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야기 짚어보고 넘어가자. 이순신 장군이 임진난 중 옥포에서 왜병을 격파하고 조정에 올린 玉浦破倭兵狀(옥포파왜병장)이란 보고서에 실려 있는 대목이다.
‘勿令妄動。靜重如山(물령망동, 정중여산)’
상기 글은 ‘망령되게 움직이지 말고 태산처럼 무겁게 행동하라’는 의미로 이순신 장군이 옥포에 주둔하고 있는 왜군을 공격하기에 앞서 부하 장수들에게 준엄하게 내린 명령이다.
말인즉 일사분란하게 지휘계통을 따르라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국민의힘 입당문제와 관련해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勿令妄動, 靜重如山·물령망동, 정중여산)”이라 언급했다.
참으로 어리둥절하다.
필자가 살필 때 윤 전 총장은 이순신 장군의 명령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전혀 모르고 그저 어디서 그런 말을 주워듣고 함부로 인용한 듯 보인다.
그 이면을 알았다면 그런 상황에 절대 인용되어서는 안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만약 윤 전 총장이 그 이면을 알고 사용했다면 그는 국민의힘을 왜군으로 단정한 꼴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힘을 우군이 아닌 적군으로 판단하고 있고 반드시 궤멸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비쳐질 수 있다.
내친김에 윤 전 총장과 관련하여 이야기 이어가자. 윤 전 총장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인용한다.
『“나는 국민의 부름에 의해서 국민이 기대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라며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대선 출마=국민 봉사·일'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싫건 좋건 국민이 일을 맡기고 하라고 하면 거기에 따르는 게 맞다. 지금 그 길을 따라가는 중이며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나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윤 전 총장이 구구절절 나열한 이야기를 접하면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로 요약된다.
현재 시각으로 바라볼 때 참으로 구태의연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상기 내용 중 압권은 대통령에 대한 인식 즉 대통령이 그저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무슨 일하는 사람인지 그가 입만 열면 외쳐대는 헌법 조항 인용하자.
제 66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돼있다.
헌법 조항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국가의 원수고 대표자고 또 수호자다.
그런데 봉사자라니. 혹시 그 봉사가 검찰청을 영어로 prosecution service라 표현했듯 그 얼토당토않은 service(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 절로 일어난다.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최근에 드러난 두 가지 사례만 예로 들었지만 지금까지 그의 언행을 살피면 보편적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그는 전형적인 딴따라, 우물 안 개구리, 뼛속까지 검찰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부연한다. 정치 특히 한 국가의 지도자는 한 분야의 전문가 즉 딴따라의 몫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이 진정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한 10여년 정도 사고의 외연을 넓히고 도전하라 권고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