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제 17대 임금인 효종과 당대 학자인 송준길의 대화 내용을 인용한다.
송준길의 <동춘당집>에 실려 있다.
「송준길이 아뢰기를 “사람으로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이는 죽은 물건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과 동물이 똑같은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나 금수가 금수가 된 까닭은 한 가지 일에만 밝기 때문입니다. 뜰 앞의 풀을 베어 내지 않고 병아리를 구경하고 노새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을 옛사람은 모두가 측은에 속한다고 하였습니다”하니 성상이 이르기를 “노새의 울음을 듣는 것이 어째서 측은에 속하는가?”하였다. 준길이 아뢰기를 “상채(上蔡)가 처음 명도(明道)를 뵈었을 때 사서(史書)를 줄줄 외어 거론하며 한 자도 빠뜨리지 않으니, 명도는 이를 완물상지(玩物喪志)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채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이 붉어지자 명도는 이것을 바로 측은지심이라고 하였으니, 이에서 측은이 사단(四端)을 통솔하였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기록과 관련해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상채(사량좌의 호)와 명도(정호의 호)는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이고 완물상지는 ‘물건을 구경하다 뜻한 바를 잃어버린다’는, 즉 쓸데없는 물건에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 본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측은지심은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도덕의 실마리에 관한 학설) 중 첫 번째 항목으로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송준길에 의하면 사단 중 측은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 언급하고 있다.
필자가 거창하게 맹자의 사상을 인용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 이전에 측은지심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재직 중이던 시절부터 <일요시사>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그의 의식 세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식 세계는 정상이 아니라고, 상당히 왜곡돼있다고 말이다.
그 근거로 두 가지 사항을 거론했다. 먼저 김기춘씨를 비서실장에 임명한 일과 관련해서였다.
김기춘씨는 지난 14대 대선 당시 부산에서 발생했던 일명 초원복집 사건의 주역으로 그가 입만 열면 부르짖었던 통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다음은 최태민과의 관계에 대해서다.
최태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최태민과 박 전 대통령의 비정상적 만남이 김재규와 차지철 사이에 갈등의 씨앗이 됐고, 결국 김재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을 죽이게 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도 부족해 그의 딸과 사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왔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필자는 이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언급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이란 이단의 악령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대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세간에서는 사면에 대한 사전 조건으로 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가 살필 때 박 전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인간들의 의식 세계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송준길의 변처럼, 한 가지 일에만 밝은 금수, 즉 최태민의 악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여인이다.
그런 그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니 필자의 시선에 그런 인간들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의 잣대가 아닌 측은지심의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