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⑭> 미래통합당 전주혜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 만들겠다"

“리모델링 중단 통합당, 벽돌 하나하나 재건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열네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과 함께했다.
 

▲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당의 약점으로 꼽히던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월 영입된 후 비례대표 15번을 받고 당선됐다. 전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성희롱 의혹 대학교수의 해임 불복 사건서 ‘성인지 감수성’ 판결을 최초로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비례대표 중 유일한 전남계 출신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통합당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호남 끌어안기’ 등 외연 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

다시 시작

“국민들은 장외투쟁을 굉장히 싫어하신다. 당내 세대교체도 제대로 안 됐다. 열성적인 콘크리트 지지층에 매달리느라 중도층의 표심을 제대로 못 읽었다. 전광훈 목사 같은 편향적인 사람과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여당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선 이슈를 선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막말 역시 하면 안 된다. 새로 낸 정강정책에는 ‘기본소득’과 같이 당의 가치관으로 담을 수 없는 내용을 많이 담았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벽돌쌓기 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그가 당에 내린 진단은 정확했다. 통합당은 탄핵 사태 이후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탄핵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둘러싸여 중도층을 섭렵하지 못하면서 민심과는 계속 멀어졌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진영 논리서 벗어난 당의 행보가 절실하다.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국민들은 좋아서보단 덜 싫어서 찍는다. 여당도 싫지만, 야당은 더 싫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리모델링하다 그만둔 상태와 같다. 처절한 체질 개선으로 상전벽해가 돼야 한다. 탄핵은 당에 대한 사망선고였다. 탄핵을 인정하고, 민심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역대급 총선 참패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안 된다. 국민의 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치인이 법안과 정책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큰 매력이었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은 그가 정치권에 뛰어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 대법원장 임명 이후 판사들이 수사 조사를 받는 걸 지켜보면서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꼈고, 이를 막아야겠다는 소명 의식이 생겼다.

“법사위가 최대 전쟁터다. 현재 검찰과 법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법관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임명되는 코드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22년 판사 생활에 이런 예는 한 번도 없었다. 인사의 균형성이 깨지면 한 쪽에 치우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 4대 요직이 호남계 인물로만 채워진 점도 굉장히 이례적이다.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게 보이니까, 일선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코드인사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럽다.”

정치권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임대차 3법이 속수무책으로 통과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무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설익은 법안들이 정권의 오더에 따라서 처리되는 걸 보면서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한 것과 같아 보였다고도 했다.

호남·여성 법조인 출신
당 외연 확장 적합 평가

"민주당 견제 방법은 국민뿐”

“임대차법을 이런 식으로 통과시키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입법 과정서 꼭 필요한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법안은 그만큼 숙성이 필요하다. 특히 세금 문제나 민생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이 특히 중요하다. 법사위원으로서 굉장한 분노감을 느낀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서 변호사로 활동한 베테랑 법조인이다. 국회 법사위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과 관련된 목소리를 내며 활약 중이다.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선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무리한 수사, 피해사실 공표 등 검찰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수사권으로 인한 폐해는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예전부터 정권 말기에는  정권의 비리 등이 나타났다. 정권 초반이 아닌 지금 시점서 검찰을 무력화하는 것은 정권의 충견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여성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7년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진흥 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양육비 이행확보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초로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도입, 양육비 지급 의무를 위반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에 들어와서 성폭력 특위도 맡았고, 여성 관련 정책에도 관심이 많다. 당의 여성 정책은 부족한 편인데, 당이 변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변호사 시절에 배드파더스(badfathers) 법률 지원을 하게 됐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 대표님과 인연도 있다.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서 발의되고 통과가 안 됐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답답했다. 양육비 미지급은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는 국회를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삐걱대면서 세 달이 삼 년 같다고. 전 의원은 정치라는 다변적인 종합예술을 겪으며, 조율과 유연성이 많이 필요한 점을 실감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진실의 편

“민주당은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을 따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갖고 있을 시절에 여론과 동떨어진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민심을 잃었다. 민주당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밖에 없다.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국민과 함께 갈 것이다.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겠다. 난 법조인 출신이라 불의를 못 참고 목숨 거는 타입이다(웃음). 힘이 진실이 되는 것이 아닌,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 진실의 편에서 억울한 분들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한다.”


[전주혜는?]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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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