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부는 세방그룹 사정권

‘기업 저승사자’ 검은돈 냄새 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세방그룹에 세풍이 몰아쳤다.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움직인 만큼 눈길이 간다. 공교롭게도 세무조사는 이전부터 말이 많던 계열사를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배경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 세방건설 본사 ⓒ카카오맵

세방그룹은 지난 1960년 한국해운으로부터 출발했다. 창업주는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 당시 회사는 소규모 해운 대리점에 불과했다. 이 명예회장은 세방기업을 설립하고, 세방전지를 인수하면서 사세 확장에 나섰다.

물류·전지
자산 2조원

두 회사는 세방그룹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세방(세방기업의 후신)은 물류업을,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로 이름을 날리며 전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 자산 2조원을 자랑하는 그룹이 됐다.

세방그룹은 2세 경영 체제다. 이 명예회장은 2013년 장남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지난 1984년 세방에 입사한 그는 30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5월 기준, 세방 최대주주는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18.52%)이다. 이 회장(17.94%)은 그 다음이다. 세방이의순재단(3.48%), 세방전지(2.07%)가 그 뒤를 잇는다. 이 외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더하면 44%를 상회한다.


그룹은 2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배 구조는 ‘이앤에스글로벌→세방→이하 계열사’로 이어진다. 상장 계열사는 그룹 핵심사 세방전지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장사다.

최근 3년간(2017∼2019) 그룹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6661억원서 6516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7232억원으로 반등했다. 영업이익은 114억원, 114억원, 161억원이었다. 순이익 역시 314억원, 435억원, 5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역시 기대할만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96% 상승한 64억원이었다. 반면 순이익은 1.49% 줄어든 152억원을 기록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국세청 조사4국 세무조사 착수

상승 분위기는 계속됐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29.36% 상승한 222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98% 감소한 50억원이었지만 순이익은 25.8% 증가한 128억원으로 마쳤다.

순항하는 듯했던 세방그룹은 최근 ‘세풍’을 맞았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6월 초 세방그룹 본사와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이번 세무조사를 조사4국서 담당했다는 점이다. 국세청 조사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움직인다. ‘기업 저승사자’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까닭이다. 조사4국 요원들은 세방그룹 본사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세방산업 ⓒ카카오맵

눈길이 가는 건 조사 대상이 된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이다. 이곳은 세방그룹을 비롯해 오너 일가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형성과 승계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SI(시스템통합) 업체다. 전산관리 등을 수행하는 IT기업이다. 세방그룹과 이앤에스글로벌의 관계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앤에스글로벌은 그해 세방 지분 2.19%를 매수했다. 주식 매입 사유는 경영권 방어였다.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 총합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미약한 지배력을 계열사로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굵직굵직하게 세방 주식을 확보했다. 기존 지분 2.19%는 3.04%(1999년), 14.06%(2000년), 19.24%(2001년)로 크게 늘었다.

2세 경영
전초기지

2005년에는 유·무상증자로 주식 총수가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18.15%로 조정됐다. 2006년에는 창업주 배우자로부터의 주식을 증여받았고, 일부를 처분했다. 2008년 들어서는 세방 주식을 재매입했다. 지분율은 20.42%로 크게 늘었다.

마침표는 2015년에 찍혔다. 우선주 존속기간 만료로 변동이 발생하면서 이앤에스글로벌은 18.52%를 보유하게 됐다. 주식 수의 변동은 오늘날까지 없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이 회장 개인회사로 통한다. 주주 명부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 회장(80%)이 최대주주로 있다. 나머지는 이상희씨(10%)와 세방(10%)서 보유 중이다. 상희씨는 이 회장의 여동생이다.
 

종합해보면, 이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을 통해 세방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셈이다. 동시에 지배력 행사도 가능하다.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앤에스글로벌→세방→이하 계열사’로 분석할 수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의 전신은 세방하이테크다. 회사는 산업용 전지를 판매하면서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설립 이듬해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다만 온전히 자력으로 이뤄낸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세방전지는 내부거래를 맺었다. 파악할 수 있는 내부거래 비중은 최소 10.70%서 최대 27.29%사이를 오갔다. 평균 20%의 비중이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간에 회사는 세방 주식을 매입했다.

탈세? 
비자금?


세방서 1998년 2.19%에 불과했던 세방 지분율은 2001년 19.24%까지 상승한 바 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데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까지 받고 있어, 자금 여력이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통해 취득한 세방 주식은 이앤에스글로벌을 세방그룹 최대주주로 올려놨다.

동시에 회사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회장도 행동에 나섰다. 그 역시 해당 시기에 세방 지분을 취득했다.

이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 설립 이듬해부터 세방 지분을 매입했다. 기존 8307주(0.6%)서 8만주(1998년), 22만4000주(2000년)를 사들였다. 이 회장 지분은 110만7070주(11.07%)까지 올라섰다.

2005년에는 유·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195만7587주(11.65%)로 조정됐다. 2006년에 들어서는 8만6970주를 매수, 204만4377주(12.17%)로 확대됐다. 2007년에는 15만주를 매도하면서 189만4377주(11.28%)로 줄어들었다. 이후 주식 수는 10년 넘게 유지됐다.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았다. 올해 3월 부친의 증여로 346만3022주(17.94%)를 확보한 게 이후 첫 변화다.
 

이 회장이 세방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회사 이앤에스글로벌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배당금을 통해서다.

이앤에스글로벌은 분할 전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배당금 대부분은 이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공시자료서 확인할 수 있는 배당액의 총합은 60억원가량이다. 이 회장은 48억원 정도를 쥘 수 있었다.


지배구조 핵심 이앤에스글로벌 타깃?
내부거래…오너 일가 곳간으로 지목

회사 분할은 2010년 이뤄졌다. 이앤에스글로벌과 세방하이테크로 나뉜 것.

보유하고 있던 세방 지분은 이앤에스글로벌에 넘어갔다. 세방하이테크는 대양전기공업에 팔렸다. 당시 매각대금은 80억원이었다. 이 회장은 두둑한 현금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개인회사를 십분 활용해 오늘날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일각서 제기하는 이 회장의 지분 매입용 자금 출처가 이앤에스글로벌로부터 비롯됐다는 시각의 배경이다. 이앤에스글로벌 내부거래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회사는 세방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앤에스글로벌은 성장세를 보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690억원, 747억원, 969억원, 724억원, 682억원이었다. 계열사 등으로부터 지급 받은 용역수익은 같은 기간 603억원, 634억원, 860억원, 474억원, 629억원 순이었다.
 

▲ 차량용 전지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매출액서 87.31%, 84.97%, 88.75%, 65.48%, 92.22%로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이앤에스글로벌은 2015년부터 손자회사들을 두면서 이들과도 내부거래를 시작했다. 그 연유로 내부거래 규모는 더 커졌다.

물론 SI 계열사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타 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게 부담일 수 있다. 다만 높은 내부거래로 매출이 형성되고, 배당으로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칼끝
어디로?

이앤에스글로벌은 분할 이후에도 배당을 계속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는 1억원(1.44%·이하 배당성향), 2억원(14.71%), 2억원(8.95%), 2억원(14.07%), 2억원(13.26%), 2억원(13.96%) 등 모두 11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기도 하다. 이익잉여금이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 등을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금액을 말한다. 액수는 매년 증가해 10년 전 4억원에 불과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0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똑 닮은’ 세방그룹 내부거래 계열사는?

이앤에스글로벌은 지난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이 직전년도 88.75%서 65.48%로 감소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감시 범위를 중견그룹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연장선서 비롯된 결과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앤에스글로벌의 내부거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중은 65.48%서 92.22%로 크게 뛰었다.

이앤에스글로벌을 포함해 세방그룹 내 몇몇 계열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이슈서 자유롭지 못하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으로 모두 가족회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의 경우, 이 회장이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의 동생 상희씨가 10%, 세방으로부터 10%를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다. 사실상 오너 일가 회사다.

부동산임대업체 ‘세방이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 세방(40.2%)에 나머지 지분은 이 명예회장(11.1%)과 장녀 이려몽씨(20.7%), 상희씨(28%)가 소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방이스테이트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최근 5년간(2015∼2019) 세방이스테이트 매출액은 2억원, 18억원, 27억원, 37억원, 2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세방, 세방전지 등 계열사서 발생한 매출액은 0원, 17억원, 26억원, 36억원, 26억원 등이었다.

비중으로 따져본다면 0%, 93.51%, 96.13%, 96.81%, 94.67% 등으로 매우 높았다.

배당도 2017년부터 실시됐다. 금액은 2억원(25.53%·이하 배당성향), 4억원(49.59%), 4억원(29.91%)로 모두 10억원이 배당됐다. 주주 명부를 살펴보면 회사와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축전지 부품 계열사 세방산업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주주 구성이 오너 일가다. 심지어 지분율까지 같다. 최대주주 세방전지(40.2%)에 상희씨(28%), 려몽씨(20.7%), 이 명예회장(11.1%) 순이다.

최근 5년간(2015∼2019) 세방산업 매출액은 740억원, 674억원, 505억원, 491억원, 34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다. 같은 기간 계열사에 비롯된 매출액은 685억원, 589억원, 426억원, 386억원, 183억원 등이었다.

비중은 92.57%, 87.92%, 84.41%, 78.64%, 54.03%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절반 넘는 매출이 계열사에서 발생한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배당도 이어졌다. 배당액은 세방이스테이트와 비교될 정도다. 같은 기간 21억원(43.43%), 16억8000만원(34.63%), 10억5000만원(40.43%), 6억3000만원(44.28%) 등이었다. 지난해에도 6억3000만원이 배당됐다. 하지만 당시 세방산업은 적자로 전환돼 순손실 4억원이 발생한 때였다.

동기간 세방이스테이트와 세방산업으로부터 오너 일가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70억9000만원 가운데 42억원가량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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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