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야당 선거 막판 변수 셋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패색이 짙은 여권이 연일 악재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

 

▲ 유세 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문재인정부 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네거티브 공세, 고소·고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렇게까지 지저분한 선거는 처음 본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다만 과도한 막말은 선거에서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야권 지도부는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며 내부에 입단속을 강조한 상태다. 이길 공산이 높은 선거에서 괜한 무리수로 표를 잃지 말자는 심산으로 읽힌다.

정권 심판
여권 악재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지난 1일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특히 중도층에선 오 후보(66.5%)가 박 후보(28.1%)보다 두 배 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이는 ‘LH 사태’와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정부 심판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행태에 실망했다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인상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전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수사가 착수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임대료를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선거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에서 사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 내부에서는 “여당의 네거티브에 괜히 대응하지 말고, 이대로만 가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은 쉽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이번 선거에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이 정부에게 돌아서 야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당은 이미 21대 총선에서 극우 세력과 손잡은 지도부들의 막말로 참패한 역사가 있다. 막말은 중도층 이탈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교훈을 준 일례다.

따 놓은 당상? 역풍 미리 차단
힘받는 심판론…중도층 돌아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선거 초반부터 말조심을 당부한 바 있다. 오 후보 역시 이를 실천 중이다. 선거 정국에서 막말 논란이 일 때마다 빠르게 사과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중증 치매환자’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진 대통령을 보며 분노한 마음에 나온 비유적 표현이고, 이 시간 이후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분위기가 야권에 기울어졌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 특히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당의 조직력 싸움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고 해도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신기루’에 불과하다.
 

▲ 유세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은 보수정권 역사상 이례적으로 사전투표 독려에 공을 들였다. 힘을 실어주는 중도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불상사를 차단한 것이다. 특히 야권이 2030 세대를 향한 투표 독려에 힘쓰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2030세대는 보통 진보층으로 꼽혀왔다. 이는 청년층의 정권 심판론이 크게 부상했음을 방증한다.

이대로면 투표율이 높을 경우 진보 진영에 유리하고, 반대로 낮은 투표율은 보수 진영에 유리하다는 오래된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도 정권 심판론이 선거 판세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실정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면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권에 분노한 마음을 속으로 삭여서는 안 된다. 투표장에 직접 나와 정권 응징 투표를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심을 자극해 투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신기루
투표 독려

오 후보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YTN에서 “저는 15%, 20% 가까이 차이난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고, 지지율이 높으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투표장으로 가주셔야 하는 것”이라며 “투표하는 날이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투표율이 60%가 안 될 거라고 예측되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고, 어느 정당의 조직력이 강한가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오 후보는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단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과거 오 후보는 여론조사와 다른 선거를 세 차례나 경험했고, 두 차례는 패배했다. 가장 가까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다.

오 후보는 서울 광진을에서 당시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붙었다. 여론 조사에서 오 후보는 고 후보를 가뿐히 앞섰지만 선거에선 달랐다. 오 후보는 2.6%포인트 차이(2746표) 차이로 패배했다.

지난 2016년 총선 종로에서 당시 민주당 정세균 후보와 붙었을 때도 비슷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 후보는 정 후보에게  약 12%포인트 차이(1만852표)로 패배했다.
 

▲ 서울시청 ⓒ박성원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오 후보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20%포인트 앞섰다. 오차범위를 넘어선 압도적 우세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오 후보는 한 후보에게 불과 0.6%포인트(2만6412표)로 겨우 이겼다.

민주당의 조직력 역시 국민의힘이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민주당의 조직력은 상당하다.

조직력
총동원

서울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49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41명이다. 25개구 기초단체장도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원은 109명 중 101명이, 구의원은 369명 중 219명이 민주당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노리는 이들이 성과를 내놓기 위해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국 지역위원회를 동원해 서울·부산에 거주하는 ‘지인 찾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또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재보선 협조공문을 보내 당 조직을 활용하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경기·인천·호남은 서울 선거, 충청도당 등은 부산 선거를 적극 돕도록 분담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맞닥뜨릴 난관을 부각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영선 후보 캠프 집행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시장이 혼자서 서울의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며 구청장과 시의회가 원팀으로 일하는 것과 매번 싸우고 다투고 갈등이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장은 시의회, 구의회 등 각종 관련 단체과 협력 상생하는 위치다. 1년짜리 시장직에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 시정활동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반성 전략’ 역시 선거의 변수다. 현재 당 내에서는 시장직을 모두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오는 보궐선거는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이 걸려있는 문제다. 당헌까지 고쳐 후보를 낸 상황에 성난 민심이 확인되면 내년 대선판까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면 여권의 대권 주들의 추락 역시 피해갈 수 없다.

민주당은 연일 사과하며 읍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탈한 중도층과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은 “집값 폭등과 부동산 불패 신화 앞에서 개혁은 무기력했다”며 “그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허리를 굽혔다.

지지율 믿어도 되나?
여야 결집 어디까지?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특혜 논란’도 아직 남았다. 현재 투기 의혹은 당의 후보를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선거의 악재다. 오 후보 역시 본인이 “이와 관련된 의혹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면 사퇴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사건의 핵심은 오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있는 서초 내곡동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와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다.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위치도 몰랐다”며 이를 증명한 증인이 나오면 사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 유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 ⓒ고성준 기자

하지만 2005년 토지 측량 현장에서 오 후보를 만나 식사를 했다는 사람의 내곡동 경작인들의 증언이 나오자, 이 논란은 각종 고소·고발전으로 변질됐다. 이후 오 후보가 가게를 방문했다는 안골 식당 주인의 증언이 번복되자, 정치권은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용산 참사’에 대한 오 후보의 발언이 선거 막판의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20일 새벽, 경찰이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건물에서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를 두고 오 후보는 “재개발 과정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라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매우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 생겼던 참사”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박 후보는 “밀어붙이기식 재개발을 추진했던 당시 시장이자 현재 시장 후보로서 반성적 인식이 심각하게 결여된 언어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이와 관련해 연일 사과하며 선거 막판 돌발변수를 차단하고 있다.

몸 사리는
이유는?

일각에선 오 후보의 부족한 인권 감수성이 인해 표를 깎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오 후보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이용하는 문화·복지시설인 ‘어울림프라자’에 대한 재건축 전면재검토 공약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1월 “귀화한 중국 동포들의 90% 이상이 친민주당”이라고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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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