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상수원보호구역 논란 그 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08 09:48:54
  • 호수 13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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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870명 사는 마을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팔당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래카드들은 아름다운 절경에 옥의 티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는 나들이 코스로 유명하다. 외지인이 많이 찾는 이곳에서 정작 조안면 주민은 보기 어렵다. 조안면 주민들은 게시판 플래카드로 목소리를 낼 뿐이다. 플래카드에는 ‘아이에게 불합리한 규제를 물려줄 수 없다’ ‘지역농산물 가공하면 전과자’ 등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무엇이 조안면 주민들을 힘들게 만들었을까.

지난 4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김용민·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광한 남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시민 단체 등이 참석해 2600만명이 마시는 팔당호 물 관리를 위한 상수원보호구역 제도의 문제점 및 바람직한 개선 방안 ▲상류 지역 주민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필요성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위한 수도권 상수원 다변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팔당호 물
토론 결과는?

이날 참석자들은 이전부터 불거져온 남양주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의견차를 좁히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용민 의원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은 기본권 평권이 침해되는 과도한 규제를 받는다. 희생하는 지역주민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불합리한 규제가 시정돼 현실성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팔당 상수원을 북한강, 남한강 수계로 분산하는 상수원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수원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경인철 물을 취수정책으로 수도권 2600만 주민의 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상수원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여러 갈등, 문제는 모두가 협력했을 때 해결해나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팔당 7개 시장과 군수들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석호 특별대책지역 수질 보전정책협의회 연구위원은 “규제로 인한 재산권에 제한은 법률로써 해야 하며 정당한 보상이 지급돼야 한다. 환경부의 탁상행정이 아닌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규제피해가 규제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면서 ‘환경의 비용은 싸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 상수원 규제가 불합리한 것은 인식하지만 이익을 보는 사람이 다수라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팔당호는 수도권 상수원으로 수질이 부적합하고 수질오염 사고 시 문제 발생 등 상수원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차 대책은 팔당 상수원을 소양호·충주호로 이전하고 2차 대책은 수도권 상수원 네트워크 수축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강부식 단국대 교수는 “식당·펜션 등의 행위 규제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 지역경기가 침체된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하수처리 등 인프라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본권 침해되는 과도한 규제”
45년간 피해 받은 조안면 주민

힘없는 지역주민에게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팔당호 오염은 공장에서 나오는 미량물질인데 오히려 주말에 팔당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투기를 방지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은 “오염원의 60~80%가 비점오염원 때문이다. 주민들이 피해받는 것은 이런 불합리함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생계라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개선이며, 조안면의 지원금이 과연 적합한 보상체계인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안면 주민들이 개선해달라는 규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영업 가구 수를 5%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수도권보호구역 지정 즉시 거주 목적이나 경제활동을 위한 건축물·공작물 설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생업을 위한 어업도 어렵고 농사를 짓는 정도만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소득창출을 위해 음식점·카페를 열려 해도 영업시설의 총수가 전체 가구 수의 5%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전부터 5%를 넘긴 지역이 상당수여서 새로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음식점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5%에 들어야 하며 추첨제로 뽑히는 사람만 가능하다. 조안면 주민들은 과거 영업시설이 증가할 때 기준인 20%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5% 
영업 제한

김 회장은 “물 관련 전문가들이 말하길 조안면 팔당호가 더러워질 일은 없다고 한다. 영업하는 곳이 가장 많을 때 140여곳이었다. 지금은 1000가구 정도가 있는데 20%로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원주민에 대한 개념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원주민 기준이 엄격한 탓에 많은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주민의 기준은 1975년 이전부터 조안면에서 거주하거나 태어난 사람이다. 1975년 이후에 전입신고한 사람, 1975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원주민이 아닌 셈이다. 전입신고를 늦게 했거나 3대째 살고 있어도 출생연도가 1976년 이후면 원주민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요구는 지역농산물의 가공 및 판매 허가다. 조안면에는 딸기가 유명한데 딸기잼을 만들어 팔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게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체험시설로 음식에 대한 가공을 허가받았지만 판매는 여전히 불가하다.  

또 단순 조리라는 항목이 있다.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편의점이나 슈퍼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호빵을 파는 경우 업주가 직접 손님에게 빵을 건네면 안 된다. ‘접객행위’에 속하고 단순 요리도 불가하므로 어묵도 팔지 못한다. 

또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보호구역에 규제를 당한 상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받는 것이다. 규제를 받는 주민에게 대한 보상금 개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금 개념이 아닌 지원금이라고 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이 증액되고 있는데도, 하류 지역 주민이 받고 받아야 하는 금액은 늘어나지도 않고 있다. 

남양주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관선 단체장 시절인 1975년 당시 경기도지사는 건설부 장관의 권한을 위임한 수도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남양주시와 광주시, 양평군, 하남시 등 4개 지역 158.8㎢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안면도 전체 면적의 83.6%인 42.36㎢가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됐다. 당시 조안면에서 살았던 한 주민은 “이때만 해도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해 잘 몰랐다. 그 이후 법이 점점 강화되면서 조안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민지원사업
물이용분담금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98년에 물이용부담금 등 유역관리기반 조성, 환경기초시설 확충, 호소수질관리 대책의 추진 등을 시행했다. 비점오염원 관리, 수질 오염총량관리제도, 한강수계 정보화사업 등이 담긴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수변구역 지정 및 물이용부담금 등을 골자로 하는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을 제정한 것이다.

음심적 영업이 불가능했지만 북한강을 끼고 풍광이 수려해 산책·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음식점이 늘어나더니 60여곳이 가게 문을 열었다. 당시 80곳 이상이라고 보도가 됐지만, 소규모로 영업하는 영세업자들도 포함된 규모라고 전해진다. 

당시 음식점 영업을 했다는 한 주민은 “그 상태로 지금까지 쭉 이어왔다. 가장 황당한 건 당시 벌금은 벌금대로 내고, 세금은 세금대로 냈다. 벌금도 1년에 1~2번씩 내고 단속이 들어오면 또 내고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팔당 상수원 주변에서 불법행위를 일삼아오던 음식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80여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같은 강을 끼고 있는 양평군은 11개, 광주시는 10개, 하남시는 2개의 음식점만 제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 주민 4명 중 1명꼴인 총 870명의 주민들이 전과자가 됐다. 빈 점포가 대폭 늘어 조안면을 찾던 관광객들도 현저하게 줄면서 일대는 썰렁한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는가 하면 2017년에는 단속과 벌금을 견디지 못한 26세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빚에 시달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근근이 버티던 청년은 푸드트럭 장사를 시작했으나 단속에 걸려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역농산물 가공하면 벌금?
이듬해 한 청년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주민들은 환경부 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했다. 주민이 담당 공무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제로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다. 결국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27일 이 제도를 활용해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청구인 대표인 조안면 주민 허용태(농업)씨와 김재열(음식점)씨, 장복순(농업)씨, 그리고 남양주시는 청구 취지를 통해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평등권 침해 근거로 조안면이 상수원보호라는 명분으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비슷한 여건의 양수리와 광동리는 지정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된 근거로는 상수원 관리규칙 등에 의해 음식점과 농산물 가공, 펜션업 등 지역에서의 여러 행위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산권 침해의 근거로는 토지이용 과잉 통제에 의한 재산 사용 및 수익 제한을 꼽았다.

남양주시도 과도한 상수원 규제로 인해 주민복지 증진이 불가한 점을 지방자치권 침해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헌법소원에서는 수도법 제7조 제6항과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 제1호의 1, 수도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상수원관리규칙 제12조 제3호, 상수원관리규칙 제13조, 상수원관리규칙 제15조 제2호의 2, 경기도 상수원보호구역 건축물 등의 설치에 관한 조례 제4조 제1항 제2호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주민들은 거주자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주는 상수원보호구역이 정확한 영향 조사 하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헌법에 의해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헌법소원 제기

김 회장은 “지금 조안면에서 벗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규제개선을 위한 액션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이다. 조안면은 엄청 시골로 주민끼리 형, 동생하고 지내는 사이”라며 “도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시골 특유의 감성이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규제받는 것이고 해당 주민들은 물이용부담금으로 지원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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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