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③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사건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16:48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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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를 죽일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부천데이트폭력 생존자는 사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심리상담은 그런 생존자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이자, 사건의 원인을 밝혀줄 ‘열쇠’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 서울 ‘상담센터 사이’에서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생존자와의 상담에 <일요시사>는 관찰자로 참석했다. 본 상담의 내용은 생존자와 상담자 양쪽의 동의를 얻어 공개함을 밝힌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은 지난 2018년 10월초 생존자 김가은(가명)이 가해자 강정준(가명)으로부터 자신의 집에 한 달 동안 감금된 채 폭언·협박·폭행·성폭행 등을 당한 사건이다. 김가은은 세 차례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했고, 검거된 강정준(이하 가해자)은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월, 강간 혐의로 징역 1년6월 등 총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적반하장 
민사소송

사건이 있은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가은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① 지옥에서의 30일,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63).

김가은(이하 생존자)에 대한 심리상담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일정보다 약 1시간30여분 먼저 시작됐다. 생존자는 속마음을 털어낸 듯 눈물을 훔치며 취재진이 배석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생존자에 대한 상담은 재판 부분에서 이어졌다. 눈물을 닦아낸 생존자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는 취재진이 배석한 이후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1시간 동안 총 8번 언급됐다. 약 8분당 1번꼴이다. 8번 모두 재판과 관련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② 끝나지 않은 악몽,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71). 생존자는 지난달 11일 변론기일에 직접 참관했다. 그리고 가해자의 진술을 들었다.

생존자는 이 과정에서 손이 떨리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혹시나 자신의 뒷모습이라도 보일까 봐 재판이 끝나는 순간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생존자는 그때 가장 극심한 불안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상담을 주재한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프리즈 리스폰스(freeze response, 어떤 대상을 목격하거나 떠올릴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얼어붙는 현상)’라고 진단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다음은 상담 후 심 교수가 밝힌 생존자의 현재 상태다.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침습적 사고도 강렬하고요. 성격변화도 보입니다. 꿈으로 사건을 재경험하는 일도 겪고 있습니다. 프리즈 리스폰스라고 해서 가해자를 생각할 때 얼어붙어서 말이 안 나오는, 데이트폭력에 의한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병리적 구타’ 소견…동물학대도
사이코패스와 달라, 차이점은?

‘침습적 사고’는 원치 않는 기억이 계속 떠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겪는 증상 중 하나다. 침습적 사고는 사고 주체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존자는 상담 중간에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건 이전과 달리 행동을 해야할 때 주저하게 된다는 고민이었다. 생존자는 그런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추가 고소를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다양한 증상들을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위축돼있어요. 화조차도 못 내죠.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 극심한 분노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자괴감이 들거든요. 그 다음 단계는 굉장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는 알코올 중독과 자살시도로까지 이어집니다.”


생존자는 데이트어플로 가해자를 알게 됐다. 유튜브 방송을 보던 중 호기심에 데이트어플을 시작했다. 가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생존자는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첫인상이 조금 강해 보이긴 했지만, 평범한 20대 남성의 모습이었다. 심 교수는 이 사건에서 데이트어플이 ‘판타지’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생존자는 우연에 의해서라도 이성과 뭔가 다른 친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생존자는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좋은 남성에게서 보호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욕구는 생존자의 아주 깊은 결핍에 기인합니다.”

생존자는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 생존자에게 외삼촌은 실질적인 아버지였다. 외삼촌은 어린 생존자에게 “친아빠처럼 생각하라”고 말했다. 고학력자인 외삼촌은 생존자에게 아버지이자 롤모델이었다. 생존자는 스스로 자기계발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논문을 찾아볼 정도로 학구적 성향을 보인다. 

“생존자는 외삼촌의 영향으로 남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학용품을 사주고 같이 장난도 치는 외삼촌을 보면서 자란 생존자가 남성을 경계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가해자와의 만남은 생존자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가해자가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생존자의 집에 눌러 살기 시작한 바로 그날부터였다. 그때부터 생존자는 탈출하기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최소 14회 이상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다.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맥주 잔, 청소기 봉대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됐다. 심 교수는 가해자가 ‘병리적 구타’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해자는 ‘패솔로지컬 배터러(pathological batterer, 병리적 구타자)’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욱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분노조절이 전혀 안 돼요. 분노조절이 안 되면 계속 구타를 해야 하고요. 구타를 하는 행위 안에서 자신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기이한 경험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시험에 합격한다거나, 유능한 일을 할 때 자존감을 회복하잖아요? 그런데 병리적 구타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구타라는 행위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침습적 사고
계속 떠올라

가해자의 폭력적 성향은 비단 생존자만을 향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의 집에 눌러앉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그 강아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가해자는 강아지들을 귀여워하다가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으르렁거리면 미친 듯이 때렸다고 한다. 강아지들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다. 그 오줌을 치우는 일은 생존자의 몫이었다. 

동물학대 행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심 교수는 병리적 구타자와 사이코패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 모두 성격장애이긴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유희처럼 즐깁니다. 자신이 신처럼 누군가의 생사를 앗아가는 것에 흥분을 느낍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은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의심과 집착 증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상대적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 들죠. 이춘재와 같은 사이코패스 계열이 살인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반면, 가해자와 같은 병리적 구타 계열은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신체적 약자를 길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심 교수는 의심과 집착을 데이트폭력의 전조증상으로 꼽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올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등의 집착을 보였다. 전화가 오면 자신의 옆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라고 강요했다. 가해자는 혹시나 생존자에게 다른 남자로부터 연락이 오는지 지속적으로 의심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엄청 관심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랑에 의한 관심과는 다릅니다. 현실을 왜곡해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비합리적 행위가 전조증세입니다. 이때 빨리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해자는 의심과 집착 외에도 여성 혐오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강아지들을 구타한 후 “이래서 옛말에 여편네랑 개XX는 하루에 한 번씩 매질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생존자를 구타하면서도 가해자는 “이 시간에도 자기 남편한테 맞아서 죽어가는 X들이 많을 거다. 내가 한국 남자의 진짜 무서움을 보여줄게”라고 위협했다.

이는 평소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김치녀’ ‘한녀’가 문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두 표현 모두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신조어다. 

관심과 집착
구분부터 해야

가해자는 생존자가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면 구타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가해자는 평소 자신이 프랑스 유학파라는 점을 생존자에게 유독 강조했다고 한다. 심 교수는 이를 합리화의 전형이라고 봤다. 

“생존자를 때릴 때 ‘김치녀’ ‘한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가해자가 문화적인 투사, 합리화를 하는 것뿐입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때릴 이유를 찾는 것뿐입니다. 합리화죠. 때릴 때 눈을 마주치게 하는 점은 단지 상대가 너무 쉽게 풀이 죽거나 위축되면 재미가 없어서예요.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대등한 사람을 제압했다고 생각할 때 더욱 큰 희열을 느낍니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를 때 저항도 해봤다고 토로했다. 막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더욱 심한 폭력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소리 지르고 반항하면 안 때릴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거예요. 그러나 때리는 이유를 찾는 사람에게 저항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가해자는 계속 합리화하며 ‘가스라이팅’을 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해자는 생존자를 만나기 이전에도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생존자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가해자의 이전 여자친구 편지에는 “이제는 때리지 않아줘서, 점점 노력해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노예화’라고 칭한다.

“인지적으로 노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그래서 넌 맞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때려야 한다’입니다. 때리고 맞는 것에 관한 합리화를 세뇌 수준으로 반복하죠. 그 밑바닥에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너만 없었으면 내가 성공했을 텐데, 너와 결혼해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전조 증상은 의심·집착
‘여성 혐오’ 성향도 보여

가해자는 폭력을 사용하는 와중에도 생존자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했다. ‘여보’ ‘자기’ 같은 호칭은 물론이고, 구타 후에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졸랐다. 이는 가해자가 상습특수상해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계속됐다. 가해자는 수감 중에도 생존자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연애편지를 방불케 한다.

“가해자가 마치 생존자와 결혼한 듯이 행동한 일은 폭력에 덧씌워진 ‘당의정(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하여 표면에 당분을 입힌 정제)’이라고 보면 됩니다. 폭력은 굉장히 쓰잖아요. 그 쓴 맛을 못 느끼게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로 코팅을 하는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 그 당의정이 가해자의 진심이라거나 나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해자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생존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합의서를 써주고, 가해자 측으로부터 소정의 합의금을 받았다. 합의서는 ‘형사상 합의했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다. 반대로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생존자가 당시 합의서를 써주는 과정에 가스라이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해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합리화해 생존자에게 ‘구원자 콤플렉스(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를 자극합니다. ‘절대 안 때리겠다. 나는 개과선천했다’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하고, 그 말을 믿고 싶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마음을 누그러뜨려 합의서를 써주게 됩니다.”

가해자는 유사강간 등에 대한 재판이 끝난 후 돌변했다. 생존자와의 접견 과정에서 가해자는 “밖에 나가면 너를 죽여버리겠다”며 살인예고를 한 상태다. 생존자는 합의서를 써준 일을 후회하고 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실제로 살인을 할 확률이 꽤 있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전과자가 됐다고, 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 가해자 역시 2차 가해를 하거나 생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사법부와 경찰 쪽에서요.”

생존자는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해자가 생존자의 명의로 약 2000만원을 대출받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는 일도 겪었다. 생존자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생존자는 가해자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상담 과정에서 막막한 현실 속에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생존자는 스스로에게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피해의식
도 넘어

“생존자의 자아정체성 중에서 ‘커리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생존자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커리어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위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리어가 좌절됐다는 느낌이 생존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근원으로 보입니다.”

생존자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감기나 바이러스처럼 금세 낫지 않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기억을 불로 지진 듯이 사건을 각인해 기억해두는 것입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각인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우울증처럼 뇌의 생화학적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 아니라 때론 구조적 변화까지도 동반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생존자의 자아 강도가 높아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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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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