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⑭> 미래통합당 전주혜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 만들겠다"

“리모델링 중단 통합당, 벽돌 하나하나 재건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열네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과 함께했다.
 

▲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당의 약점으로 꼽히던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월 영입된 후 비례대표 15번을 받고 당선됐다. 전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성희롱 의혹 대학교수의 해임 불복 사건서 ‘성인지 감수성’ 판결을 최초로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비례대표 중 유일한 전남계 출신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통합당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호남 끌어안기’ 등 외연 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

다시 시작

“국민들은 장외투쟁을 굉장히 싫어하신다. 당내 세대교체도 제대로 안 됐다. 열성적인 콘크리트 지지층에 매달리느라 중도층의 표심을 제대로 못 읽었다. 전광훈 목사 같은 편향적인 사람과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여당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선 이슈를 선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막말 역시 하면 안 된다. 새로 낸 정강정책에는 ‘기본소득’과 같이 당의 가치관으로 담을 수 없는 내용을 많이 담았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벽돌쌓기 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그가 당에 내린 진단은 정확했다. 통합당은 탄핵 사태 이후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탄핵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둘러싸여 중도층을 섭렵하지 못하면서 민심과는 계속 멀어졌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진영 논리서 벗어난 당의 행보가 절실하다.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국민들은 좋아서보단 덜 싫어서 찍는다. 여당도 싫지만, 야당은 더 싫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리모델링하다 그만둔 상태와 같다. 처절한 체질 개선으로 상전벽해가 돼야 한다. 탄핵은 당에 대한 사망선고였다. 탄핵을 인정하고, 민심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역대급 총선 참패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안 된다. 국민의 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치인이 법안과 정책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큰 매력이었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은 그가 정치권에 뛰어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 대법원장 임명 이후 판사들이 수사 조사를 받는 걸 지켜보면서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꼈고, 이를 막아야겠다는 소명 의식이 생겼다.

“법사위가 최대 전쟁터다. 현재 검찰과 법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법관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임명되는 코드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22년 판사 생활에 이런 예는 한 번도 없었다. 인사의 균형성이 깨지면 한 쪽에 치우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 4대 요직이 호남계 인물로만 채워진 점도 굉장히 이례적이다.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게 보이니까, 일선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코드인사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럽다.”

정치권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임대차 3법이 속수무책으로 통과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무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설익은 법안들이 정권의 오더에 따라서 처리되는 걸 보면서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한 것과 같아 보였다고도 했다.

호남·여성 법조인 출신
당 외연 확장 적합 평가

"민주당 견제 방법은 국민뿐”

“임대차법을 이런 식으로 통과시키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입법 과정서 꼭 필요한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법안은 그만큼 숙성이 필요하다. 특히 세금 문제나 민생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이 특히 중요하다. 법사위원으로서 굉장한 분노감을 느낀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서 변호사로 활동한 베테랑 법조인이다. 국회 법사위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과 관련된 목소리를 내며 활약 중이다.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선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무리한 수사, 피해사실 공표 등 검찰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수사권으로 인한 폐해는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예전부터 정권 말기에는  정권의 비리 등이 나타났다. 정권 초반이 아닌 지금 시점서 검찰을 무력화하는 것은 정권의 충견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여성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7년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진흥 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양육비 이행확보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최초로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도입, 양육비 지급 의무를 위반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에 들어와서 성폭력 특위도 맡았고, 여성 관련 정책에도 관심이 많다. 당의 여성 정책은 부족한 편인데, 당이 변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변호사 시절에 배드파더스(badfathers) 법률 지원을 하게 됐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 대표님과 인연도 있다.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서 발의되고 통과가 안 됐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답답했다. 양육비 미지급은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는 국회를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삐걱대면서 세 달이 삼 년 같다고. 전 의원은 정치라는 다변적인 종합예술을 겪으며, 조율과 유연성이 많이 필요한 점을 실감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진실의 편

“민주당은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을 따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갖고 있을 시절에 여론과 동떨어진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민심을 잃었다. 민주당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밖에 없다.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국민과 함께 갈 것이다.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겠다. 난 법조인 출신이라 불의를 못 참고 목숨 거는 타입이다(웃음). 힘이 진실이 되는 것이 아닌, 진실이 힘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 진실의 편에서 억울한 분들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한다.”


[전주혜는?]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제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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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