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Burn Baby Burn' 잭슨홍

타기 전, 그리고 타고 난 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에서 잭슨홍 작가의 개인전 ‘Burn Baby Burn’ 전을 준비했다. 잭슨홍의 지나온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45점을 소개한다.

잭슨홍 작가는 사물의 가변성에 흥미를 가지고 사물과 인간 사이에 창출되는 불확정적인 상황을 즐긴다. 그는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해결을 시도하지만, 돌아오는 좌절로 발화되는 자괴감을 발랄한 색상과 형태로 표현해왔다.

지나온 궤적

디자인은 사물에 자명한 의미와 기능을 부여하려 하고, 미술은 미술작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엄격히 구별하려 한다. 하지만 실제 사물은 그런 범주와 역할에 간단히 고정되지 않는다. 오래된 일상 사물이 수백년 후에 예술작품으로 추앙받기도 하고, 신성한 힘을 가졌다고 여겨지던 물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무가치한 고물이 되기도 한다. 

잭슨홍이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 가변성이다.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크게 네 번의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 단계는 하이테크 전자제품과 그 사용자에 대한 비평적 디자인의 실천이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기술만능주의에 잠식된 디자이너의 위상을 반성하고, 시각적 실천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발언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가변성에 주목
4단계로 구분

두 번째 단계는 로우테크 도구와 일상의 심리적 드라마에 관한 고찰이다. 테크놀로지보다 일상의 미시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범주와 달리 전자적 요소를 배제하고 보다 친근한 일상의 소도구와 가구, 특히 의자를 작업의 몸체로 빈번하게 활용했다.

의자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사람의 몸에 밀착되는 사물로써 일상의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는 소도구가 된다. 

기념비 혹은 조각적인 양식을 전유한 설치작업이 세 번째 단계다. 이전 작업이 주로 일상의 맥락에서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주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의 형태로 구현했다면, 이때부터는 전시의 맥락과 관람객과의 관계 속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하나의 사물이 미술작품으로 성립하는 맥락과 상황, 전시용 작업에 요구되는 의미와 기능에 대한 그때그때의 경험과 생각이 작업에 반영돼 하나의 중층적인 기념비가 도출된다. 

마지막 단계는 총체적 환경 혹은 일종의 시어터로, 공간과 작품이 복합적으로 조직된 작업이다. 주어진 공간의 특성을 작업의 1차적인 재료로 활용하며 그 가능성을 여러 방식으로 전개하는데, 관람객들이 전시에 참여해 각자 원하는 장면과 상황, 이야기 등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이 단독적인 오브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을 에워싸는 총체적 경험의 장을 이루는 것이 동시대 미술이 나아가고 있는 하나의 방향이기도 하다. 


우울한 세계를 발랄하게
사후 세계를 세속적으로

잭슨홍 작업의 카테고리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연대적으로 다소 뒤섞이는 양상을 보인다. 이번 ‘Burn Baby Burn’ 전시는 그동안 잭슨홍이 다뤘던 다양한 작업 세계를 두 범주로 분류해,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종합한 ‘연소 전’과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를 재구성한 ‘연소 후’를 각기 다른 공간에 전시한다. 

연소 전은 현실세계의 부조리에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는, 혹은 마지못해 해결해 보려 시도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도 비관하는 자괴감이 언제든지 발화될 수 있는 우울한 세계를 발랄한 색상과 형태로 드러낸다.

반면 연소 후는 연소 전의 성마른 기제를 반성적으로 응시하는 거울의 이면과 같은 사후세계다. 언성을 낮추는 폐허 속 은둔자의 태도를 지닌다. 여기에서는 디자인 혹은 미술이라는 영역의 자기장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정합적인 기계미학을 신봉하고 이를 장식미술로 승화시키려는 세속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는다. 

새로운 여정

일우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디자이너이자 미술가인 잭슨홍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이를 통해 앞으로 그가 떠나게 될 새로운 여정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잭슨홍은?]

▲학력
미국 Cranbrook Academy of Art 졸업(2002)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업디자인과 졸업(199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 졸업(1999)

▲개인전
‘Brutal’ 갤러리 도큐먼트(2021)
‘필살기’ 취미가(2019)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8)
‘Autopilot’ 페리지 갤러리(2016)
‘Cherry Blossom’ 시청각(2015)
‘13개의 공’ Artclub 1563(2012)
‘ECTOPLASMA’ Gallery 2(201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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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