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이랜드의 속살

전성기 끝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랜드그룹의 실적이 매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패션, 유통, 외식 어느 하나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믿었던 중국사업마저 모두 철수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랜드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공격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두고 봐야 할 일. 미래는 불투명하다.
 

▲ 이랜드월드 ⓒ이랜드그룹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그룹 전체의 매출은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그룹 차원의 영업 현금 흐름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조 5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올해 들어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1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800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총차입금은 4조7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하락…적자
브랜드 부재

패션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만 따로 놓고 보면 매출액은 2800억원서 24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70억 수준서 50억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랜드의 패션부문서 효자노릇을 하는 브랜드는 뉴발란스다. 다행인 것은 이런 뉴발란스의  계약이 5년 연장된 것이다. 많은 소문들이 있었지만 이랜드는 지난 4월 뉴발란스 본사와 2025년까지 한국 및 중국서의 독점 판매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이랜드그룹이 패션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강력한 동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중국서의 뉴발란스 판매 사업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뉴발란스가 이랜드와 판매권 재계약을 한 배경에 대해 외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직진출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푸마’ ‘폴로’ ‘망고’ ‘나인웨스트’ 등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국내에 직진출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의 뉴발란스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랜드는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엔 케이스위스를 중국 엑스텝에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2016년 315%였던 부채비율은 2017년 198%로 감소했고, 지난해 17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돈을 벌어다 줄 브랜드가 줄어들어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1분기 전체 매출 전년대비 32% 감소
파워브랜드 부재 패션부문 위기 봉착

잘나가는 것 같은 뉴발란스의 성장폭 둔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랜드가 한국 뉴발란스의 독점 라이선스권을 확보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이랜드가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뉴발 열풍’이 일어났고 브랜드 매출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던 뉴발란스지만, 이후 몇 년 동안 매출액은 그리 늘지 않은 모습이었다. 1년간 3000억원 이상 벌었던 뉴발란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0억원으로 초반 고속성장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박성수 이랜드 회장 ⓒ이랜드월드

실제로 이랜드그룹이 신용도를 유지하려면 브랜드 파워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주문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랜드그룹의 브랜드 파워 확보 여부에 따라 영업실적 회복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0년간 40% 이상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던 중국서의 패션사업도 위기를 맞이했다. 이랜드는 2010년 중국서 18개 브랜드, 332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했는데 이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매출만 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기업 중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전체 시장 2위에 올랐다.

1조원의 이면
중국사업 철수

한때 40여개 브랜드, 8000여개 매장으로 늘리며 목표에 근접하는 듯 했지만 2016년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당시 그룹 전체 매출서 중국사업이 차지하던 비중은 30%에 이르렀다. 

이랜드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찾아온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패션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유통사업으로 발을 넓히던 차였다. 중국 팍슨그룹과 손잡고 중국 상하이에 ‘팍슨-뉴코아몰’을 열며 유통사업에 뛰어든 후 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출 감소세에 사드 보복까지 이중고를 겪은 이랜드는 결국 효율이 나지 않는 매장을 철수하고, 사업구조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랜드는 2017년 3월에 중국 패션부문 티니위니 사업을 매각하고 애슐리·자연별곡 등 외식 매장도 철수했다.

대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진출하고 자체 온라인몰을 열었다. 이마저도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중국 우한을 비롯해 상당수 매장을 휴점하는 등 악영향을 받았다.

중국 이랜드 패션 법인 3곳의 매출액은 2015년 2조3373억원서 2018년 1조365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중국사업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42.6%서 2017년 21.4%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아예 중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이랜드이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랜드이츠는 과거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 부문으로 지난해 7월1일자로 물적 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뷔페와 캐주얼 다이닝, 카페·디저트 등 총 17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출범 후 ‘애슐리 퀸즈’ 확대 등 외식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출범 후 6개월간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시절인 2018년 연간 영업이익(80억원)의 79.3%에 달했다.
 

▲ ⓒ자연별곡 제공

저수익 점포 매장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신메뉴 출시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 수익성은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1월까지만 해도 이랜드이츠 내부에선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외식사업 위기
코로나 직격탄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중순부터 고위험 시설군에 해당하는 뷔페 영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애슐리, 자연별곡 등 메인 브랜드들이 한 달째 문을 닫은 상태다. 

매출 감소는 기본이고 2023년 상장을 조건으로 유치한 외부 투자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무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이츠는 지난해 7월 분사하면서 SG프라이빗에쿼티(SG PE) 컨소시엄으로부터 유치한 1000억원의 투자금을 최근 조기상환했다.

당초 2023년 상장(IPO)를 조건으로 전환우선주 400억원, 전환사채 600억원을 각각 발행했지만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조기콜옵션 행사 조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20억원이 충족됐고, 투자자 측에서 조기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 조기상환을 위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이츠의 대주주인 이랜드파크에 유상증자와 대여금 형식으로 자금을 집행했고 이랜드파크가 전환사채,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투자금을 상환한다.

유통 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급감 여파로 전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 기준 이랜드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3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흑자 310억원)대비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최대 실적 기대했던 외식사업부 고전
이랜드리테일 사상 첫 무급휴직 시행

이랜드리테일 측은 “불가피하게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하게 됐지만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樂)’을 키워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각각 의류, 외식, 건설·가구·생활용품, 호텔·리조트, 백화점, 테마파크·여행을 뜻한다.

패션사업을 근간으로 하면서 한국까르푸를 비롯해 데코와·네티션닷컴·뉴코아·해태유통·태창(내의사업부) 등 20여 개의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며 몸집을 키웠다. 덕분에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 스파오 매장 ⓒ이랜드월드

이 때문에 이랜드는 몇 해 전부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비수익 브랜드와 매장 철수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등 이랜드그룹 내 계열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주차장 자산 유동화로 1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1개 유통 점포의 주차장 운영권을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컨세션펀드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급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국내 유통사 중 주차장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유동성 확보?
“두고 봐야”

특히 이랜드리테일이 주차장 사용료 지급으로 인해 부담하는 올인코스트(All-in-Cost)는 4% 대이며, 만기 10년의 장기차입을 통해 코로나19에 의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서 차입 구조를 단기서 장기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공격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 상황에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의 노력이 빛을 볼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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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