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 추미애-윤석열 폭탄돌리기 막전막후

원전이 문정부 뇌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등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조차 쉽게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 불과 몇 달 만에 실제로 벌어졌다. 이번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했다.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수사에서 배제하거나 감찰을 진행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찰총장의 직무를 아예 배제해 버린 것.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모양새다.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

추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브리핑에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고 폭탄발언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 6가지 혐의를 들었다.

윤 총장은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대검 측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또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하루 만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자진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모양새다. 


윤 총장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직무배제의 근거로 제시한 6개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왜곡돼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추윤 대전 끝까지 왔다
결국 법적공방 갈 기세

실제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은 추 장관이 제시한 6개 혐의 중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추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윤 총장이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서는 선 직무배제 조치 후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당시 보고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정상적인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고성준 기자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평검사들은 집단 움직임을 취할 태세다. 실제 일부 검찰청에서는 추 장관의 조치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문이 나왔다. 검찰 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등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검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집단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건 추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부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도 열렸다. 2013년에 이어 7년 만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과 법무부의 감찰 압박에 사의를 표하자 일선 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열어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집단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입장 요구에
대통령 침묵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의 발표 이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짤막한 입장만 전했을 뿐이다.

입장 표명을 계속 요구하는 목소리에 청와대 관계자가 “징계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한 정도다.

그러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 너무 이상하다. 추미애 장관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려는 윤석열 총장을 노골적으로 쫓아내려 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침묵은 곧 추 장관의 만행을 도와 윤 총장을 함께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본인이 불법비리로부터 자유롭다면 윤 총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윤 총장을 도와 대통령 주변의 비리 간신들을 내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여론은 일단 추 장관보다는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5일 전국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추 장관의 조치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과반(56.3%)으로 나타났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3%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최재형 감사원장 ⓒ고성준 기자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추미애 장관이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야 말았다”면서 “징계 사유의 경중과 적정성에 대한 공감 여부와 별개로 과연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할 만한 일인지, 또 지금이 이럴 때인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반대되는 발언이다.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도 자신이 진행하는 SBS러브FM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윤 총장이 오해받을 행동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직무정지 조치는 잘못됐고 정치적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을 내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부 여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가 문재인정부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선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칼끝이 청와대로 향할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점, 윤 총장이 강연 등에서 일선 검사들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진짜 검찰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등이 추 장관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건과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원의 발표 이후 국민의힘은 관련자들을 고발했고, 검찰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이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시도가 이어졌고, 일주일 만에 직무배제 조치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주요 근거로 낮은 경제성을 들었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물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 글

감사원은 원전 조기폐쇄 타당성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관련 공무원의 문책도 최소화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주의’를 요구했다.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와 관련해선 산업부 공무원 2명에 징계를 요청했다. 또 문책 대상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국민의힘은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감사 과정에서 증거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과 월성 원전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고발했다. 이후 대전지검은 지난 5일 산업부와 한수원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윤 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많은 추측을 낳았다. 추 장관은 같은 날 “권력형 비리가 아닌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검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선 검사들 장관에 반기
징계위 “이미 결정됐다?”


대전지검의 수사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해석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감사원과 검찰을 향해 “경고한다, 선 넘지 마라”는 내용으로 SNS에 글을 올렸다. 

지난 13일 윤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공약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며 “이는 감사 대상도, 수사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공약을 지킨다는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 원리를 감사원과 수사기관이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성 원전 조기폐쇄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국민을 상대로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라며 “심각하게 선을 넘었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서도 “범죄 개연성 운운”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분명히 경고한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 선을 넘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전지검은 지난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정쟁은 물론 윤 총장이 계속 언급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

그 직후 윤 총장에 대한 직접 대면 감찰 시도가 진행됐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평검사 2명을 대검으로 보내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을 시도했지만 대검 측에서 접수를 거부했다. 또 대검은 우편으로 날아온 방문조사 예정서를 반송했다. 

법무부는 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다시 타진했지만 대검은 사실상 불응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방문조사 계획을 취소했다. 당시에도 법무부의 거듭된 방문조사 요구는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지난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했다.

못 채우고
해임 수순?

이제 관심은 오는 2일 열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추 장관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윤 총장이나 변호인에게 출석을 통지하도록 지시했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추 장관을 제외한 6명은 법무부 차관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각 1명씩이다.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며, 징계는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감봉 이상을 의결할 경우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위가 윤 총장의 해임을 의결하고 추 장관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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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