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군예능 30년 계보

남녀노소, 군인정신에 빠지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흔히 ‘꼰대’로 불리는 사람 중의 특성 중 하나가 군대 얘기를 즐겨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원치 않게 고생했던 노고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꺼내는 무용담이겠다. 하지만 혼자만 아는 이야기인지라 누가 해도 지겨운 건 마찬가지다. 보안을 이유로 외부와 단절이 필수적인 군대는 미필자들에게 미지의 곳에 가깝다. 최근 군대는 예능의 소재가 되면서 예상 밖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군 예능의 시초는 위문에서 출발한다. 약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나라를 위해 바치는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MBC <우정의 무대>다. 

군대 캠핑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의 깔끔한 진행으로 인해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와 같은 명대사도 탄생했다. 의외의 장면에서 폭소가 터졌고, 어머니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 1989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무려 7년 넘게 방영되는 기염을 토했다. 

폭력이 비일비재했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내무생활부터, 혹독한 훈련 등 군대에서의 생활은 관찰만 해도 긴박감 넘치는 다큐멘터리가 된다. 실제 군 관련 다큐멘터리 사진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인기를 받았다. 일반 사람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막힌 군대 내에서 인간의 본성이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KBS2 <유머1번지>의 코너 <동작 그만>이나 KBS2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 tvN <푸른거탑> 등은 군대에서나 겪을 법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특히 <푸른거탑>은 군인들이나 알법한 독특한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내 큰 사랑을 받았다.


군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한 발짝 떨어진 채로 응원하거나, 묘사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중에 리얼리티 관찰 예능을 도입시킨 작품이 MBC <진짜 사나이>다. <진짜 사나이> 이후 군 예능은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들이 약 4박5일간의 합숙하는 동안의 각종 훈련을 했고, 가족과 떨어진 채로 내무생활을 했다. 그 자체가 신선했으며, 군 생활 도중 낯선 상황에 나오는 실수들이 웃음 포인트였다. 방송 초반부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대다수 출연진이 사랑을 받았으며, 박형식과 샘 해밍턴, 걸스데이 혜리와 같은 출연진은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스타가 됐다. 

하지만 회차가 길어질수록 예능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부각됐고 ‘가짜 군대’라는 불명예가 잇따랐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눈에는 <진짜 사나이>에서의 일부 장면들이 거짓이라는 게 단숨에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예비역들 중 <진짜 사나이>를 진짜 군대 이야기로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군대 맛보기’나 ‘군대 캠핑’으로 평가한다.

<진짜 사나이>를 비판하면서 나온 작품이 ‘가짜 사나이’다. <진짜 사나이>를 패러디한 이 프로그램은 민간 군사기업 ‘무사트’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공동 진행한 작품이다. 

<우정의 무대>부터 <강철부대>까지
인기 요인은 ‘극한의 리얼리티’


해당 갤러리의 관련 영상 누적 조회수는 억대를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출연진 개개인의 리뷰 영상까지 포함하면 ‘가짜 사나이’에서 파생된 조회수는 수십억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 사나이’가 이토록 인기를 끈 요인은 일반 군인 출신 예비역들도 경험한 적 없는 혹독한 훈련이다. 

무사트를 근간으로 하는 UDT 출신들의 내세운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훈련과 이를 극복해내는 출연진의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이었다. 

듣기만 했지,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 손에 꼽히는 특전대 훈련을 실물로 보여준 역할을 한 셈이다. 군 예비역 사이에서도 판타지에 가까웠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열광했다.

‘가짜 사나이’ 이전까지만 해도 유튜브 방송은 일종의 마이너리그로 평가됐었다. 매우 적은 인원이 만드는 저퀄리티 영상을 소비하는 문화에 그쳤는데, ‘가짜 사나이’ 이후 유튜브 방송이 오히려 기존 미디어를 역전하는 현상도 만들어졌다. 

비록 각종 논란으로 인해 시즌2 방송 중 해당 프로그램이 중단됐지만, 약 6개월 사이 ‘가짜 사나이’가 일으킨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이후 군과 훈련을 소재로 삼은 유사 프로그램이 여럿 론칭했지만,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성 연예인 6인의 재난 상황 생존기를 그린 tvN <나는 살아있다>를 비롯해 디스커버리채널 코리아 <서바이블> JTBC <장르만 코미디>의 코너 ‘무인도 체험기’ 등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론칭한 채널A <강철부대>가 이른바 ‘사나이’ 시리즈 계보를 잇는 군 예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철부대>는 기존 프로그램의 가학성이나 관음적인 요소는 빼되 진짜 군인정신으로 정면승부 중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각자 자신의 한계에 온몸으로 부딪힌다. 단체전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희생적이다. 체력과 정신력, 협동심 등이 출연자 모두에게서 엿보인다. 

“패배하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정신으로 주어진 미션에 도전한다. 상대 팀에게 지는 것보다 도전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한다. 아무리 패배했더라도 이들을 비난할 수 없는 건 극한의 노력을 한 것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능으로 출발했지만, 현장은 전쟁터에 가깝다. 

군대는 점점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 가운데 파급력을 미친 프로그램은 대부분 실제를 그대로 드러낸 작품들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통제된 상황에서 희생과 인내심으로 다양한 임무 수행을 해내는 출연진의 군인정신이다.

희생정신

<강철부대> 이원웅 PD는 “‘우리나라 군인들 정말 강하고 멋있다’는 반응을 볼 때 보람차다. 징병제라는 점에서 군인의 위상이 낮은 편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현역, 예비역 군인들과 국군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존경심을 갖고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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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