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수술방’ 이중행보 내막

‘이랬다 저랬다’ 줏대 없는 잣대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과거 검사장을 지냈고 퇴직 후 변호사를 했던 인물이다. 최근 유 의원이 과거 유령수술로 사망사고를 낸 병원 변호를 맡으며, 범인 은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유령수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사건의 변호를 맡아 이중적인 행보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유령수술’이란 수술실에서 환자에게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수술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피해 환자들은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처음은
의사 편

유 의원은 과거 중앙지방검찰청 차장 검사와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전관이다. 검찰을 떠난 뒤엔 2017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유 의원이 개업한 이듬해 파주의 한 병원에서는 사흘 사이에 잇따라 환자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리 수술로 의료사고가 발생해 한 명은 수술 직후, 다른 한 명은 수술 후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알고 보니 해당 병원에서는 과거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수술을 집도한 것이다. 병원 기록에는 남 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수술했다고 기록돼있다.


실제 수술은 병원의 행정원장을 맡고 있던 김 원장이 수술을 진행했다. 또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진행했다는 내부 주장도 있었다. 

병원은 자체적으로 대책 회의를 열어 김 행정원장과 의료기기 업체 직원의 수술 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크게 이슈화됐고, 결국 병원은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 측은 업무정지가 적절치 않다며 환자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파주보건소와 문서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병원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검찰 고발장 제출까지 있었으나 3년이 지난 현재도 1심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당 병원은 여전히 영업을 진행 중이다. 

병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상황에 대해 조언해 줄 힘 있는 전관을 필요로 하는 과정에서 유 의원을 선택했다.

유령수술 사망 피의병원 변호 맡아
이후 유령의사 피해 환자와 법정 서

유 의원은 해당 병원의 법률 대리인으로 임명되면서 병원 관계자에게 실제 수술을 한 사람 대신 정식 의사가 수술한 것처럼 꾸미라고 지시했다. 녹취에 따르면 유 의원은 자신이 오랫 동안 수사해보니 바 병원은 쉽게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또 한 사람만 뒤집어쓰면 사고를 낸 의사는 무혐의까지 가능하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해당 대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병원의 법률 자문역을 사임했다.

유 의원은 녹취에 대해 자신은 조언만 한 것이지 변론 자체를 하지 않았고, 수임료를 다시 돌려줬기 때문에 관여를 하지 않은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임 5개월 뒤, 유 의원은 또 다른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지난 2016년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이다. 대리 수술로 사망사건을 낸 의사들을 변호했던 행보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권씨의 사망사건을 수임하며 유 의원은 가족에게 많은 조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사망한 권씨는 전역 후 모은 돈으로 하루 한 끼만 먹어가며 모은 돈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상담 때 들은 말과 달리 집도의가 뼈만 절개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6개월 차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등 총체적 부실 속에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집도를 맡기로 했던 의사는 한 번에 3개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고, 권씨 상태가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제대로 돌보는 이가 없었다. 충격적인 것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간호조무사 혼자 권씨를 지혈했다는 것. 

이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권씨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병원 소속이 아닌 의사가 들어와 의료행위를 관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번엔
환자 편

유가족 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해 4억3000만원을 지급받았으나 검찰이 의료법을 어긴 정황을 파악하고도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기소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유 의원이 해당 사건을 접하고 사건을 수임한 것은 지난 2019년 4월이다. 경찰이 2018년 10월에 무면허 의료행위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이후다.

2년 동안 경찰 수사에도 진전 없이 검찰로 넘어간 뒤 6개월 간 기소되지 않자, 권씨 유족 측도 전관의 힘이 필요했다. 유족은 유 의원에게 무면허 의료행위 및 의무 기록지 허위기재 등의 혐의를 검찰이 묵과하지 않도록 도움을 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유 의원은 변호사 수임료로만 수천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수임료는 권씨의 학비로 지불됐다.


하지만 유 의원을 선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에는 진전이 없었고 사건은 반 년이 넘어서야 재판으로 넘어갔다. 사건이 송치된 지 400여일이나 지난 뒤였다. 유 의원에게 도움을 구했던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가 빠져 있었다.

사건은 양상은 유족들이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권씨의 어머니는 유 의원이 과거 유령수술과 관련해 병원 관계자에게 조작을 지시한 의혹이 있는데, 이후 아들의 사건을 맡은 것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건 담당 검사가 1년 넘게 지연시키다 검사가 무면허 행위를 불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었다. 유족들은 당시 유 의원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돈만 받고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전관의 힘이 부족했던 탓일까. 해당 병원은 민사 소송과 관련해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의료과실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은 사건 이후 5년이 지난 지금도 소송 중이다.

정치권
네 탓만

결국 권씨의 어머니가 소장으로 있는 환자권익연구소와 의료범죄 척결 단체 닥터벤데타는 지난 3일, 경찰청 수사본부에 유 의원을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유 의원이 사법질서를 훼손했다는 점, 가해자와 피해자 측의 소송대리를 수임한 사실에 대해 ‘도덕적 일탈행위’로 간주해 고발했다고 밝혔다. 


형법에 따르면 죄를 지은 사람의 죄를 은닉하려는 시도는 징역 또는 벌금형이 처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 처럼회는 “유 의원이 대리 수술 사망사건을 덮기 위해 내놓은 수법은 증거인멸, 범인 은닉 등 사건 은폐 행위가 총 망라돼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유 의원은 21대 총선에 출마해 자신의 고향 강원도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는 국민의힘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환자보호3법(수술실 CCTV 설치, 의사면허 규제 강화법안, 행정처분 의료인 공개 법안)중 의사면허 규제 강화 부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던 바 있다.

환자보호3법 문제는 비단, 여·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던 관련 법들은 올해 다시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여당에서는 야당 탓을, 야당에서는 여당 탓을 하고 있다. 여당이 발의했지만 여당 역시 수술실의 입구에만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입장이다.

그동안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유령수술 같은 행위를 막기 위해 수술실 안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필요에 의해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이 같은 환자의 권익이 보호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친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2016년 CCTV 설치법과 관련해 막말과 욕설을 섞어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적극적인 의료행위에 방해되고, 환자와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비밀이 현저히 침해된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수술실 안의 CCTV 설치 의무화는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성한 후엔…
환자 보호 3법 반대

우리나라는 건강과 진료를 다루는 의사의 업무 특성상 의료행위를 하다가 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을 선고받아도 면허취소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관련법에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취소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유령의사를 막자는 취지로 행정처분 의료인을 공개하자는 법안이지만 의사단체 중 일부가 반발 중이다. 의무 기록상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환자가 상담하거나 얼굴을 맞댄 의사다. 

유령의사로 인한 피해자 수는 2019년 기준 약 30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집계하고 있는 곳은 없다. 이마저도 유령의사들의 양심선언에 의해서 밝혀진 환자들이다. 

환자는 자신을 마취하면 누가 환자를 수술하는 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권씨의 사건처럼 CCTV 영상이 없었다면 잘잘못을 따지거나 사고 자체가 세상에 알려지기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여론은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의사가 환자에게 몸을 대는 것 자체가 상해죄가 될 수 있지만, 환자에게 승낙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환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가 집도의에게만 동의한 것이므로 유령의사가 수술 등의 행위로 사고가 나면 상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과거 유 의원이 보였던 행보에 대해 실제 변론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유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 유가족 측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위 공무원의 출마를 제한하는 이른바 황운하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유 의원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몇몇 변호사에 의해서만 진정 접수가 이뤄졌다.

적절한 조치
이뤄질까?

대한변협회 관계자는 “현재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만 존재하기 때문에 입장 발표는 시기상조”라며 “지방 변호사회 조사위원회의 결정을 받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유 의원은)개인 일정으로 연결이 어렵다”며 “사무실에도 전달한 입장이 없어 밝힐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술실 CCTV 갑론을박

진료환경 위축 vs 환자의 권리

수술실에서의 CCTV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를 두고 반대론자와 찬성론자들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권대희씨의 사망 당일 CCTV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더욱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론자들은 우선적으로 진료 환경의 위축을 꼽는데 진료나 수술이 안정된 상황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CCTV를 도입한다면 집도하는 의사가 위축돼 오히려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해석이다.

또 나체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환자의 민감한 부위 등이 영상에 담길 수 있다는 것.

반대론자들은 그와 더불어 CCTV 설치가 의사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CCTV 설치로 인해 의료행위를 하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감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다.

OECD에 소속된 국가 중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한 곳이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의료인들의 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수술했는지,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에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CCTV를 설치함으로써 유령의사 등에 대한 부정 의료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환자는 마취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술 정보를 얻는 데 있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서 정보적 비대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던 바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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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