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덮친’ 요양병원 아이러니

마지막 음성 나왔다고 치료비 청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가 요양병원이라는 사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신 자녀들은 재난문자만 봐도 가슴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실제 하루가 멀다 하고 요양병원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아버지, 힘내.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어. 응원할게.” “응.” 지난해 11월4일 아들 서모씨가 영상통화를 통해 아버지와 나눈 대화다. 이 대화를 끝으로 서씨는 더 이상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아버지 서씨는 지난해 12월21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이었다. 

두 달 만에…

지난해 10월24일 경기도 오산 메디컬 재활 요양병원(이하 오산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오산시 방역당국은 10월31일 병원 2, 3, 5층을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했다. 코호트 격리는 27일 만인 지난해 11월27일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환자 40명과 종사자 8명 등 4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산 요양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곳은 5층. 당시 오산시 방역당국은 첫 확진자가 머물렀던 2층과 5층만 코호트 격리를 했다가 일주일 뒤 3층을 포함한 병원 전체로 격리구역을 확대했다. 9년여 전,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된 아버지 서씨가 입원해 있던 곳은 3층이었다. 서씨는 3층이 격리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지난해 10월28일경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유가족은 “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72세의 서씨는 체중이 80㎏가량으로, 당뇨와 협심증 등의 기저질환이 있긴 했지만 2박3일씩 가족들과 함께 외출할 만큼 건강한 상태였다. 하지만 10월31일 포천의료원으로 전원된 서씨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서씨는 지난해 11월4일 모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반신마비로 입원해 있다가 날벼락
상태 급격하게 악화돼 큰 병원으로

아들 서씨는 “코로나19로 면회가 제한되는 바람에 아버지를 자주 뵙지 못했다. 지난해 추석에 잠깐 인사드린 게 마지막으로 직접 얼굴을 본 것이었다. 병원에서 영상통화가 걸려왔을 때도 그때가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라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이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에게 적지 않은 액수의 병원비를 청구했다는 점이다. 사망 당시 서씨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다.

서씨는 지난해 12월21일 사망했지만 앞서 12월3일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약 2주간 코로나19가 아닌 일반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유가족 부담의 병원비가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기관에 입원한 시점부터 격리 해제될 때까지 치료, 조사, 진찰 등에 드는 경비를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다. 진료비 중 건강보험 급여항목이나 의료급여 부담금은 건강보험공단에서, 환자 본인부담금과 입원 치료에 따른 식비 등 비급여항목은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장례비도 지원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선 화장, 후 장례’ 조치를 취한다. 사망이 선고되면 장례지도사가 코로나19 확진자 시신을 화장장으로 옮긴다. 화장 이후 유가족이 유골을 받아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 코로나19 의료진 ⓒ고성준 기자

이때 사망자 주소 관할지 시·군·구에서 인건비, 시설이용비, 물품비, 기타 등 1명당 300만원 이내의 실비와 1000만원의 장례비를 지급한다. 

아들 서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쯤 폐 기능은 물론 뇌 기능까지 나빠져 거의 식물인간 같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만 없을 뿐,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아버지 서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도 사망에 이르기까지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다. 

유가족은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논의 끝에 서씨의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아들 서씨만이 유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다. 약 2주 동안 유가족에게 청구된 병원비는 1700만원에 달했다. 유가족은 병원비를 정산한 이후 아버지 서씨의 장례를 치렀다. 황망한 죽음이었다. 

사망 당시 코로나19 음성 판정
병원비 감당 못해 연명치료 중단

장례를 치르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모 대학병원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아버지 서씨의 직접 사인은 ‘코비드19 폐렴’으로 돼있다. 사망진단서를 확인한 장례식장에서는 서씨의 장례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지난해 12월3일 날짜로 ‘nCOVID19 음성으로 격리병실 해제됨’이 기록된 간호일지를 내밀고서야 유가족은 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다. 

아들 서씨는 “아버지의 사망진단서에 적혀 있는 코로나19를 보고 장례식장뿐만 아니라 다들 우리를 엄청나게 꺼리더라. 무슨 벌레 보듯이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들 서씨의 아내는 “장례비 지원이 되는지 동사무소에 가보니 시청에 문의하라 하고 시청에 갔더니 동사무소에 문의하란 답변만 받았다. 보건소에 문의하니 그제야 사망 당시 확진상태가 아니였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어디서 어떤 지원을 해주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정신이 없는데 병원비와 장례비에 사용된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곳에 문의해야 하는 상황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긴급재난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보험공단 서류를 준비 중이다.
 

아들 서씨는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로 환자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혹시라도 우리(가족들이)가 바이러스를 전파시킬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으셨다면 별 탈 없이 오래 사셨을 거다.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집을 짓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황망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요양병원 등 취약 집단에 대한 미흡한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1, 2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존재했음에도 미온적인 조치로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명백한 인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1700만원

실제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사망자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500명대였다. 하지만 12월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500명에서 600명으로 늘어나는 데 25일, 700명대는 7일, 800명대는 5일, 900명대는 4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에 달하는 481명이 지난해 12월 이후 숨졌다. 이 중 84%가 60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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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