨어든 특정 회사만이 제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누구나 쓸 수 있는 표준문서 포맷을 만들어 사용자가 다양한 오피스 소프트웨어 제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ODF(Open Document Formats)를 표준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2014년 정부문서 표준으로 ODF를 채택해 국민들이 정부 문서를 열람할 때 자신이 원하는 오피스SW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컴은 2016년 경기도교육청에 한컴오피스를 도입한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오피스SW로 ‘한컴오피스 네오(NEO)’를 선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약 180만명에 이르는 교직원과 학생 수요가 있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또 2019년 8월 행정안전부는 한컴과 ‘공공기관 서식한글’ 개발·배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공서식용 HWP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무료지만 공공기관 내 문서를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는 무료용 한컴오피스를 필수적으로 다운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한컴 관계자는 “공공기관 수량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이전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MS오피스를 완전 대체하고 한컴오피스만 들어간 첫 대규모 사례”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컴오피스 도입에 따라 회사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2016년 매출 1012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1000억 클럽에 가입한 이후에도 ▲2017년 1341억원 ▲2018년 2129억원 ▲2019년 3193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가족 배불리기

한컴이 블록체인·AI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온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 한컴오피스를 도입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정부 레퍼런스를 확보한 상태에서 해외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것은 수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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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