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조작 논란’ 위기의 넥슨 불신론

주인 맘대로…다방 파친코식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넥슨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가라앉기는 모자란듯하다. 일부 유저들의 트럭시위는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지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넥슨 본사 ⓒ박성원 기자

지난 1일 새벽 강원기 넥슨코리아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사이트 공지사항을 이용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날 강 디렉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메이플스토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님 뜻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두 번째 사과
민심은 악화

강 디렉터가 언급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메이플스토리에서 오랫동안 유지한 라이브 서비스 개발 관성으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운영방식을 유지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고 게임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2021년에 이른 현재도 마찬가지다.

게임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사용자가 돈을 끝없이 지불하면 지불하는 대로, 장장 18년 동안 돈을 벌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과문은 지난 19일 게재됐던 1차 사과문에 이은 2차 사과문이다. 시스템상 왜 이 같은 이슈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1차 사과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차 사과문에서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메이플스토리 측이 현재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고 어떻게 앞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가 담겼다. 

넥슨 책임자의 장문의 해명에도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사과문에는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해 ‘오류’라고 재차 강조하며, 정보전달을 제대로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기 때문이다. 

우연히 결정되는 ‘뽑기형 상품’
“동일 확률로 운영되지 않았다”

강원기 디렉터의 사과문에 뿔난 유저들은 ‘말뿐인 사과문’이라며 당일 성명서를 배포하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유저들은 강 디렉터에 “감정호소에 급급한 사과문 말고, 실질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즉각적인 유저 간담회를 개최해야 하고, 현재 코로나를 이유로 미운영되는 상담실 개방을 비롯해 게임 내 모든 시스템의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올렸다. 

앞서 메이플스토리는 아이템을 뽑기 위해 무작위로 추가 옵션을 부여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동일 확률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지적되면서 큰 논란이 불거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자가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종류와 효과 등이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뽑기형 상품’이다.
 

▲ ‘확률 조작 논란’이 일자 트럭 시위 갖는 유저들 ⓒ게임 커뮤니티

‘확률 조작’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달 18일 메이플스토리가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면서였다. 이날 공지 중에는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사용자들이 ‘지금까지는 동일한 확률로 부여된 게 아니었나?’라는 의문점을 갖게 만들었다.

이른바 ‘확률 조작’을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아이템 ‘환생의 불꽃’은 추가 옵션을 계속 부여해 임의로 아이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높은 등급 ‘환생의 불꽃’은 이벤트나 코인샵에서만 구입 가능하고 가격도 비싸서 구하기도 어렵다. 이 옵션을 얻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수천만원까지도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을 해온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십수년이나…
유저들 폭발

지난달 23일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조작 논란에 반발하며 ‘트럭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트럭 시위는 대형 LED 전광판을 부착한 트럭을 본사로 보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종 시위법이다. 23일 0시에 시작된 트럭 대여비 800만원 모금 운동은 불과 1시간을 채 넘기지 않고 완료됐다.

‘한도 0원 챌린지’의 파급력도 상당했다. 한도 0원 챌린지란 넥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월 충전한도 설정을 통해 본인의 캐시 충전한도를 0원으로 만드는 운동이다. 이번 챌린지를 주도하는 일명 ‘총대진’에 따르면 지난달 23~27일까지 사흘간 596명의 유저가 동참했다.

이들은 챌린지 참가를 인증하며 본인의 1월과 2월 캐시 충전내역을 함께 공개했는데, 그 금액은 무려 15억5571만원에 달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집단이동’ 또한 게임 서버가 마비될 수준의 영향력이었다. 집단 이동지로 결정된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25일 공지를 통해 “게임 다운로드 이용자가 급증해 게임 다운로드 및 설치 시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알렸다.
 

▲ 넥슨 본사 ⓒ박성원 기자

해당 시점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집단 이동이 본격화된 때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최소한 10년 정도 게임을 이용한 ‘골수팬’들이다. 오래된 유저들은 이미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돼있어 단결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이분들은 월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게임에 돈을 쓰는 분들이기 때문에, 트럭 대여비 모금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법 논란
국회로 번져

한 유저는 “메이플스토리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지켜볼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응원할 순 없다”고 밝혔다. 출시 때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다는 또 다른 유저는 “이번 논란을 통해 추억까지 털어버리게 됐다”며 “챌린지와 트럭 시위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분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사태는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일부 유저들은 트럭 시위에 더해 정치인들과 만남을 늘리며 게임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에 대한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명시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도록 했다.


같은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도 같은 취지의 게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확률 정보 공개 필요성에 공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입장을 묻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로 게임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회가 규제 검토에 나선 가운데 게임사들과 게임 유저들 간 찬반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게임인지 도박인지 “못 믿겠다”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 발의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며,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며 규제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국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소비자 보호장치가 과도할 경우 그 산업의 발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외국계 게임업체와 동등한 규제가 돼야 하는데 외국계 업체에 대해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헌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처리 의지를 다졌다. 그는 “게임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고 자율 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며 “확률 공개는 유저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고 강조했다.

유저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 게임사 측은 자체적으로 확률 공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이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 넥슨 측에 질의해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넥슨은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최소한의 가이드에 따라 큐브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큐브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금주 내 공개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앞서 게임협회가 게임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공언한 만큼 규제 제도화에는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업계 반발
어떻게 되나?

게임법 전부 개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문체위 관계자는 “제정법과 전부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공청회를 열게 돼있다”며 “필요하다면 게임업계와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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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