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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03일 17시10분


<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⑬> 정의당 류호정 “제 우산은 제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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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정치’ 화제, “국회 권위 깼다” 호평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열세 번째 주자로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함께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고성준 기자

21대 국회의 최연소 의원이자, 진보정당의 비례대표 1번.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기존의 정치 문법을 시원하게 깨는 행보를 이어가며 단숨에 국회 스타로 자리 잡았다. 하루 인터뷰 5개까지도 소화하는 강행군에 지난 두 달이 꼭 2년 같았다는 류 의원. 그런 그를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만났다.

입법노동자

과연 젊은 신인다웠다. 의원실 내 의원이 쓰는 방은 활짝 열려 있었고, 보좌진보다 류 의원이 먼저 나와서 반겨줬다. 국회서 처음 겪은 낯선 인사법이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신선했다.

“내 우산은 내가 든다. 사소한 의전이 많다. 보안 담당자들이 앉아있다 일어나서 인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권력은 모래성 같은 것이고, 시민들이 주신 거다. 나도 그런 기성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고 의식하고 있다.”

류 의원은 사실 언론이 만들어준 스타다. 정치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도 ‘류호정 원피스’는 안다. 그가 지난 4일 본회의장에 입고 온 원피스를 각종 언론사가 앞다퉈 보도했고, 포털 사이트에선 그를 둘러싼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국회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입장과 관행을 타파한 신선한 시도라는 입장이 격렬히 맞붙었다. 아울러 익명 뒤에서 류 의원을 향한 도를 넘는 성희롱적 발언도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당일 본회의장에 참석한 의원들은 류 의원에게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오히려 논란이 불거지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깼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물론 류 의원은 이 같은 논란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남성 중심의 국회,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국회의 권위주의를 깨고 싶었다. 그의 ‘원피스 정치’는 성공적였다. 이는 여성혐오로 점철된 사회의 일면을 꼬집었고, 구태의연한 정치 문화를 공론장으로 이끌어낸 계기가 됐다.

“평소에도 검은 원피스, 청바지와 같은 캐주얼 복장을 입고 다녔다. 원피스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 옷을 입고 본회의장에 가다니. 넌 성추행을 당하더라도 미투(metoo, 나도 당했다)하지 마라’는 글을 봤다. 그 흔한 원피스를 보고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젊은 여성들이 입는 복장에 대해서 도대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었던 건가.”
 

▲ 류호정 정의당 의원 ⓒ고성준 기자

류 의원은 원피스보다는 ‘입법노동자’로서의 행보에 관심받길 원한다. 그는 의원회관 곳곳에 노란색 대자보 100장을 붙여 화제가 됐다.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를 앞두고 공동 발의자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로 시작한 대자보에 법안의 취지를 “법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동의 강간죄는 정의당의 5대 입법과제다. 발의가 목표가 아니라, 통과가 목표기 때문에 의원 주변에 있는 보좌진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정의당 여성본부, 강간죄 개정연대 여성단체 200여개 이상이 참여해 몇 달간 심혈을 기울였다. 텔레그램 N번방, 장학선(고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미투 운동들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법안을 전면 재정비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류 의원은 ▲채용비리처벌법 ▲부당권고사직방지법 ▲임금체불방지법을 다룬 ‘청년 노동권 보호 3법’도 준비하고 있다. 류 의원이 노동 현장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추진하게 된 법안들이다.

현장 경험 살린 ‘청년 노동법’ 준비
비동의 강간죄 발의 등 전면 재정비

류 의원 역시도 취업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살아가는 흐름대로 맞춰 살았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 등에 시달렸고, 회사 내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서 권고사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생활이라는 미명하에, 청년이라는 울타리 안에 많은 부조리함을 느꼈다. 번번한 노동 인권 교육을 받지도 못한 채 사회에 내던져졌다. 부당한 일이 부당한지도 몰랐다. 상황마다 개인 혼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비슷한 약자들이 연대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회의 담은 높았고, 이들의 목소리는 이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든 배경이다.

“제 경선 슬로건이 ‘젊은 노동, 진보정치 업데이트’였다. 2017년 대선서 심상정 대표님의 발언을 들으면서 정의당에 당원 가입을 했다. 정의당이 없었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금 같은 정당이라고 생각했다. 게임회사에 다닐 때 받지 못한 추가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분이 이정미 전 의원이다. 현실서 정치의 힘으로 나의 현실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고, 특히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정의당임을 실감했다.”

그런 정의당이 최근 위태롭다. 시작은 지난 해 ‘조국 사태’였다. 당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보조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진보 정당으로서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선 민주당과 뜻을 함께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까지 입게 됐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명운을 걸고, 당의 명분을 지켰다. 당은 총선 전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와 야합 속에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를 거부했다. 결국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원 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과 관련된 당내 불협화음이 또 다시 논란이 됐다. 류 의원은 ‘2차 가해 중단과 피해자와의 연대’를 호소하며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논란이 일자 심상정 대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갈등이 아닌 토론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 때 이야기를 지금 이야기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다만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저는 정의당이 원칙을 따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여당의 2중대도 아니며, 위성정당도 아니다. 정의당은 정의당일 뿐이고, ‘붙박이 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붙박이 별

“외부 눈치를 보지 말고, 당의 강령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길을 걷겠다. 박원순 전 시장 조문과 관련해서는 당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범람하고 있었다. 확실한 연대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여성, 노동, 이주민, 장애 등 정의당이 집중해야 할 어젠다는 정해져 있다. 정의당의 민원인으로 찾아오는 분들은 어디서도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필요할 때 곁에 있는 정당이 되겠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류호정은?

▲정의당 당대회 대의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선전홍보부장
▲정의당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
▲정의당 경기도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
▲정의당 원내부대표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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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가상자산 과세 연기 및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기간 2021-12-03~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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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통을 벗긴 후 턱, 눈썹, 입술, 목, 팔 등에 빨래집게를 집어두고 같은 자세로 버티게 한 것이다. 또 거실 가운데 서준이를 앉혀두고 집단 린치를 가하도록 다른 아이들에게 지시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플라스틱 봉을 물도록 한 뒤 떨어뜨릴 때마다 폭행을 가했다. 너무 세게 깨물어 봉이 망가지자 그걸 버리게 됐다며 또 혼냈다. 서울서 6시간 거리 ‘강제노동’ 도망칠 곳도 없는 농장서 열흘 수녀에게 방을 바꿔 달라 요구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서준이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자신이 당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인식한 서준이는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도저히 시설에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매번 잡혀와도 다시 도망쳤다. 가출은 서준이가 보내는 일종의 SOS였다. 하지만 아무도 서준이에게 가출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경찰에 잡혀 시설로 보내져도 바로 다시 거리로 나갔다. 그런 일이 반복되던 중 가출을 했다 밤늦게 잡혀온 다음 날 사무실에서 서준이를 불렀다. 서준이 앞에 놓인 건 버스표 한 장. ‘벌칙’이라면서 삼가면으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삼가면은 꿈나무마을 아이들에게 공포의 장소였다. 삼가면에 가면 농사일을 하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서준이는 믿지 않았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안 돼 서준이는 앞서 삼가면에 다녀온 아이들의 말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밤에 도착해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웠다. 난방을 세게 틀고 잤는데, 다음 날 관리하는 분이 와서 ‘난방을 틀지 말라’고 혼냈다”고 했다. 옆에는 수녀를 위해 만든 신축 건물이 있었지만 서준이는 식사시간 외에는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일과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묵주기도한 뒤 밭일을 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똑같았다. 땅을 파고 양파 모종을 심는 등 부산 소년의집에서 왔다는 또 다른 아이와 함께 서준이는 종일 농사일을 해야 했다. 서준이는 말 그대로 기약 없이 삼가면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였다. 학교도 계속 결석 상태였다. 경남 합천군 삼가면 양전리 일대. 마리아수녀회가 1999년경 후원자로부터 증여받은 곳이다. 마리아수녀회는 2013년 4월8일 해당 장소에서 ‘삼가면 수녀원’ 축복식을 가졌다. 그리고 같은 해 수녀들이 머물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삼가홈(삼가면에 자리한 집)’이라고 칭했다. 학대 피해 가출했지만… 삼가면까지는 서울 꿈나무마을에서 자동차로 최소 3시간57분, 부산 소년의집에서는 1시간42분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5시간49분, 2시간45분 등 각각 2시간, 1시간 이상 늘어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실제 장소까지 가려면 차편에서 내린 후 1㎞는 걸어야 한다. 입구와 출구가 같아 들어간 그대로 돌아서 나와야 하는 구조다. 갈림길에서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다른 길로 가면 저수지가 나온다. 뒤편은 산이다. 서준이는 길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밭에서 농사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관리인에 따르면 논과 밭이 각각 1000평에 달한다. 삼가면에 다녀왔거나 보고 들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벌칙’과 농사일을 언급했다.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삼가면에 보내 농사일을 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서준이의 경우 잦은 가출이 삼가면에 가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중학생 때 여러 차례 삼가면에 다녀왔다는 한 제보자는 “수녀님들에게 많이 반항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벌칙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떤 문제아도 삼가면에 다녀오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변 친구들을 포함해 최소 8명가량이 삼가면에 다녀온 것을 봤다는 또 다른 제보자는 “엄청난 문제아가 있었는데 삼가면에 다녀온 뒤 정말 조용해졌다. 삼가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힘들다는 말은 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준이의 경우 열흘 만에야 서울 꿈나무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서준이는 “원래(삼가면에) 한 달 이상 보내려고 했는데, 학교 상담 선생님이 연락해서 빨리 풀려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신병원에 갇혔던 지훈이(가명)와 마찬가지로 상담 선생님의 구조로 벌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서준이가 상담 선생님에게 연락한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준이는 삼가면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제출’했다. 아침에 일어나 농사일을 하는 하루가 기약 없이 이어지자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는 말로 휴대폰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 상담 선생님은 서준이가 학교에 오지 않은 이유도 모르고 있었다. 서준이는 상담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살려달라’고 말했다. 이후 상담 선생님은 꿈나무마을에 서준이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전 존재했던 곳 2009년경을 기점으로 마리아수녀회의 운영 방식이 변화되면서 외부인사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게 영향을 끼친 셈이다. 과거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인 마리아모성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부산 소년의집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생활한 뒤 반 전체가 서울 소년의집(현 꿈나무마을)으로 옮겨오는 구조다. 이들은 다 같이 알로이시오초등학교(2015년 2월 폐교)를 다니다가 졸업 이후 다시 부산 소년의집으로 간다. 부산에 알로이시오중학교(2016년 1월 폐교),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등학교(2018년 3월 폐교) 등 중·고등학교가 있기 때문. 그리고 18세로 보호 종료가 되면 사회로 나간다. 하지만 서준이는 초등학교까지만 알로이시오초등학교를 다녔고 중·고등학교는 외부로 다녔다.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나온 한 제보자는 아이들이 철창 없는 감옥에서 18세까지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 같이 소풍을 가거나 161번 버스를 타고 시민회관에서 하는 행사에 가는 것을 제외하곤 바깥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심지어 병원(알로이시오 기념병원)에 갈 때도 나가는 시각과 들어오는 시각을 체크했다. 모든 상황이 마리아수녀회의 통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삼가면에 보내 농사일을 시켜도 학교에서 문제 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서준이처럼 삼가면에서 농사일을 한 사람이 과거에도 상당수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중학생 때 삼가면에 다녀왔다는 한 제보자는 “삼가면에 가 있는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출석은 인정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아침 먹고 일, 점심 먹고 일 “컨테이너 같은 시설서 지내” 삼가홈 관리자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삼가면으로 오는 아이들을 자신이 픽업해왔다고 인정하면서도 농사일은 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설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격리시키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내기에 불편함이 조금도 없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마리아수녀회 측은 “아이들 중에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정학 등 등교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갖게 되는 좋지 못한 감정, 외로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등교 제재를 받은 기간 동안 시설을 떠나 심신을 휴식할 수 있도록 삼가홈을 방문하도록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절에 따라 수녀님들이 하시는 농사일을 거들었을 수는 있겠으나 일체의 강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벌칙에 대한 노동’ ‘컨테이너 박스’ 등은 어느 것 하나 사실이 아니며, 삼가홈에 대한 어떠한 오해도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삼가면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강제로 농사일은 시키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전문가는 서울 꿈나무마을, 부산 소년의집 등에서 아이들을 벌칙 명목으로 삼가면에 보낸 행위가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복단 종합법률사무소 대정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64조에서는 15세 미만의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경우도 근로시간과 업무영역에 제한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기관에서 벌칙 명목으로 가해진 2주~한 달의 노동 행위가 ▲시설에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서 노동이 이뤄진 점 ▲컨테이너 박스 등 임시 거처에서 지내게 하면서 노동을 하도록 한 점에서 단순한 벌칙을 넘어 강제노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삼가면 문제는 시설폐쇄 사유를 넘어 법인설립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을 만큼 중대한 문제로 보인다. 그만큼 반인륜적인 행위라는 뜻”이라며 “해당 시설에 대한 운영권을 재단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들었을 뿐 노동 아니다” 이어 “나도 보육원 출신이고 어린 시절 많은 학대를 당했다. 그때는 이게 내 운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수모나 모욕, 학대는 대한민국 헌법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리 사회, 모든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누군가 여러분의 입을 막으면 시설 앞에라도 찾아가 항의하겠다. 불만을 이야기해야만 치유된다.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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