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위기의 두 가족 경영 내막

‘동업 신화’ 70년 동거 끝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 지붕 두 가족’ 영풍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70년 동안 이어져온 영풍의 두 가족 경영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계열분리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배력은 장씨 일가가 월등히 높지만 현금창출 능력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계열사들이 우월하다. 무작정 둘로 나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영풍 본사 ⓒ카카오맵

영풍그룹은 국내 재벌가에서 유일하게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해방 직후인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그룹의 모태다. 이후 두 집안은 70여년간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으며 잡음 없이 성장을 이끌어왔다. 

재벌가 유일
파열 징후 포착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영풍그룹의 자산은 12조4450억원, 매출은 9조3800억원으로 재계 서열 28위를 기록했다. 장씨 가문은 대표회사인 ㈜영풍과 전자 계열사인 영풍전자, 인터플렉스, 코리아서키트 등을 이끌고 있다. 최씨 가문은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중심의 비철금속 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두 그룹의 파열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심지어 계열분리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영풍그룹은 현재까지 지주사 업무와 전자부품, 비철금속 제련 사업은 장씨 일가에서 맡고, 고려아연 등 계열사는 최씨 일가에서 각각 분담해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대로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룹 내에서 고려아연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계열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금창출 능력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지난해 9월까지 고려아연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5789억원이다. 고려아연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연평균 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만들어왔다.

반면 다른 계열사들이 거둔 영업이익은 2020년 9월 누적 기준 ㈜영풍과 영풍전자가 각각 336억원, 439억원, 코리아써키트와 서린상사가 274억원, 124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같은 기간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는 각각 237억원, 15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세 체제 들어서며 잡음…깨진 황금 지분율
최씨일가 입지 축소…분쟁 발생 여부 관심

반면 지분율은 장씨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2019년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서린상사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0.46%를 전부 인수했다. 장씨·최씨 일가가 공동 지배하던 지분이 장 고문 개인에게 넘어가면서 최씨 일가의 지분율 10%에 대한 간접 지배력이 사라졌다.

서린상사는 장씨 일가가 18.3%, 최씨 일가가 12%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고려아연(50%), 영풍문화재단(5%)이 각각 나눠 갖고 있다.

장 고문은 지난해 6월과 9월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1.5% 중 9.18%를 씨케이에 넘겼다. 씨케이는 장 고문 아들 장세준 대표,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와 딸 장혜선씨, 부인 김혜경씨가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는 장씨 집안 회사다. 최씨 일가와 나눠 보유하고 있던 10%에 가까운 지분은 장 고문을 거쳐 장씨 일가 3세들에게 넘어간 셈이다.
 

▲ (사진 왼쪽부터)장형진 고문, 장세준 대표, 최창걸 명예회장, 최윤범 사장

최씨 일가의 직접 지배력은 13.3%로 변하지 않은 반면, 장씨 일가의 ㈜영풍에 대한 직접 지배력은 31%에서 40%로 증가했다. 공동소유 법인을 통한 간접 지배력은 기존 서린상사 10.4%, 영풍개발 14.66%, 영풍정밀 4.39% 등으로 총 30.9%에서 영풍개발 15.5%, 영풍정밀 4.39% 등 총 20.7%로 감소했다.

공동소유 법인인 영풍개발에서 최씨 일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풍개발은 ㈜영풍 지분 15.5%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개발의 주주구성은 장씨 일가가 33%, 최씨 일가가 19.8%, 나머지 지분 중 34%는 영풍문고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영풍문고홀딩스의 주주구성 변화에서 발견됐다. 기존에는 장씨 일가가 14.5%, 최씨 일가가 6.6%를 각각 보유하는 등 두 집안이 나눠서 영풍문고홀딩스 지분을 소유해왔다. 나머지 지분 중 33%는 ㈜영풍이 보유하고 있었다. 

치고나간 장씨
힘빠지는 최씨

하지만 2018년, 이를 전부 씨케이에 넘기면서, 비교적 중립적이었던 33% 의결권이 장씨 일가 3세 법인 소유로 넘어갔다. 결국 영풍문고홀딩스→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최씨 일가의 지배력 역시 상대적으로 약해지게 됐다.

고려아연 역시 장씨 일가 중심의 지배력 확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최씨 일가는 가족을 총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내인 유중근 전 대학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한 최씨 일가는 장내 매수 방식으로 지난해  9월까지 총 고려아연 지분 0.06%를 추가로 확보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최씨 일가가 장씨쪽 지분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주주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영풍이 장씨 일가 중심으로 재편된 탓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고려아연의 특수 관계인 포함 최대주주 지분율은 48.4%다. 세부적으로는 ㈜영풍이 26.9%, 장 고문(4.4%)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5.96%, 공동 회사인 영풍정밀이 1.56%씩을 갖고 있다. 나머지 10%대 지분은 최 명예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 2~4세 수십명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두 가문은 최근 3세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2016년 장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영풍은 현재 전문경영인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장세준 코리아서키트 사장이 최근 전자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장 사장은 장 고문의 장남으로 장씨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2009년 시그네틱스 전무로 그룹 경영에 합류한 장 사장은 2013년 영풍전자 대표를 거쳐 올해 초부터 코리아서키트를 이끌고 있다. 

3세 체제
누가 잘하나?

주목되는 사실은 전자 계열사 실적이 장 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코리아서키트의 경우 내년 매출이 사상 최대인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 역시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이래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계열사인 인터플렉스의 영업이익이 2018년 적자로 전환한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옥에 티’로 지적되고 있다.

최씨 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2세 경영인 최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고려아연은 그동안 동생인 최창근 회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최근 3세 대표주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사장이 1년6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영풍

전통적으로 최씨 가문이 65세 이전에 회장직을 넘기는 점을 감안할 때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 역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2007년 고려아연 입사 후 페루 광산과 호주 아연제련소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최근에는 신사업 개발을 이끌면서 최씨 가문의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최근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이나 은값이 상승하면서 매출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7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씨 가문 입장에서도 계열분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금은 최, 지분은 장…복잡한 셈법
“계열분리 논하기엔 시기가 이르다”


재계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세인 장형진 전 회장이 과거 그룹 승계 과정에서 영풍문고 지분을 매각할 때도 최씨 일가는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가풍이 3세 경영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풍그룹 역시 언론을 통해 “계열분리를 논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의 시각은 다르다.
 

▲ ⓒ고려아연주식회사

한 재계 관계자는 “두 가문의 분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계에서 회자돼왔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쪼개느냐는 수순만 남았다”면서 “그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순환출자구조 또한 지난해 해소된 만큼 계열분리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가문이 계열분리를 할 경우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최근 영풍 계열 전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공정위 발표 기준으로 ㈜영풍과 고려아연 계열의 매출 격차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26.91%의 지분을 보유한 ㈜영풍이다.

그동안 두 가문이 경영해 온 것처럼 영풍과 고려아연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LG-GS 
사례 답습?

재계 안팎에선 “과거 LG와 GS 가문의 계열분리 모델이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정유와 건설, 홈쇼핑 등 당장 현금성이 높은 계열사를 가져가고, LG그룹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전자와 화학, 2차전지 사업 등을 맡았다”면서 “재계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경영분리 모델로, 영풍그룹이 답습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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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