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회 VS 광흥창팀 간 청와대 신 권력지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18 10:20:27
  • 호수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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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멜 군기반장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3기 청와대 개편의 막이 올랐다. 그 정점은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다. 통상 권력 크기는 권력자와의 물리적 거리에 반비례한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정치권의 통설은 현재도 유효하다. <일요시사>는 청와대의 ‘신 권력지도’를 예상했다.
 

▲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문병희 기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2기 청와대의 중심이었다. 노 실장이 지난해 1월 취임하자 여권 안팎에서는 ‘군기반장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청와대 기강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떨어지는
카리스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당시 “무엇보다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는 데 공직기강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노 실장이 군기반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넘게 그와 함께 국회의원 생활을 했으니 그에 대해 알만큼 안다. 한 마디로 평가하면 카리스마를 갖춘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다. 또 시인으로서 부드러움도 겸비했으니 외롭고 힘든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에게는 힘껏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기 초에는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노 실장은 취임 일성서 ‘춘풍추상’을 거론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청와대 공직자들에게 날린 경고장이었다. 추가로 노 실장은 비서진·비서들에게 업무 내용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입단속도 시켰다. SNS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1기 청와대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실장이 취임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을 지난해 1월29일 ‘50·60세대 무시 발언 논란’을 야기한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논란이 있고 하루 만에 단행된 문책성 인사였다. 이 같은 ‘속전속결’의 배경에는 노 실장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 실장의 청와대 장악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져만 갔다. 결국 다주택을 소유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매각을 권고하는 과정서 약해진 장악력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권고가 있고난 후 지난 7월 두 번째 권고가 이어졌지만, 청와대 고위 참모 중 8명이 여전히 다주택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노 실장의 경고는 다주택 참모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은 그의 장악력을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솔선수범
실책 귀결

노 실장 교체론은 야권은 물론 여권서도 불거졌다. 청와대 참모들부터 다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솔선수범’ 방침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 청와대 비서진을 총괄하는 노 실장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노 실장을 비롯해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차관급) 인사들은 지난 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유임을 결정했지만, 재신임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언제든 비서실장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1명의 실장과 5명의 수석, 1명의 차장을 교체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최재성 정무수석, 김종호 민정수석,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윤창렬 사회수석 등이다. 
 

▲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를 두고 공식적으로 3기 청와대가 출범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3기 청와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기 비서실장에 대한 하마평도 쏟아지고 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유은혜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중 양 전 원장의 이름이 여권 안팎은 물론 청와대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는 실세형 비서실장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위 강한 그립감(정국 장악력)을 가진 사람이 비서실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 중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통한다. 

‘벼랑 끝’ 노영민 BH 장악력↓
양정철 설득? 여 핵심 나섰나

정치 입문을 주저하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양 전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양 전 원장은, 그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는 재단 사무처장을 맡아 그를 보좌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과 <사람이 먼저다> 등도 양 전 원장이 기획했다.

양 전 원장의 장악력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은 여권 내에서 많지 않다. 21대 총선 과정서 그의 장악력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의 21대 총선 승리를 이끈 한 축이다. 

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자 양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가지며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 2월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게 호남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1기 청와대를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21대 총선서 호남을 넘어 전국 각지를 다니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 발언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서 정치권 일각에선 21대 총선이 끝난 후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 임기 후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른바 ‘순장조’(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할 참모)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 전 원장이 순장조의 적임자로 거론되는 일은 상식선이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 후 정치권에선 다시 한 번 양 전 원장의 비서실장행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력 이동
어디로?

만약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면, 이는 광흥창 팀→재수회→광흥창 팀으로의 권력 재편을 의미한다. 


‘광흥창 팀’은 지난 2016년 두 번째 대선 도전을 준비하던 문 대통령이 꾸린 대선 준비 실무 팀이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 ‘광흥창 팀’으로 불린다. 1기 청와대 비서실장인 임 전 실장을 비롯해 양 전 원장, 민주당 윤건영·한병도 의원,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오종식 기획비서관 등이 핵심이다. 

광흥창 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의 중심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 당시 사무실서 근무했던 광흥창 팀 13명 중 12명(비서관급 이상 8명)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끝내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은 유일한 1명은 양 전 원장 뿐이다. 

‘재수회’는 정권 실세들의 모임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됐다.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회)’이라는 속뜻대로 지금의 문 대통령을 있게 만든 공신들이다. 지난 2012년 대선서 낙선한 문 대통령이 정치권으로 복귀하기 전 그의 야인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지원한 그룹으로 꼽힌다.

노 전 실장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이 재수회의 중심이다.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도 수시로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로 분류된다.

대선 직후 정치권에는 문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직을 두고 광흥창 팀과 재수회가 힘겨루기를 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노 실장을 미는 원조 친문과 임 전 실장을 미는 광흥창 팀 사이에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 

‘관리형’ 비서실장으로 가나
스코어 1대1, 최종 결과는?


임 전 실장이 초대 비서실장에 오르면서 광흥창 팀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2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노 실장이 임명되면서 두 세력 간 대결은 1대1의 상황이다. 3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두 세력의 대결을 원조 ‘친문’ 대 ‘신친문’의 대결로 봤다. 노 실장은 대표적인 ‘김근태(GT)계’ 출신의 원조 친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현 비서실장)과 의논한다. 친노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노 실장은 지난 두 번의 대선 모두 문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비서실장을 수행했으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병희 기자

전임인 임 전 실장은 신친문으로 통한다. 앞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등 임 전 실장은 친문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서 문재인 캠프에 영입돼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비서실장이 누가 될지는 문 대통령의 청사진에 달렸다. 임기 후반부 국정운영을 ‘관리형’으로 할 것인지, ‘전환형’으로 할 것인지 등에 따라 비서실장 적임자가 달라진다. 

관리형 비서실장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양 전 원장은 관리형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강력한 장악력으로 청와대와 정부기관을 장악,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일 적임자다.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 등은 21대 총선 이후 양 전 원장에게 노 실장 후임으로 차기 비서실장직을 맡아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책 등으로 인해 조기 레임덕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하고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0.6%포인트 내린 43.3%로 집계됐다. 2주 연속 하락이다. 

레임덕 신호
바짝 긴장해

정당 지지도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1.7% 포인트 내린 33.4%, 미래통합당은 1.9% 포인트 오른 36.5%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보수 계열 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최초로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간이 지날수록 양 전 원장이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9월 개각 청사진

청와대 개편이 일정 부분 이루어지면서, 개각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개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9월 개각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개각 대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야권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가 유력하다.

또 ‘탈북민 월북’ 등 군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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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