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동제약이 실적 부진의 여파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지만, 적자 전환의 여파를 완전히 털어냈다고 보긴 힘들다. 집권 5년 차에 접어든 윤웅섭 사장의 책임이 막중해진 시점이다.
연속된 분기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일동제약이 흑자 반등에 성공했다. 일동제약은 올해 2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1억원) 대비 11.2% 감소한 수치지만, 적자의 고리를 끊었다는 건 고무적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4000만원 적자를 기록한 뒤, 4분기엔 179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고, 올해 1분기도 1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위안 삼기엔…
‘코프로모션’이 흑자전환을 이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동제약은 GSK컨슈머헬스케어 한국법인과 일반의약품(OTC) 코프로모션을 체결하면서 테라플루, 오트리빈 등을 판매했다. 올해 2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23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동아에스티와 파모티딘 제제인 가스터의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매출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가스터의 올 2분기 처방액은 2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8억원)와 비교해 256% 증가했다.
그러나 당장 적자행진을 끊었다고 위안 삼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악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던 지난해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까닭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175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0억원가량 증대됐지만 283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설립 이래 첫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월 잠정실적 공시 때 발표한 영업이익 90억원과 엄청난 간극이 발생하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확정 실적과 잠정실적 간 간극은 식욕억제제 벨빅의 판매금지와 회수에 따른 비용을 회계에 인식한 데 따른 변화였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벨빅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판매 중지 및 회수를 명령했다. 벨빅은 식욕억제제 시장서 10%가량을 점유하던 제품이다.
기존 효자상품이던 큐란 역시 수익성 악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큐란은 지난해 9월 일부 위궤양약의 원료로 사용되던 라니티딘서 발암물질이 검출될 무렵 다수의 제품과 함께 시장서 퇴출됐다. 이 제품은 그동안 매년 200억원의 매출을 책임져왔다.
예년과 비교해 수익성 뒷걸음질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을 마냥 기뻐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2017년 상반기에 별도 기준 89억원이던 일동제약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139억원, 지난해 164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탔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수준에 머물렀다.
한숨 돌렸지만…여전히 험난
실적 악화로 흠집 난 재정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는 재정건전성에 일정부분 흠집을 남겼다. 지난해 말 기준 일동제약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6127억원으로, 전년(5646억만원) 대비 8.5% 증가했다. 2018년 2878억원이던 총부채가 3598억원으로 늘어난 게 총자산 증가에 영향을 줬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2768억원서 2528억원으로 250억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대조를 이뤘다.
부채의 증가와 자본의 감소가 발생하면서 2018년 104%였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142.3%로 변동됐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아직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수익성 악화가 표면화된 지난해부터 부채비율에 큰 폭의 변화가 목격됐다는 점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총차입금이 총부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304억원이던 일동제약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659억원으로 350억원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3.1%서 27.1%로 소폭 올랐다.
총차입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까지 큰 변동 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167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774억원이다. 차임금의존도와 단기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7.1%, 17.7%다.
일동제약이 좀처럼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가운데, 집권 5년차를 맞이한 오너 3세 윤웅섭 사장은 리더십을 재확인시켜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 체질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악재
윤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1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연구개발 조직을 확충하는 등 R&D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미래 구상을 밝혔다. 다만 아직 임상에 들어간 물질이 없고, 대부분 신약 발굴 단계인 만큼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