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신살뻗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떠날 땐 말없이…뒷말만 무성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임 과정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설왕설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였던 김 전 수석이 자리서 물러나자 여권 내에서도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또 김 전 수석은 신임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번 인사 조치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정부의 2번째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민정수석실 통합 이후 둘뿐인 비법학과 출신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그는 1957년 6월22일 경남 진양군 태생으로 영남대학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다주택 논란
양도세 때문?

총무처, 교통부 등을 거쳐 85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겨 감사원 감사관,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 등을 거쳐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상관은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이후 2008년까지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공직을 떠난 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건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을 맡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퇴직 관료 출신 그룹을 이끌었으며, 대선 후 2017년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9년 7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한 김 전 수석은 결국 주택을 팔지 않고 사퇴해 ‘직보다 집을 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비서관급 이상 참모를 대상으로 6개월 내 처분을 권했으나 김 전 수석은 해당 기한을 넘겨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를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매물로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주택을 처분할 의지도 없으면서 꼼수를 부린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려고 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았다. 그가 소유한 잠실 소재의 아파트나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모두 시세가 20억원 가까운 고가 주택인 만큼 어느 것을 팔든 그로서는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기 때문이다. 

주택 안 팔고 사퇴 이유는? 커지는 의혹
‘뒤끝 퇴장’논란…청 “정중하게 떠났다”

게다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다주택자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였다는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여론 악화의 원인이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공개 회의서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는 대목은 한마디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의 해묵은 악연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15년 악연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 실장은 피감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때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이 김 전 수석이었다.

당무감사원은 징계를 당에 요청했고, 당은 6개월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노 실장이 2016년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이었다.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청와대에 함께 근무하자 2015년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았고 최근 인사 논란과 함께 재조명됐다. 앞서 노 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자 가운데 수도권 2주택 이상은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팔라고 권고했을 때도 정가의 시선은 김 전 수석에게 쏠렸다.

노 실장 지적은 결국 ‘강남3구’ 2주택자인 김 전 수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김 전 수석이 소회를 밝혔다면 논란이 해소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고 의혹도 고스란히 남았다.

김 전 수석은 잠실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인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여당 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사회적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여당 각축전
반박 재반박

사퇴했더라도 주택 한 채는 처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당 이석현 전 의원도 “물러났어도 집을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진성준 의원도 CBS 라디오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수석이 사의 표명 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 불참한 부분 등을 지적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는 물론 같은 날 신임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번 인사조치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의 과제로 여겨지는 검찰 개혁, 기본권 확대, 3권 분립과 상호 견제 등과 같은 의제들은 부자든 부자가 아니든 모두 동의하는 문제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부동산, 양극화와 같은 주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여론의 반발이 확 도드라져 나중에는 지지자 배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직 인적 구성에 대한 불만 자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서민들도 있다”며 “그런데 고위직 구성이 재산이 많은 인사로 편중되면 지지자들은 ‘이들이 우리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을 향한 여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김 전 수석이 사의 표명 후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남기고 청와대를 떠났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맞춰 여당 내 기류에도 변화가 일었다. 다만 당 내부에서 청와대 인사 개개인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겨냥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종민 의원은 KBS1 <사사건건>서 “여러 가지 공개가 안 된 가정사가 있다”며 김 전 수석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해를 받아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건데, 그만둔 사람에게까지 저렇게 이야기하는 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쓴 소리에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아는 척하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자꾸 개인에 대해 인신공격하고 이러면 안 된다”는 등의 강한 발언도 쏟아냈다.

사실무근 일축
가정파탄 위기

그러나 김 전 수석의 처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하다. 박용진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마녀사냥이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국민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 혹은 고위공직자의 처신이어야 한다”며 “억울하고 힘들더라도 어떤 때는 감내해야 되는 것”이라고 훈수했다.

다주택 처분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사퇴한 김 전 수석은 지난 12일 자신을 두고 ‘가정사가 있다’ ‘재혼했다’는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에 “저와 관련해 보도되는 재혼 등은 사실과 너무도 다르다”며 “오보로 가정파탄 지경”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 과정을 두고 ‘뒤끝’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선 “역시 사실관계가 다르다”면서도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해명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위치”라고만 답했다.
 

▲ ▲

정치권에선 김 전 수석 사퇴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그의 ‘재혼’이라는 가정사를 고려하자는 옹호 의견과 개인 사정과 관계없이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전 수석의 입장 표명으로 양측 모두 민망한 상황이 됐다.

우 의원은 지난 12일 새벽 페이스북에 “어떤 가정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국민이 잘 모르면 이해하라고 하면 되겠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이번 다주택 논란, 가정사 논란 이외에도 김 전 수석을 따라다니는 논란은 더 있다. KAI 사장 임명을 두고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설왕설래’ 처신 부정적 여론
“사연이 있다” 가정사도 의문

KAI 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 미 고등훈련기 T-X 사업 도전, 각종 항공기 수출 등의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김 전 수석은 무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며 관련 커리어도 전무하다시피 해서 사장 임명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눈총을 받고 KAI로 가게 됐다. 임명 이후에도 무기 수출과 방위산업 육성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또 KAI 사장 재임 시절 포항 해병대 헬기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락한 헬기는 KAI가 제조했고 사고 당일에도 KAI의 정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유족들은 과거 KAI를 고소 고발한 바 있으며, 김 전 수석의 임명을 반대했다. 

당시 유족들은 “KAI 김조원 사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될 경우 아직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정당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서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하셨던 것처럼 사람을 위한 정치를 저희에게도 보여주길 눈물로 청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싸늘한 여론
누리꾼 비판

김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야 의원이 한 목소리로 옹호에 나서고, 이를 김 전 수석 스스로 ‘가정파탄’까지 언급하며 해명하는 모양새가 우습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남이 하면 불법, 우리 편은 가정사” “개인 사정 없는 다주택자가 어디 있느냐” “이건 감싸는 것인가, 먹이는 것인가” “시트콤 찍는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