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카프로 사이에 둔 빛바랜 밀당 내막

먹을 수도 뱉을 수도 ‘진퇴양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중국 발 제품의 공급 증가로 회사의 전략적 가치는 추락했다. 이로 인한 주주들의 무관심 속에서 실적마저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카프로는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까?
 

▲ 카프로 ⓒ카프로

1965년 국영기업 한국카프로락탐으로 출발한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및 유안비료의 제조를 주된 영업으로 하며 1969년 설립됐다. 카프로락탐은 의류, 타이어코드, 어망, 카펫용 나일론의 원료로, 카프로가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다. 카프로는 1974년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를 거쳤다. 현재 1대 주주와 2대 주주로 있는 효성과 코오롱도 이때부터 카프로의 경영에 참여해왔다. IPO 당시 주주구성은 ▲동양나일론(현 효성) 20% ▲코오롱 19.2% ▲고려합섬 7.4%였다.

잘 나갔지만…
악순환 지속

카프로는 국내 카프로락탐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하면서 2011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2100억원에 육박하는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실적 쇼크와 효성 총수 일가의 지분정리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카프로의 장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단기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카프로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한 단계씩 낮춰 각각 BBB+(안정적), A3+로 제시했다.

카프로의 신용등급 강등은 수익성 악화 탓이다. 중국발 공급 증가로 1년 만에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공급 과잉이 극심했던 2015년에는 매출이 기존의 5분의 1인 2150억원까지 떨어졌다.


또 카프로의 최대주주 효성그룹의 총수 일가가 2013년부터 카프로 주식을 내다 팔아 지분을 정리한 것도 투자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효성과 코오롱의 고정적인 거래 수요 등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인 조석래 회장이 보유하던 카프로 지분 전량을 장내매도했고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도 카프로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국내 유일’ 시장 싹쓸이하다 내리막길
‘반짝 흑자’ 다시 적자로…빚 위험 수위

하지만 카프로에도 기사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카프로락탐의 가격이 상승한 것. 당시 카프로락탐의 국제가격은 t당 2000달러에 육박했다. 카프로락탐의 재료인 싸이크로헥사논의 가격이 2016년 t당 1070달러에서 2017년 1491달러까지 오르며 판매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카프로는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와 합작투자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한국산 카프로락탐이 인도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카프로는 인도의 폭발적인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며 카프로 실적의 방향에 주목했다.
 

▲ 권용대 카프로 대표

2017년 흑자전환 이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던 카프로가 다시 실적악화의 늪에 빠졌다. 2017년 5412억9600만원에서 2018년 5792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던 매출액은 지난 2019년에 4402억3400만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823억1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494억4800만원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242억4200만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곧바로 2018년 156억43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19년 473억89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476억3000만원으로 이미 지난 2019년 전체 손실액을 넘어섰고 전년 동기 141억200만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량 감소
저조한 수출

당기순이익은 2017년 123억4900만원에서 2018년 100억43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 2019년 828억19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순손실은 48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83억7400만원)의 6배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카프로가 3년 만에 다시 영업적자를 낸 이유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로 카프로락탐의 국제 가격이 다시 떨어진 탓이다. 계속 하락하는 시장점유율과 수출의 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08년 90%에 육박했던 카프로락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78.9%까지 줄어들었다. 

카프로락탐의 수출액도 2017년 2894억9900만원, 2018년 2797억3000만원, 2019년 2018억8000만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는 804억4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617억8000만원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대 주주인 효성과 2대 주주 코오롱의 거래량 감소도 카프로의 실적악화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의 거래액은 2017년 1775억4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687억7800만원(전년 동기 1371억2000만원)으로, 코오롱의 거래액은 2017년 526억53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84억4000만원(전년 동기 135억67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 ▲카프로 본사 ⓒ네이버 지도

카프로의 실적 악화는 부채비율의 상승을 불러왔다. 카프로는 2017년 60.6%, 2018년 97.5% 지난 2019년 65.4%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부채비율이 134.8%로 높아졌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지난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부채비율은 카프로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오랜 갈등 봉합
손 떼기 밑그림?

이런 가운데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카프로의 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8.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18.3%, 지난해 28.8%로 높아졌고 결국 지난해 3분기 34%를 기록하며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통상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 항목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총차입금(1223억4900만원) 가운데 1080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된다.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상환부담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선 효성과 코오롱의 거래량 감소에는 카프로에서 손을 떼려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과거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의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1996년 효성 측과 코오롱 측이 지분율 싸움과 이에 대한 차명주식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양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당시 지분율을 유지하되, 대주주들의 상호 동의 없이는 카프로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합의하에 갈등을 봉합했지만 2004년에는 지분율 확대에 대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효성이 카프로의 지분을 늘리면서 효성과 코오롱 간의 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였다. 당시 효성은 카프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고합이 보유한 지분 7.44%를 인수해 카프로에 대한 지분율을 약 25%로 올렸다.

오랫 동안 경영권 다툼
낮아진 가치로 흐지부지

이에 따라 2대 주주 코오롱(19.24%)과의 지분 격차가 6%포인트 가까이로 벌어졌다. 코오롱은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양 측의 갈등이 종료된 것은 카프로의 국내 카프로락탐 점유율이 떨어지고 나서부터다. 코오롱이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카프로락탐을 수입하기 시작하자, 다른 나일론 생산업체들 역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회사들로부터 원료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효성과 코오롱은 전략적 가치가 낮아진 카프로의 지분율을 점차 낮추기 시작했다.


실제 2013년까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효성 측의 카프로 지분율은 27.73%에 달했지만 지난해 3분기 12.75%에 불과했다. 코오롱 또한 2016년부터 카프로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해 올해 3분기 9.56%만을 남겨둔 상태다.
 

▲ 카프로 황산공장 ⓒ카프로

지분율이 낮아지며 효성과 코오롱은 끝내 갈등을 봉합했지만 2017년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경영진과의 분쟁이 발생했다. 코오롱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효성 측이 카프로락탐 공급과잉을 이유로 카프로 경영진에게 감산을 요구했으나 적자를 감수하고 공장이 가동되자 지난 2017년 이사진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효성과 코오롱은 같은 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승언 당시 대표의 교체에 실패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당시 경영진은 효성 측 사내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데에 합의했다. 2018년 박승언 대표의 사임 이후엔 현재 코오롱 출신 권용대 대표가 카프로를 이끌고 있다.

“질의 금지”
답변 거부

카프로의 추락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전방인 섬유산업이 더 침체되면 카프로락탐의 가격도 더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과연 카프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카프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외부의 질의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