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에 점을 보러 간다.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을 위해 부적을 사고, 심지어 정치인은 당선을 기원하며 굿을 하기도 한다.
샤머니즘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다.
샤머니즘은 원시종교의 한 형태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발견되며 그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 길다.
일반적으로 초자연적 존재를 숭배하고 그들과 인간의 매개체인 ‘무당’을 중심으로 종교활동을 한다.
이들은 태곳적부터 존재했으며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샤머니즘 신앙은 어떻게 구성되어있을까?
우리나라 무당은 크게 강신무와 세습무로 나뉜다.
강신무란 소위 ‘신병’을 앓고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사람을, 세습무는 가문의 업을 이어받아 무당이 된 사람을 말한다.
본래 우리나라 샤머니즘은 세습무 중심이었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부분의 세습무가 사라졌고, 현재 동해안과 호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무당을 말할 때 보통 강신무를 떠올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굿’의 형태 또한 강신무의 굿이다.
강신무 굿은 기본적으로 신을 불러들이면서 시작된다.
무당이 신에게 인간의 청을 고한 후 신의 대답을 듣고, 음악과 춤을 통해 신과 인간들이 함께 즐긴 다음 신을 돌려보내는 순서로 구성된다.
한국 샤머니즘은 도교와 불교 등 타 종교와 결합되어 모시는 신의 종류도, 범위도 매우 넓고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옥황상제, 천지신명, 삼신제석 등 초월적 존재에서부터 주몽, 문무왕, 김유신 등 옛 영웅이나 위인들을 섬기기도 한다.
또한 집을 수호하는 성주신, 부엌일을 관장하는 조왕신, 화장실을 지키는 측신 등 민간의 가정 신들도 샤머니즘에 포함된다.
샤머니즘은 우리나라 전통문화 상당 부분의 근간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판소리가 무당의 노래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고, 민속무용 중에도 무당춤에서 유래된 춤사위가 많다.
이번 여름 샤머니즘이 또 한 번 한국을 휘몰아칠 예정이다.
한국, 태국 합작 영화 <랑종>의 개봉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을 뜻한다.
따라서 영화는 태국 샤머니즘을 다루고 있으며 대대로 신내림을 받는 태국의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그린다.
또한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해 제작 발표 당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여태껏 귀신이나 악마만 가득했던 공포 영화에서 무속신앙을 다뤄보려는 시도는 아주 신선하다.
<랑종>은 공포 영화계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 감독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번 여름은 샤머니즘과 함께 시원하게 보내보자.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