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언급하자. 정치판 출신인 필자는 동 선거가 시작되자마자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아울러 주변 사람들에게 호언장담했다.
동 선거는 레임덕으로 허덕이던 김대중정권 후반, 최규선 게이트로 민심이 최악이었던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그리고 노무현정권 시절 열린우리당의 분열 상황에서 실시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이다.
그 근거로 우리 국민들의 무지 아니, 정치권의 농간을 들었다. 지방선거와 중앙권력은 철저하게 별개의 사안임에도 정치꾼들의 농간에 휘둘려 지방선거와 중앙정치를 혼동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근거로 들었다.
동 선거에 대한 개표결과가 필자의 예측과 정확하게 일치하자 허망한 마음 일어났다.
그런 빤한 선거를 해서 뭐하냐는 생각에서였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노태우정권 시절 실시될 뻔 했던 중간평가제를 도입함이 훨씬 더 국익에 도움이 될 터다.
보궐선거와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이자.
최근 여러 언론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2030세대들에게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글들을 접했다. 아울러 그들의 표심으로 권력에 대한 심판을 거론했다.
사실 필자는 투표에서 나타난 2030세대들의 몰표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젊은이들이 오히려 중앙정치와 지방자치제도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였고, 이후에도 이러한 현상이 전개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번 보궐선거가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해보자. 일부에서는 선거 결과를 계기로 차기 권력이 여에서 야로, 즉 국민의힘이 권력을 쟁취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살필 때 선거 결과는 일부의 생각처럼 차기 대선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판단한다. 차기 대선과 보궐선거는 철저하게 별개의 선거기 때문이다.
실례로 2002년에 실시됐던 제16대 대선을 들어보자.
한나라당은 그해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제주도 그리고 자민련이 당선된 충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참패를 당한다.
당시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자 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작품이라 판단했다.
지역주의가 팽배했던 당시 실정상 호남 세력만으로는 대권 획득이 어려운 상황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김 전 대통령의 고육지책이었다고 말이다. 마치 그를 반영하듯 노무현은 부산, 울산, 경남에서 선전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결론적으로 언급하자. 대통령 선거는 모든 선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여타의 선거가 현존하는 권력에 지배당하는 데 반해 대선은 별개의 선거다. 아울러 차기 대선 역시 지역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덧붙이자면 현 여권이 노무현, 문재인정권의 경우처럼 영향력이 강한 영남 출신 특히 PK(부산, 경남) 출신 인물을 선택한다면 차기 대선은 작금에 실시된 보궐선거와 전혀 별개로 작동하리라 전망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