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4)고구마줄기 & 고들빼기

허기 채우는 훌륭한 한 끼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고구마 ⓒpixabay

식용하는 고구마줄기는 고구마 원줄기의 생장점에 잎이 붙어 있는 줄기를 지칭하는 바  고구마 줄기에 앞서 고구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고구마가 이 땅에 전래된 과정에 대해서다.

전래 과정

이를 위해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의 <임하필기>에 실려 있는 글을 인용한다.

고구마는 채과 중에서 가장 뒤에 나온 것이다.

이는 기근을 구제할 수 있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또 황충을 막고 가뭄을 줄일 수 있다.


처음에 민(복건성)·광(광서성) 지역으로부터 시작해 거의 천하에 퍼졌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는 근래에 와서 일본에서 종자를 구입해 연해의 몇몇 고을에서 서로 전해 심게 되었을 뿐이고, 산간의 백성들은 고구마가 무슨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 

순조 갑오년(1834, 순조34)에 서유구가 호남에 관찰사로 나가 급히 고구마 종자를 찾게 해 모든 고을에 반포하고, 또 명나라 서현호(徐玄扈)의 <감저소(甘藷疏)>와 우리나라의 강필리(姜必履)와 김장순(金長淳)이 지은 <감저보(甘藷譜)>, <감저신보(甘藷新譜)>를 취해 종류별로 편집하고 간행한 다음 널리 배포해, 심고 가꾸는 방법을 알게 했다.

내가 서공에게서 찐 고구마를 얻어먹어 보니 떡 같은 것이 매우 맛이 좋았으므로 그 방법을 취했다.

고구마와 관련해 우리는 학창 시절 국사 교과서를 통해 1763년(영조39)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조엄(1719∼1777)이 고구마 종자를 가져와 우리나라에 전파시켰다고 배운 바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조선후기 실학자인 이덕무(1741∼1793)의 이야기 들어보자.

그의 작품인 <청장관전서>에 실려 있다. 


고구마는 담배에 비해 이득이 매우 많은데 그 종자를 전해온 지 이미 3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국에 고루 심어지지 않았으니 어찌 개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朱藷比烟。利益甚多。而僅傅其種。已近三紀。未見遍植一國。寧不慨然。

다음은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강진 유배생활 중에 지은 작품 중 일부를 인용한다.

土産貴藷芋(토산귀저우) 
토산은 귀한 고구마인데求者此湊會(구자차주회) 
그를 구하러 사람들 모여드네

정약용에 의하면 고구마가 강진에 귀한 토산이라 했다.

土産은 말 그대로 그 지방의 산물로 오랜 기간 경작돼왔음을 의미한다.

이유원과, 이덕무 그리고 정약용의 이야기를 접목시켜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고구마는 조선 초기 중국의 민(복건성)·광(광서성) 지역에서 전래돼 강진 등 소수 지역에서만 경작되었는데, 조엄이 일본으로부터 고구마 종자를 들여온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제 고구마줄기에 대해 언급하자.

과거 기록을 살피면 고구마줄기를 식용한 대목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저 가축 사료 정도로 이용되었는데 현대에 들어 그 가치가 밝혀지면서 각광 받고 있는 듯 보인다.

아울러 고구마줄기 김치는 1960년대에 공식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귀띔한다.

이 대목에서 고구마꽃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고구마는 무화과처럼 꽃을 피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아열대 식물인 고구마가 이 나라 기후가 맞지 않은 관계로 꽃을 피우지 않았을 뿐으로, 올 여름 이상 고온으로 인해 기어코 고구마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100년에 한 번 정도 모습을 드러내고 또 그래서 행운을 상징하는 고구마꽃 감상하기를 권한다.

먼저 고들빼기란 명칭의 어원에 대해 살펴보자.

고들빼기와 유사한 씀바귀 때문에 그렇다.


그를 위해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에 실린 글 인용한다. 

기근 구제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고구마
사마귀 없애는 고들빼기…씀바귀 아니다

4월, 씀바귀의 이삭이 팬다(苦菜秀)

고채(苦菜)는 씀바귀다. 이아(爾雅)에 ‘잎은 고거와 비슷하지만 가늘다.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노란 꽃은 국화와 비슷하다. 먹을 수 있지만 쓰다.

만추에 나서 겨울과 봄을 겪고 나서야 다 자란다’고 했다. 이삭이 팬다는 것은 이삭을 이루고 죽는다는 것이다.

여람(呂覽)에 ‘하지에 씀바귀가 죽는다’고 했다.

상기 글에 등장하는 秀(수)는 ‘이삭이 나와 꽃이 피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이아는 중국 당나라 때 유교 경전이며 여람은 <여씨춘추>로 중국 진(秦)나라의 여불위가 학자들에게 편찬하게 한 사론서이다.
 

▲ ⓒ종가집김치

이제 고채에 주목해보자. 이익은 ‘고채도야’라고 해서 ‘고채’를 씀바귀라 못 박았다.

그런데 뒤 이어 인용한 글 내용을 살피면 씀바귀가 아니라 고들빼기를 설명하고 있다.

왜냐? 씀바귀는 여러해살이 풀인 반면 고들빼기는 해넘이 한해살이 풀이기 때문이다. 

또 상기 글에 고거가 등장하는데 글 내용을 살피면 이 고거가 고들빼기를 의미하는 듯하다.

실제로 씀바귀 잎은 고들빼기 잎보다 가늘기 때문이고, 그를 반영하듯 다수의 사람들이 고들빼기로 정의내리고 있다.

여하튼 이익의 상기 글은 뒤죽박죽이다.

씀바귀와 고들빼기 어느 하나를 정확하게 지칭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살피면 오래전에는 씀바귀와 고들빼기를 포함해 쓴 나물을 모두 고채라 지칭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하게 한다.

이를 감안하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실려 있는 고들빼기 관련 글 인용해본다. 

<동의보감> <제물보> <물명고> <명물기략>에서는 ‘고채(苦菜)’라 했다.

<명물기략>에는 ‘고채는 고도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고독바기가 됐다.

고들빼기의 대궁을 자르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것을 사마귀에 떨어뜨리면 저절로 떨어진다.

이 흰 즙이 젖과 비슷해 젖나물이라고 한다’고 명칭의 유래를 밝히고 있다.

이 글 역시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고도는 쓴 씀바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도가 고독바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대목도 문제가 있다.

<명물기략>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보다 100여년 전인 정조 시절에 정리소(整理所)에서 올린 나물 품목 중에 古乭朴(고돌박)이 등장한다. 

명칭 어원

참고로, 정리소는 정조 시절 임금의 친림행사를 위해 수원에 세운 관아로 古乭朴(고돌박)은 고들빼기의 세속의 이름으로 볼 수 있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고채(苦菜)의 훈(訓)은 씀바귀(徐音朴塊, 서음박귀)라 기록돼있다. 

이런 기록들을 살피면 오래전에는 고들빼기와 씀바귀의 유사한 모습과 쓴 성질 때문에 모두 고채로 불렸고 세속의 이름은 고돌박과 씀바귀로 분리돼있었다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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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