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짜리’ 신원그룹 지주사 정체

좀비회사가 그룹 꼭대기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회사가 그룹의 최상단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는 매출 ‘0원’ 회사를 앞세워 그룹의 지배력을 공고히 한 것은 물론이고, 각종 담보거래를 수행 중이다. 덕분에 허울 좋은 지주사는 옥죄는 차입금 부담으로 인해 이자를 메꾸는 것도 벅찰 지경에 몰렸다.
 

▲ 신원그룹 ⓒ고성준 기자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이하 티앤엠)는 2001년 4월 광고대행을 주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지금껏 영업 활동은 극히 미미했다. 재무제표가 첫 공개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티앤엠은 단 3개 회계연도에 매출을 발생시켰고, 이마저도 큰 금액은 아니었다. 2005년(6900만원)이 최대였고, 2014년과 이듬해에는 각각 4400만원, 2400만원에 불과했다. 누적 매출 총합이라고 해봐야 1억4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간접 지배

매출은 민망한 수준이지만, 판관비 지출은 매년 발생한다. 이로 인해 2005년(4300만원)부터 지난해(7200만원)까지 15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1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실적만 보면 근 20년간 생존이 기적에 가깝지만 자산 규모를 파악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지난해 말 기준 티앤엠의 총자산은 455억9100만원.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는 여타 중견기업 못지않다. 이 가운데 총자본이 194억6700만원이고, 납입자본금만 77억120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특징은 티앤엠이 단순 회사가 아님을 알려주는 힌트다. 지난해 말 기준 티앤엠 지분구조를 보면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이 지분율 39.22%(302만4728주)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차남 박정빈 ㈜신원 부회장(20.03%, 154만4742주), 박 회장의 부인 송기정씨(14.88%, 114만7428주), 장남 정환씨(13.14%, 101만3131주), 삼남 박정주 ㈜신원 대표(12.73%, 98만1971주)가 뒤를 잇는다. 박 회장 일가의 티앤엠 지분 총합은 100%다.


지분구조서 알 수 있듯이, 박 회장 일가는 티앤엠을 내세워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749억원을 올린 ㈜신원을 간접 지배하고 있다. 티엔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원 지분 21.13%(1798만821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박 회장 일가서 직접 보유한 ㈜신원 지분은 다 합쳐봐야 1.83%(156만주)에 불과하다.

티앤엠이 ㈜신원의 최대주주로 자리 잡은 배경은 신원그룹의 워크아웃이다. 1990년대 중반 그룹 매출 2조원을 찍었던 신원그룹은 1997년 발생한 IMF외환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이듬해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매출 없는데 최상단
오너의 쏠쏠한 지원군

㈜신원은 2003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창업주인 박 회장은 모든 지분 정리와 함께 경영권을 잃은 상태였다. 이 무렵 소리소문 없이 나타난 게 티앤엠이다.

2014년 말 기준 ㈜신원 지분 3.38%(17만4419주)를 갖고 있던 티앤엠은 이듬해 지분율을 18.43%(77만5346주)로 끌어올리며 단숨에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2012년 10월에는 ㈜신원 2대주주가 전량 매도한 주식 849만주(14.14%) 통째로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28.42%까지 끌어올렸다. 

티앤엠이 ㈜신원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차입을 적극 실행에 옮긴 덕분이다. ㈜신원이 워크아웃을 막 벗어났을 무렵 티앤엠은 금융권으로부터 수십억대 차입을 발생시켜 ㈜신원 지분을 사들였고, 지분을 늘리는 과정서도 차입을 멈추지 않았다.
 

▲ ⓒ고성준 기자

그 반대급부로 지난해 말 기준 티앤엠의 총차입금은 258억3300만원으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이는 총자산의 절반을 상회하는 규모다. 부채비율은 134.2%로 아직 위험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56.7%에 달하는 차임금의존도는 골칫거리다. 차임금을 줄이지 못하면 매년 15억원 안팎의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차입을 통해 ㈜신원 지분을 늘렸지만, 정작 보유 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잡힌 이색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티앤엠은 지난해 말 기준 ㈜신원 주식 1711만8614주를 차입금 182억원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담보로 잡힌 물량은 티앤엠이 보유한 ㈜신원 주식의 95.2%에 해당한다.

현 시점서 티앤엠은 박 회장 일가에게 직접적인 금전 이득을 줄 수는 없다. 급여 지급은 물론이고,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이 57억6500만원임을 감안하면 현금배당도 기대하기 힘든 까닭이다.

속 빈 강정

대신 박 회장 일가는 티앤엠을 앞세워 간접적인 이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티앤엠은 지난해 박 회장에게 5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주고, 1000만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2018년엔 박 회장에게 26억원, 박 대표에게 16억원을 대여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매년 자금거래를 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박 회장과 박 대표가 티앤엠에 지급해야 할 대여금 잔액만 각각 이 100억9000만원, 16억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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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